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청주프로젝트 2021 “천대광: 집우집주”는 천대광 작가가 아시아를 다니며 만난 건축물을 재해석해 관람객에게 보여 준다. 관람객들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앞 잔디밭에 설치된 건축적 조각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작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별다른 작품 소개는 없고 전시에 대한 설명도 최소한만 준비되어 있어 정형화된 설명이 감상을 방해하는 일은 없다. 전시물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보면 관람객들은 결국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 도시 혹은 이상 공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이상 도시’라는 말을 들으면 어쩐지 회색으로 만들어진 공중 도시가 떠오른다. 사람들은 세련되고 번쩍번쩍한 옷을 입고 다니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 그런 곳 말이다. ‘이상’이라는 말은 듣는 이의 가슴을 뛰게 만들면서도, 현실과는 너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현실의 내가 이상적인 무언가에 도달하는 순간 그 이상은 더는 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천대광 작가가 말하는 이상 도시는 이런 ‘이상’과는 무언가 다르다. 아시아의 도시와 건물을 본뜬 건축적 조각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상 도시는 무엇일까?
◇ 여유, 급속한 현대화에 사라진 분실물 ‘건축적 조각/양평터미널’
양평에서 오랜 시간 거주하며 활동해 온 작가는 터미널이 현대인의 생활 방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양평터미널에는 백화점과 플랫폼, 식당가가 한 군데에 몰려 있다. 이는 한 공간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한다. 작가는 양평터미널을 표현하기 위해 최근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건축 자재인 골함석을 재료로 삼았다. 터미널이라는 소재와 골함석이라는 재료를 통해 작가는 급속한 현대화와 물질적 풍요 속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 화려한 색감으로 강인함을 감추다 ‘건축적 조각/보잘것없는 집/가파리 240번지'
많은 관람객이 좋아할 만한 색감을 가진 건축적 조각이다. 어떤 사람들은 건물의 화려한 외형에 매료되어 이상 도시가 있다면 분명히 이런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라고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의 배경인 가파도는 거센 바람과 파도로 둘러싸인 섬이다. 가파리 240번지에 있는 실제 창고는 거센 바람과 궂은 날씨를 견딜 수 있도록 아무런 장식 없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작가는 순탄치만은 않은 섬사람들의 강인한 삶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조각을 밝은색으로 칠했다.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과 아름답지만 험난한 가파도를 동시에 떠올리면, 제법 묘한 감정이 든다.
◇ 피난민들의 유일한 안식처 ‘건축적 조각/다리 없는 집/캄퐁 플럭의 수상 가옥’
이 작품은 캄보디아의 수상 가옥을 모티프로 삼은 작품이다. 동남아시아 어디에서나 수상 가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기가 뚜렷한 기후와 강이나 바다와 가까운 나라가 많은 탓이다. 하지만 캄보디아 캄퐁 플럭 지역의 수상 가옥은 조금 특별하다. 12세기 인도네시아계 참파 왕국과 크메르 제국 사이의 전쟁으로 유입된 난민이 수상 가옥에 터를 잡았고, 이는 1954년 베트남 전쟁 때도 마찬가지였다. 강 위에 있는 나무 건축물이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의 피난처이자 유일한 안식처가 된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 도시는 무엇이냐는 물음에 천대광 작가는 “일단 지구가 평화롭기 위해서는 각 나라가 평화로워야 하고, 각 나라가 평화로우려면 각 마을이 평화로워야 하고, 각 마을이 평화롭기 위해서 그 구성원들이 평화롭고 행복감을 느껴야 한다. 그런 도시가 이상 도시라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각 개인의 행복이 이상 도시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한다. 천대광 작가의 답변을 접한 사람들이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이 어디인지 고민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21세기 현대인이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점점 좁고 높아지는 건물과 여러 소음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행복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행복과 평화, 더 나아가서 이상 공간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자신이 조금이라도 숨을 쉴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 본다면 이상 공간이 어디인지 묻는 질문에 답변하기는 조금 더 쉬워질 것이다. 이제는 천대광 작가가 아닌 기자가 묻는다. 다시 똑같은 질문, ‘당신의 이상 공간은 어디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