20217271 전주은 (사회교육학과)
아직 내 스스로는 내 자신이 학교에 대해서 잘 모르는 신규 교사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덧 교직에 발을 들인지 6년째가 되었다. 똑같은 학교에서만 6년째이니, 그저 반복적으로 지내왔던 것 같아도, 돌이켜보면 다사다난한 일들이 참 많았다. 그 많고 많은 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딱 떨어지는 대답은 없지만 주로 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2019년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2019년은 두 번째 담임을 맡게 된 해이면서, 처음으로 학년 부장(중학교 2학년)이 되어 선생님들과 학년의 일을 기획하고 운영하게 된 해이다. 그것보다도 더 부담이었던 것은, 담임을 맡게 된 학년이 그 전 학년도에 여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적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상처를 입은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업무분장이 끝난 후부터 학생들을 직접 만나기도 전에 걱정스러움에 잠 못 이루기도 했는데, 같은 학년 선생님들의 응원 덕분에 걱정을 떨치고 학생들을 맞이하며 1년을 시작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2019년은 다양한 프로젝트와 학년 행사가 유독 많았던 해라서 체력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음에도 나를 버틸 수 있게 하고,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즐거웠던 기억이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게 영향을 주었던 것은 같은 학년 담임선생님들이었다. 그 당시 우리는 수시로 “2학년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서로 응원해줬고, 무엇이 나은 방향인지 고민하며 서로 학생들이 더 성장 하는데 도움을 주는 방향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이야기하였다.
나는 성격이 깐깐한 편이라 학생들에게 원하는 잣대가 엄격한 편이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샘솟는 편은 아니고, 오히려 그런 생각을 듣고 문서로 정리해서 지원하는 성격이다. 이런 나의 성격을 보완해준 것 역시 동료 선생님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앞에서 언급한 같은 학년 선생님들의 영향이 컸다. 2반 담임선생님의 경우에는 창의적인 생각이 샘솟는 편이고, 3반 담임선생님은 넘치는 에너지로 다양한 학년 프로젝트를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두 선생님 모두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짚어서 내 시야가 넓어지는 데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 당시 2학년 부의 가장 큰 업무이자 행사는 학교 직영으로 운영되는 3박 4일 테마식 현장체험학습이었다. 그래서 학년이 시작되기 전인 2월부터 머리를 붙잡고 끙끙 앓으며 기본적인 틀을 잡았다. 그 후 학년 회의를 진행하였는데, 3반 담임 선생님이 “나는 학생들의 기억에 남는 수학여행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우리에게 수학여행에 대한 기억이 어떠냐고 물었다. 2반 담임선생님은 버스 타고 자다가 내려서 둘러보고, 다시 버스 타고 이동한 기억이 대부분이라고 이야기했고, 이는 나 역시 동일했다. 그래서 우리 셋은 시작부터 다시 생각하기로 하였다. 학생들의 기억에 남는 수학여행을 만들기 위해서. 그래서 우리는 2, 3일차 일정을 모둠별로 계획하고, 제주도에 가서도 모둠별로 이동하여 스스로 체험하고 학습하는 테마식 현장체험학습을 기획하였다.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학생들과 진행한 성찰에서 수학여행에 대한 평가는 힘들었지만 뿌듯하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는 내용이 많았는데, 선생님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고민했던 지점을 학생들이 알아준 것 같아 그간의 힘듦이 싹 씻겨 나가는 것 같았다.
아직은 짧은 교직 경험이지만 지금까지 느낀 점은, 학교 안이든 밖이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교실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사고, 내 수업에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 내가 설정한 방향성에 대한 흔들림이 생길 때 마다 나는 주변 선생님들과 수다를 떤다. 이렇게 동료 교사들과 고민을 나누게 되면 보이지 않던 길이 보이기도 하고, 사라졌던 용기가 생긴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해서 학생들에게 강조하는데, 이는 비단 학생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교의 수많은 일과 고민을 교사 혼자 해결하려고 한다면, 멀리 가지 못하고 금방 지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보다 멀리 가기 위해 오늘도 수다를 떨러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