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대지계 교육, 선거 이후 어디로 향하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윤석열 부인 김건희 등 사회의 공정이슈에는 언제나 교육그리고 학벌문제가 얽혀있다. 또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고 좋은 문화를 만들는 데 교육은 필수불가결하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는 교육 문제가 진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대통령의 임기마다 크게 변화하기 때문에 교육대통령이 필요하다.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5명의 현재까지 발표된 공약을 비교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김동연 후보 등은 대선을 준비하며 교육공약을 발표하였다. 다섯 후보의 교육공약은 크게 돌봄 및 유아교육 특성화고 및 학교밖청소년 등 ·중등교육 일반 대학입시 고등교육 평생교육 교육부 폐지의 일곱 범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다섯 후보가 공통적으로 공약을 발표한 부분은 대학입시다.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모든 부분에 걸쳐 관심을 보였으며, 김동연 후보만이 특징적으로 교육부 존폐와 관련한 공약을 공식 발표하였다.

기자가 제작한, 각 후보가 공식 발표한 교육공약의 범주화. 발표한 부문이 색칠되어 있다.
기자가 제작한, 각 후보가 공식 발표한 교육공약의 범주화. 발표한 부문이 색칠되어 있다.

 

수능 비중 확대와 공정한 입시, 그런데 근본적인 성찰은?

대학입시 부분의 공약은 대부분 수시·정시 비율과 내용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시 말해 기존의 수능과 내신, 수시와 정시를 주축으로 하는 입시 제도를 답습하거나 개선하는 방향성을 고수하였다.

 

대학입시 개선에서 정시 확대가 주된 흐름이 되었다. 이재명 후보는 정시 40% 선을 유지하는 입장, 윤석열 후보는 정확한 비율을 밝히지 않았지만 정시 확대로 나아가겠다는 입장, 안철수 후보는 정시 80%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후보는 수시를 폐지하겠다고도 밝혔는데, 대신 정시 전형을 수능만 보는 전형과 내신 성적도 보는 전형으로 세분하겠다고 밝혔다.

수능 시행 방식도 다뤄졌다. 이재명 후보는 수능에서 초고난도 문제를 없애고, 수능 출제에 교사 참여 비중을 높이고 대학생도 참여할 수 있게끔 바꾸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수능을 2회 실시하여 그중 고점을 학생의 성적으로 반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김동연 후보도 수능을 2회 실시한다는 입장이지만 수능을 합격/불합격만 가르게 자격시험화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심상정 후보도 수능의 자격시험화를 밝혔다.

수시 전형의 방식에 있어서 이재명 후보는 외부인도 평가에 참여하는 공공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고등학교 전 과정을 절대평가 방식의 성취평가제로 바꾸어 내신 산출의 변화를 꾀하고 학생부 전형에서 내신 성적과 교사의 정성 기록만 반영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김동연 후보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폐지하고, 수시를 내신 성적 중심으로 단순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공정한 입시를 위해 이재명 후보는 대입공정성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입시비리 암행어사제를 실시하고, 비리 발각 시 관련자 파면 의무화를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심상정 후보는 블라인드 입시를 확대하겠다고 하였다. 특징적인 공약을 내세운 후보도 있다. 김동연 후보는 국공립대는 일정 비율 추첨제로 선발하도록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선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마이클 센댈 교수와의 대담에서 추첨제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했지만 공약으로서 발표하지는 않았다.

 

고교학점제의 도입이 가까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고교학점제와 연관하여서는 어떻게 대학입시 전형이 바뀌어야 하는지 다섯 후보 모두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수능을 2회 실시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수능 2회 실시로 형식상 일치하였으나 정책 의도·목표는 고교학점제와 무관하여, 안철수 후보와 김동연 후보 또한 똑같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김동연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수능의 자격시험화를 꾀한다 하였지만 다른 세 후보는 수능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를 다루지 않는 한계를 보였다. 또한 김동연 후보를 제외한 네 후보는 수능이 수시·정시 이외의 입시 방편을 공약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수시·정시의 비율과 방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공정, 비리 방지 등에만 집중되어 있고, 고교학점제가 지향하는 여러 인간상은 반영되지 않은 점도 비판할 만한 부분이다. 이전 대선에서 대학입시를 다루던 양상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노동인권 보호, 그런데 노동 환경 개선은?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의 현장실습 등에 관련한 개선 사안은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가 다루었다. 이재명 후보는 현장실습생이 참여하는 사업장의 근로감독을 강화 적용하고, 해당 사업장에 노동관계법을 적용하여 현장실습생의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5인 미만의 위험·위해 사업장에의 현장실습을 금지해 안전을 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심상정 후보는 사회적 감독체계를 구성해 현장실습생 노동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인데, 현장실습 이외의 영역에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특성화고 진학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학력·학벌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으며, 직업계고 졸업생의 임금이 낮은 현실을 지적하며 임금 상향 의지도 보였다. 또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특성화고에 더욱 지원하는 공약도 선보였다. 한편,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 모두 노동인권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장실습생 산재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한데, 현장실습을 없애기보다는 개선하는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본지 460호 관련 기사 참고). 다만 두 후보가 모두, 언급한 현장 감독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감독 후 관리 등은 어떻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점은 한계다. 근본적인 노동 환경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두 후보 모두 이 부분을 심도 있게 논하지 않는 점 또한 지적할 부분이다.

