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6574 윤경훈 (기술교육과)
개학이다. 새로운 학급 반 아이들에 대한 설렘으로 학교를 출근했다. 교무실에 들어섰는데 선생님들이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윤선생, 그쪽 신입생 애들 중에 소년교도소 다녀온 아이가 있다는데. 잘 보살펴 줘” 항상 거칠고 힘들었던 아이들을 상대해 왔던 터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첫 조회를 들어갔다.
첫 조회에서 처음으로 교내에 소문이 파다한 그 아이를 만났다. 온 몸에 문신을 하고 있는지 목으로는 살짝 삐져나온 무슨 그림이 보였고, 목에는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이고 학교에 와 있었다. 보통 고등학교 신입생으로 학교에 오면 첫 날에는 어느 정도 긴장을 하기 마련인데,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이 핸드폰으로 친구와 욕하며 통화하고 있는 그 아이를 보며 조금 움찔했다. 가볍게 조회를 끝내고 개인 상담 시간을 가졌다. 그 아이와 대면하고 앉아서 학생부 자료를 보았다. ‘20살이야?’ 개인 학생부 자료에 그 고등학교 1학년 신입생 아이의 나이는 20살이었다. 계속해서 고등학교 진학을 못 하다 보니까 어느새 성인의 나이에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을 한 것이다. 아이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었다. 친구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고, 반에서는 왕으로 군림하지만, 어른들에게만큼은 감정이 가라앉아있을 때에는 공손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학교 잘 다니고. 지각하지 말고. 선생님이 끝까지 도와줄게” 다정한 말투로 래포 형성을 위해 대화를 걸었지만, 마음이 그만큼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다음 날 점심시간, 학생부에서 연락이 왔다. 교권침해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그 아이였다. 점심시간에 급식지도를 하며 자신이 들어오지 못 하게 막는 선생님에게 눈을 부라리며 쌍욕을 했다는 것이다. 깜짝 놀라서 학생부로 내려갔고, 아직 흥분해 있던 그 아이는 거칠게 씩씩거리고 있었다. 일단 바로 그 길로 조퇴증을 써 주고 집으로 보냈다. 아이의 아버님과 통화하며 아버님조차도 그 아이가 두렵다고 말하는 걸 들으니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고 느꼈다. 부모님도 통제하지 못 하는 아이. 교권침해로 등교정지를 당한 그 아이는 10일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징계기간이 끝났음에도 아이는 제때 등교를 하지 못 했고, 전화를 해 보면 여자친구와 같이 생활하고 있는지 어떤 여자아이가 전화를 받고는 했다. 그런데 그 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 동안 사실 참 마음이 편했다. 그 아이가 학교에 나오면 또 어떤 사고를 칠까 계속해서 안절부절 걱정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는데, 막상 그 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으니 마음이 편했다.
그 아이는 징계가 끝나고도 학교에 잘 나오지 못해서 결국 무단결석 누적으로 아버님과 통화를 하였는데, 아버님께서 아이를 자퇴시키겠다고 하셨다. 나에게는 너무 두려운 아이였었고, 내가 이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나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기에 사실 아이를 자퇴시키겠다는 아버님의 그 말씀은 나에게 정말 큰 유혹이었다. 그래도, 그래도 우리반 아이였다. 결국 다시 한 번 아이를 만났다. 오랜 시간 대화를 했다. 앞으로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이고, 내가 널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이번 한 번이 마지막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내가 노력하는 게 오히려 너에게는 더 번거로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그렇게 아이와 약속을 했다. 두 번 다시 교권침해 하지 않을 것과 학교를 결석하지 않겠다고.
지금 그 아이는 밝은 모습으로 학교를 다닌다. 여전히 자취하며 여자친구와 살고 담배를 피고, 술을 좋아하지만 학교에서만큼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잠만 자더라도, 더 이상 깨우는 선생님들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교권침해를 하지 않는다. 거의 1년이 되어 가니 이제는 어느 정도 학교생활에 적응을 한 모습이다. 너무 두렵고 내보내고 싶었던 그 아이가 이제는 날 보며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한 번 마음에 큰 뿌듯함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