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우(컴퓨터교육·17) 학우

보 번햄은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미국의 젊은 스탠드 업 코미디언입니다. 2008, 열여덟이란 젊은 나이에 유튜브에 시험 삼아 올린 스탠드 업 코미디가 인기를 얻으며 순식간에 유명 코미디언이 되었고, 주류 코미디 업계의 당당히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며 직접 감독하고 각본을 쓴 여러 편의 코미디 스페셜도 공개하였습니다. 그런 그가 2016<Make Happy>를 마지막으로 코미디계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뒤 5년이 흘렀습니다.

2018<에이스 그레이드>라는 영화를 감독하고 각본하면서 걸출한 영화감독으로도 데뷔했던 그가 2021년 새로운 코미디 스페셜을 갖고 넷플릭스로 돌아왔습니다. <Bo Burnham : INSIDE (한국 넷플릭스 제목 <보 번햄 : 못 나가서 만든 쇼>)>는 보 번햄이 실제 1년 넘게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두문불출, 자가 격리하며 만든 1시간 30분짜리 코미디 쇼입니다.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되었고 기존 미국 코미디 쇼의 대다수 형태였던 라이브 코미디 쇼(수많은 청중이 한 명의 스탠드 업 코미디언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는 것)는 취소되거나 중단되었습니다. 아마 이런 요소들이 영화를 만들도록 가능케 한 원인이었을 수 있지만, 실제 영화를 통해 (보 번햄 본인에 의해 직접) 밝혀지는, 추정되는 요소들은 다양하며 동시에 보 번햄에 의해 조롱의 대상이 되는 요소들이기도 합니다. <보 번햄 : 인사이드>는 오직 보 번햄 혼자만이 출연하며, 혼자서 감독했고, 조명, 음향, 음악, 각본과 촬영까지 모두 방 한 칸짜리 집 안에서 혼자 도맡아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시에 이 영화의 장르를 하나로 말하기란 어렵습니다. 어떻게 보면 뮤지컬이기도 하며 라이브 코미디, 심지어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일지 극영화일지조차 모호합니다. 하지만 극의 흐름을 표현하는 노래들이 극의 대다수란 점에서 뮤지컬이라고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노래하는 장면이나 보 번햄 본인의 이야기가 표현되는 많은 장면은 거의 기존 매체의 형식을 빌려 영화에 표현됩니다. 뮤직비디오, 어린이 프로그램, 프로모션 비디오, CF, 인스타그램, 실시간 스트리밍, 리액션 비디오, 게임 방송, 이외에도 현대에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매체를 스마트폰과 같은 다양한 기기로 접하고 사는 현대인이라면 모를 수 없는, 한 번쯤은 본 적이 있는 모습들이 영화를 메우며 스쳐 지나갑니다.

이 과정을 통해 보 번햄이 말하고자 했던 것에 다가가고자 하는 과정이 깊게 와 닿는 영화입니다. 사실 그렇게 파고들지 않는다고 해도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영화인 영화라, 작업을 하며 시간이 흐르고 (수염과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며) 작업을 끝낼 수 있을지 신음하는 창작자의 모습에 보는 이가 이입하는 경험만으로도 충분한 영화라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이 영화는 실험 영화로 분류될 여지도 크게 갖고 있습니다. 예술가와 외부 세계 사이의 필연적인 갈등, 좌절, 차마 주저하는 순간들(특히 <인사이드>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매끄럽게 넘어가려는 구성을 시도하지 않으며 모든 장면과 노래들은 갑작스레 끝나거나 종료됩니다), 그리고 종국엔 예술가의 자아 분열까지 만들 수 있지만 만들 수 없는순간들이 관객의 눈에 익숙(하지만 결코 그렇지 못)한 잔상으로 지나갑니다.

우울증 또는 신경쇠약을 앓고 계신 분들께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지만 동시에 이 영화가 어떤 식으로든 공감이나 내재화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을 떠올릴 때 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에이스 그레이드>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한 뒤 몇 년, 그가 유명해지고 본업이나 마찬가지였던 청중들과의 소통, 코미디는 없었지만 다른 이의 쇼를 감독해 주거나 독립영화에 배우로 출연하며 보다 훌륭한 영화인으로서 입지를 넓혀 가던 그가 연출한 또 하나의 걸출한 코미디 영화, <인사이드>는 현재 한국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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