 

학습환경 개선으로 학력 신장, 그런데 실현가능성은?

학습환경의 개선은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 심상정 후보가 다루었다.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공통적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최대 20명으로 제한하는 공약을 펼쳤다. 학생 수 제한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전국교사노동조합을 비롯해 각종 교원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개선 사안이며, 각 단체의 제20대 대선 공약 제안서에도 빠짐없이 들어간 내용이기도 하다. 20명 상한 공약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긍정적인 방향성이지만 이전 법제화 단계에서도 결국 좌절되었던 만큼, 앞으로 정말 실현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EBS와 각 시도교육청의 교육 플랫폼 등을 하나로 통합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으로서 K-Eduverse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K-EduverseAI 등을 활용하여 각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여 기본학습역량을 신장할 계획이다. 또한 모든 학생에게 개인마다 디지털 학습기기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선보였다. 다만 현재도 각종 온라인 교육 플랫폼 활용도가 높지 않고, 디지털 학습기기를 활용하는 학교에서는 기기의 성능과 관리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교원이 온전히 교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교원 행정업무 총량제를 실시하고, 업무량 계량화 등 교원 행정업무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불필요한 문서 출력 등의 행정업무를 줄여 평가·장학업무의 부담을 완화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두 사항은 각각 교총과 미래교육실천연대에서 제안한 공약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도 제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교원 행정업무 경감을 공략으로 냈으나 실현되지 않았기에 지속적으로 눈여겨 봐야 할 듯하다. 또한 해당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교 행정인력 수급과 교육, 교사 업무가 명시화된 법제 등이 필요한데, 이런 사항은 발표되지 않았다.

심상정 후보는 먼저 학제 개편에 중점을 두었다. 초등학교 6학년 2학기와 중학교 1학년 1학기에 초중등 연계 교육을 실시해, 초중학교 연계 9년제 학교를 시범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은 ·중학교 교수학습 연계 지원 방안(2014)’에서 학교급 전환 학교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적응을 위한 연계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연계교육에 필요한 교육과정이나 교사교육 등의 구체적인 차원의 개선 방향은 공약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또한 에프터스콜레 방식의 전환학교를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중학교 3학년 2학기와 고등학교 1학년 1학기에 진로 탐색 교육을, ·고등학교 졸업 이후 희망자에 한해 1년간 진로 탐색 기간을 갖도록 하는 정책이다. 에프터스콜레는 우리나라에서 자유학기제·자유학년제 등으로 기실현되었던 만큼 이를 확장하여 전환학교 모델을 수립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수업 방식과 공간 혁신에도 방점을 찍었다. 한 수업에 두 교사가 들어가고, 에듀테크와 AI 기반 맞춤형 교육을 활용하는 등 기본학력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일률천편한 사각형 학교에서 벗어나 동그라미 작은 학교로 상징되는 공간 혁신을 일궈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학교마다 학교숲과 태양광발전소를 두어 생태적 공간 혁신도 이루겠다는 공약을 선보였다. 학교 공간의 혁신은 교육부에서 진행 중인 학교공간혁신사업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그런데 학교공간혁신사업이 2020년 교육부 자체평가에서도 최하점을 받으며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는 만큼, 실현 경과를 지켜봐야 할 필요성이 있는 공약이다.

 
후보들의 다른 공약은 여기서 볼 수 있다 / 기자 제작
여기서 후보들의 다른 공약을 볼 수 있다 / 기자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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