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에서 현장실습 중 특성화고 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조사 결과 학교와 업체가 관련 법령과 규정을 다수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전국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전수조사하기로 했지만, 현장실습에 대한 불안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현장실습 제도 폐지에 관한 주장까지 나오는 가운데, 특성화고 학생들은 현장을 경험할 몇 없는 기회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장실습에 대한 규제를 통해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현장실습 제도를 넘어 노동 현장 자체가 안전해져야 한다.

 

여수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지켜지지 않았던 규정들

지난 6일 특성화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홍 군은 전남 여수의 한 요트업체에 현장실습을 나가 물속에서 요트 바닥에 붙은 조개, 따개비 등을 긁어 제거하는 작업을 하다 사망했다. 고용노동부가 해당 사건에 대해 재해조사 및 산업안전 감독을 시행한 결과, 홍 군이 일하던 요트 레저 업체는 다수의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홍 군이 법령상 잠수를 할 수 없는 18세 미만인 데다, 잠수 관련 자격이나 면허가 없는데도 잠수작업을 시켰다. 사업주는 현장실습표준협약 사항인 안전·보건 교육도 하지 않았고, 정해진 실습시간도 지키지 않았다. 해당 업체에 대해 해경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여수지청에서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홍 군이 재학 중이던 학교도 현장실습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 학교는 현장실습 계약 체결 표준 협약서에 공란을 두는 등 계약을 부실하게 체결하였고, 학생의 실습일지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현장실습운영회에 외부위원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규정 또한 어기고, 학교 구성원과 학교 전담 노무사만으로 구성했다. 교육부는 전라남도 교육감에게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학교 관계자에 대한 조치와 업체에 대한 과태료 부과와 같은 후속 조치 진행을 요구했다. 또한 현장실습 과정에서의 법령 위반사항을 포함한 안전한 실습 운영을 위한 제도상의 문제점을 실제로 파악하기 위해 전국 직업계고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시행한다.

 

현장실습, 폐지가 답일까?

홍 군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현장실습 폐지를 요구하는 교육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측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투쟁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현장실습 관련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라면서 학생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현장실습이라면 폐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직업계고 학생들이 졸업 후 안전하게 취업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고, 학교에서 노동교육을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피해자 가족 모임도 입장문을 발표해 현장실습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50년 넘은 산업화 시대의 유물인 저임금 노동력 착취, 취업을 미끼로 한 죽음의 현장실습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직업계고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과 취업 적합 업체 인증 도입 등 '전국 동시 고졸 취업 기간 설정 직업계고 정상화 방안' 시행을 촉구했다.

현장실습 기업들에 대한 안전 규제 강화가 현실적으로 힘들어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래 교육부는 노무사가 동행한 사전 현장 실사 뒤 선도기업협의체의 승인을 받고 교육부 또는 시도교육청에서 최종 인정을 받아야 하는 선도 기업만 현장실습을 허용했다. 이후 기업들의 참여가 급감해 학생들의 조기 취업 기회가 축소된다는 이유로 20191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방안을 발표하고 선도 기업에 선정되지 않은 기업도 참여기업이라는 이름으로 현장실습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당시 교육부는 대안으로 현장실습생의 안전·권익 보호 강화방안을 같이 내놨는데 이 중 상당수가 2년이 지난 현재 현장에서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학생들은 진짜현장실습을 원한다

현장실습생이 저임금 노동력으로 자리 잡은 현실에서 현장실습 폐지에 대한 요구가 잇따르는 가운데, 현장실습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대안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문 대통령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취업을 위한 상당한 연결고리가 되는데, 한번 사고가 나면 그때마다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실제 한동안 중단된 적도 있었다라면서 그러나 사고가 난다고 폐지해 버리는 것은 올바른 해결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성화고 학생들도 현장실습 폐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한 특성화고 학생은 현장실습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이해 못 하는 게 아니에요. 이런 사고가 있을 때마다 제일 무서운 건 곧 현장실습을 나가는 특성화고 학생들이거든요.”라며 폐지 주장에 일견 공감했으나, “현장실습은 취업 전에 진짜현장을 경험할 몇 안 되는 기회라며 현장실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현장실습 경험이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77.4%에 달했다.

현장실습 제도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더 시급한 건 열악한 노동 환경의 개선이다. 현장실습 제도가 없어진다고 해서 갑자기현장이 안전해지지 않는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안전한 노동 환경 속에서 진짜현장실습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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