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쾌적하다.’ … ‘좁고 불안하다.’ 모듈러 교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학교 건물의 공사 등의 이유로 임시교실이 필요할 때 사용되는 모듈러 교실은 기존 컨테이너 교실 단점을 보완·개선해 만들어졌다. 빠르게 건물을 사용할 수 있지만, 안전상의 문제에 대한 불안으로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모듈러 교실이 학생이 사용하기에 부적합한지, 그 안전성을 확인해 보자.
◇ 모듈러 교실은 어떤 교실인가?
모듈러 교실이란 교육부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모델이다. 사전적 의미는 공장에서 골조, 마감재, 기계 및 전기시설 등을 갖춘 건물을 완성해 학교로 가져와 조립한 교실이다. 공장에서 기본 시설을 갖춰오는 모듈러 교실은 현장에서 운송, 단순 조립 설치만으로 완성할 수 있다. 학생 수 증감을 고려하여 빠른 설치와 이동식으로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운동장 등 빈 곳에 설치돼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씩 사용되기도 한다.
기존 컨테이너 교실 단점을 보완·개선해 만들어진 모듈러 교실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학교 현장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전북 고창고등학교를 시작으로 현재 전국 32개 초·중·고등학교에 '모듈러 교실'이 설치돼 16곳이 운영 중인데, 시설 공사 중 사용될 임시교실이나 과밀학급 해소 용도다. 가장 많이 설치한 학교는 40여 개 모듈러 교실을 3층 규모로 건축하였고, 영구적으로 설치한 사례도 있다.
◇ 모듈러 교실, 반대의 목소리는 어디서부터
지난 7월 29일 교육부는 ‘교육회복 종합 방안’ 기본 계획에서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학교 신·증축에 모듈러 교실을 포함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일시적인 과밀 유형에 속해있는 학교에 모듈러 교실을 배치해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듈러 교실 설치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교원대학교의 근방의 청주 내곡초등학교에서도 모듈러 교실을 설치하겠다는 충청북도 교육청의 발표 이후 학부모의 반발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도교육청은 늘어난 학생 수로 인한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초등학교 신설이나 증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내곡초가 있는 청주테크노폴리스지구 내 문화재 지표조사가 지연돼, 5년 이상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기간 모듈러 교실을 설치해 학생을 임시 수용해 안전하게 교육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내곡초 학부모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아이들이 어떠한 환경 유해 물질이 발생할지 모르는 컨테이너 교실에서 학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면서 “시설이 부족하면 제대로 된 교실을 확보해 보완할 일이지 불안한 컨테이너로 대체하려는 것은 학부모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내곡초 증축 이전은 학생 수 증가를 예견한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 과밀학급 수요 예측에 실패한 교육청의 무능이 드러난 것”이라며 교육당국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들은 모듈러 교실이 화재 등 안전에 취약하고, 유해 물질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모듈러 교실에 대한 반발은 시설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불안에서 기인한 것이다.
◇ 모듈러 교실은 진정 ‘컨테이너’ 교실에 불과한가
지난 19일 김병우 충청북도 교육감과 학부모 간담회가 열렸으나 충북도교육청과 학부모들의 갈등이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교육청은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모듈러 교실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학부모들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육당국을 대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며 맞서고 있다.
김 교육감은 지난 22일 “(모듈러 사업을 추진하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학부모들이 염려하는 (안전 문제 등의) 부분은 해결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학부모의 반발에 모듈러 교실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교육당국의 주장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새로 도입된 모듈러 교실은 건축 방식이 조립식이라는 것 외에는 컨테이너 교실과 상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방현하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 기술정책과장은 “모듈러는 사전 제작돼 모듈화된 형태의 건축물을 말하는 것이지 가건물(컨테이너)이 아니다. 조립식이란 방식상의 유사성이 있어도 성능은 맞추는 기준에 따라 일반 주택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즉, 모듈러 공법은 건축 방식만 다를 뿐 건물 성능에 있어선 기존 공법으로 지은 건물과 큰 차이가 없다. 또한 불연성 소재인 그라스울을 충진재로 사용해 화재 위험을 낮췄고 마감재를 선택할 수 있어 친환경성 강화나 유해성 차단이 가능하다.
모듈러 건축을 연구한 안용한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모듈러 교실은 기존 컨테이너 교실 단점을 개선하고 일반 학교 이상으로 성능을 높인 제품”이라며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그러나 모듈러 교실을 직접 보지 못한 대부분 학부모 입장에선 기존에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컨테이너 교실’로 오해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이 모듈러 교실을 직접 보고, 업체별 장단점을 파악할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