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화물연대 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필요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한 달 넘게 전국 SPC 사업장에서 전면 파업 중이다. 화물연대 측은 배달 물량 증가로 인해 증차를 요구했으나 SPC 측이 제대로 된 협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SPC의 입장은 다르다. 증차 합의는 이루어졌으나, 이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배송 기사 간 노선 협의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해 파업에 돌입했다고 주장한다. 각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파업은 끝나지 않고 있다.
◇ 한 달째 '빵' 없는 빵집
파리바게뜨 배송의 30%를 담당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빵 대란’이 벌어졌다. 오전에 와야 할 재료들이 오후 늦게 도착하면서 병원이나 어린이집, 급식 업체 등에 납품할 수 없게 되자, 가맹점주들이 얻는 고정 수익이 줄어들었다. 파리바게뜨 모회사인 SPC그룹이 임시 배송 차량을 투입했지만, 이전만큼 재료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다.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는 운송기사와 SPC그룹 간 근로환경 협상 문제인데 중간에 낀 가맹점주가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지난달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화물연대 불법 파업으로 인해 죽어가는 자영업자를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올리며 조속한 해결을 요구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파업...화물연대는 왜 파업을 시작했나
화물연대는 파업의 원인을 운송량 증가에 따른 화물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SPC GFS(주선사)-운수사-화물연대 3자 사이에 체결한 합의사항을 SPC GFS가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라 주장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광주지역에서 가맹점이 2배 이상으로 증가해 운송량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에 화물연대는 과중한 업무량과 운행 거리를 줄이기 위해 증차를 요구했다. 사측과 화물연대의 증차 합의 후 증차에 반대하던 한국노총에서 2대의 증차분 중 한 대는 자신들에게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화물연대의 새롭게 모집된 기사들이 차량도 구매했던 상태였기 때문에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증가한 차량을 배송에 투입하기 위해 한국노총과 배송노선 등의 조정이 필요한데, 한국노총은 화물연대의 조정안을 계속해서 반대했다. SPC GFS는 배송노선에 대한 두 노조 간 합의 이후에 절차 진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협의가 진행되지 않자 9월 2일 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 SPC지부는 증차 합의이행을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운송사가 협상안을 제시했고 화물연대가 받아들여 합의에 이르렀다. 그러나 합의서 작성 도중 SPC GFS는 “운수사와 합의한 내용이 SPC의 기준과 이념과 맞지 않고 효율이 나지 않기 때문에 합의된 노선을 취소하고 폐기하겠다.”라고 주장하며 합의를 파기했다. 이에 9월 15일부터 화물연대는 전국적 파업에 돌입했다.
◇ SPC, “노조 간 갈등이 원인”
SPC 측은 현 상황이 증차 과정에서 발생한 민주노총 조합원과 한국노총 조합원 간 의견 대립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한 사람이 새벽 1시와 오전 8시 하루 두 차례에 걸쳐 배송하는데, 1회차와 2회차 사이의 긴 대기시간으로 인한 근무시간이 길어져 증차를 요구했다. 이에 민주노총과 SPC그룹은 지난 6월 27일, 배달 차량 2대를 증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배송노선 조정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 갈등이 빚어졌다. 두 노총 간의 의견 불일치로 인해 SPC그룹의 합의서 작성이 불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증차도 무산되었다. 민주노총은 합의 당시 약속했던 대로 새로운 두 대의 차량을 2회차에 투입해 노동자들의 업무부담을 줄여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추가된 차량을 공통하게 분배해서 사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민주노총은 SPC 본사에도 배송노선 조정을 요구했으나 사태가 해결되지 않자, 지난 2일 오후 11시부터 운송 거부 파업에 나섰다.
SPC는 이번 파업이 배송 차량 노선 조정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운송기사 간 갈등 때문이라며 자신들이 개입할 여지에 대해 부정하고 있다. SPC그룹은 식품과 식재료 유통을 위해 물류계열사로 SPC GFS를 두고 있다. SPC GFS는 식재료 운송을 운수사에 위탁하고, 운수사는 다시 특수고용 노동자로 불리는 배송차주들에게 재위탁하는 체계로 유통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배송차주들은 대부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소속되어 있다. 이런 구조로 인해서 SPC와 배송차주 간의 연결점이 멀어 SPC측의 직접적인 개입이 힘들다는 것이다. SPC 측은 증차 합의 이후 노선 조정은 운수사와 배송차주 간 문제인데, 화물연대가 유리한 노선으로 안 되자 운송 거부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은 4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 이권을 위한 파업이며 방역수칙을 위반한 불법 행위라는 비판이 있다. 일각에서는 SPC 화물노동자들이 그들의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 분명한 건, 지금도 빵 없는 빵집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파업 해결을 위한 열쇠가 누구에게 있는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서로에 대한 비판보다 상호 간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