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에 환경과 관련된 수업을 들으면서 환경에 이전보다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론적인 내용을 맹목적인 암기방식으로 외우기보다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학교에 물이 어떻게 공급되는지 알아보며 정수 시설과 하수 처리 시설을 찾아보았다. 이전에 관심을 두지 않던 환경 정책을 찾아보기도 했고, 환경단체에서는 어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도 살펴보았다. 과거에 겪었던 경험, 살고 있는 지역과 맞닿아 있는 이슈라면 연관 지어보기도 했다. 생전 처음 들어본 환경 교과 수업에 대한 평가는 ‘매우 만족’이었다. 학창 시절, 학교에 다니면서 기본적으로 “분리수거를 철저히 해야 한다.”, “교실에서 나갈 때는 항상 불을 끄고 다녀야 한다.”와 같이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배운다. 하지만 이것이 본격적인 환경 교과수업은 아니다. 환경교육은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개별적인 해결법을 아는 것을 넘어 다른 분야와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사회적인 해결방안을 분석해낼 수 있는 역량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학교에서 환경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환경오염 문제가 두드러지며 국제사회에서도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을 논의하고, 국내에서도 환경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렇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환경에 대해 학교에서 환경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수강하는 다른 과목과 비교해보자. 학교 현장에서는 국어, 수학, 영어 과목이 최고로 손꼽힌다. 모든 학교에서 교과목을 채택하는 것은 당연하고, 학생들의 시간표를 편성할 때 국어, 수학, 영어 관련 과목들이 가장 많은 부피를 차지한다. 기술가정이나 정보와 같은 과목은 주요 과목이 아님에도 고등학생을 졸업한 학생이라면 한 번쯤 꼭 수강해봤을 것이다. 반면에 환경 교과목은 어떨까? 환경 교과목은 채택률부터 저조하다. 그나마 2007년에는 20.6%로 20%를 간신히 넘기기는 했으나 이후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2019년에는 5.6%로 최하치를 기록하였다. 2020년에 13%를 기록하며 상승하기는 했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환경 교과목을 채택한 학교가 늘어나면서 환경교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지만, 환경교사에 대한 임용은 2009년 이래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가 2020년에 7명을 선발한 것이 전부이다. 그러다 보니 환경교사의 부족으로 생물교사, 보건교사 등이 환경 교과목 수업을 맡는 사례가 늘어나게 되었고, 학생들은 전문적인 환경 교과수업을 받을 수 없었다.
환경 교과목이 타 교과목과 같은 부피를 차지한다고 모든 일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환경 교과목만의 특색있는 색깔의 확보도 필요하다. 기술과목의 경우 설계도 제작, 회로 정비 등의 실습 활동이 있고, 가정과목도 바느질, 조리 실습 등이 있다. 정보도 마찬가지로 컴퓨터실을 이용하여 실습하는 활동이 많아 과목별 주요 역량의 자연스러운 이해를 돕는다. 환경 교과목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론만 배우기보다 학생들이 환경 논제를 정해 토론하고 실천방안 모색 과정을 거쳐 직접 이행해보는 등 환경교육만의, 환경 교사만이 끌어낼 수 있는, 교과 내용상 질적 강화가 필요하다.
환경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교과목 선택률을 높이고, 교원 부족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표를 편성할 때 환경 교과목을 일정 시수 이상 편성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환경교육 우수 학교 지정 등을 통해 환경 교과목 선택률을 높일 수 있다. 교과목 선택률의 안정화에 발맞춰 환경 전문 교사의 확보도 중요하다. 환경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타 과목 교사를 이용하는 것보다 임용 인원 증가를 통해 환경 교과를 가르치기 위해 육성된 교사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어 환경 교과목의 안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학생들에게 환경 교과목만의 특색있는 수업 효과를 주기 위한 수업방식 연구도 필요하다. 우리 학생들의 시간표 속에서는 합당한 부피와 개성 있는 색의 환경교육으로 칠해져야 한다.
환경 문제는 과학기술 발전에 밀려 오랫동안 대책 없이 진행되어왔다. 갑작스러운 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단편적인 문제가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량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환경교육의 정상화를 통해 사회의 전반적인 환경 문제 해결 역량의 증진이 필요한 시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