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읽어주시던 동화책의 내용이 종종 떠오른다. 동화책의 내용을 상상하며 꿈을 키워가던 우리는 어느새 어른이 되었고, 이제 더는 동화책을 즐겨 읽지 않는다. 비록 동화책은 옆에 없지만, 내용은 아직 머릿속에 남아있다. 완전히 잊은 과거일 줄로만 알았던 내 어릴 적 기억이 지금의 나의 부분을 이루며 날 지탱해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자금의 나를 만들었고, 또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아동문학교육을 가르치고 계신 김상한 교수(초등교육과)를 만났다. 함께 이야기하며 어린 시절,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책을 떠올려보자. 잊고 지내던 나의 작은 부분들이 되살아나는 여행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학부 시절 교수님께서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인가요?
저의 생각을 바꿔준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제가 소개할 책은 페리 노들먼의 『어린이 문학의 즐거움』이라는 책과 정옥 작가의 동화책, 『이모의 꿈 꾸는 집』이라는 책입니다
『어린이 문학의 즐거움』이라는 책은 먼저 작가의 사진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렇게 삐딱한 자세와 이상한 표정으로 웃는 모습이 재밌었습니다. 책의 내용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제가 ‘교육’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교육하는 사람이라면 남을 가르친다는 의미로만 생각하고 남을 변화시킨다고만 생각하지만, 이 책은 교육은 나 자신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말하고 있죠. 어린이 문학의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 “어린이 문학을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어린이 문학의 즐거움을 알고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선생님이 어떤 즐거움을 어린이 문학에서 얻고 있는지를 제일 먼저 물어봐야 한다.”라는 주장이 인상 깊었어요. 결국, “교육은 자기 교육이다.”라는 말을 한 거죠. 그 말들과 연관 지어 제 전공이 아동 문학 교육이다 보니 아동 문학을 바라볼 때, 저는 어떤 즐거움을 얻고 있는가를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소개할 『이모의 꿈 꾸는 집』은 동화책인데요, 표지가 요즘 말로 분홍분홍 하고 예뻐요. 전체적으로 판타지가 있으면서도 학교와 입시라는 우리의 현실을 담고 있어요. 이 책을 보면 꿈에 대해 자꾸 이야기합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여러 가지 꿈들을 이야기하겠지요. 저는 우리 학생들이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얻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 중에 있는 선생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 책은 동화라는 특성과 함께 환상적인 장면들을 가지고 꿈을 잘 표현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꿈에 대해 즐겁게 생각해 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여 추천해요.
◇ 이 책들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앞에서는 예시를 들어 말했었는데, 교육이라는 것은 단순히 남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변화를 만들어가면서 ‘너부터 변해야 해. 네가 변해야 내가 변하지.’가 아니라 ‘내가 너와 함께 변화한다.’라는 감정을 표시해야 합니다. ‘쟤 때문에 못했어.’가 아니라 ‘나도 쟤와 같이 함께 변화할 수 있잖아.’와 같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하는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이 이렇게 바뀌어야.’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었지만 ‘학생과 함께 나도 변화하면서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아동 문학이 우리 아이들한테만 해당하는 책이 하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동문학교육’이라는 것이 생소했는데,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초등교육과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곳이잖아요. 그중에서도 아이들의 삶을 다루고 있는 문학 작품이 아동 문학인데, 그런 작품들을 우리가 어떻게 읽고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배우는 것이 아동 문학 교육입니다. 따라서 동화를 초등학생 때만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 내부에 어린 시절의 모습을 일부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누구든 아동 문학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며 생각해 보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동화책을 소개했고요.
◇ 학생들이 동화책(아동 문학)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을까요?
유아 때 읽어야 할 책들이 있고, 초등학생 때, 중학생 때, 고등학생 때 그리고 대학생 때 읽어야 할 책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 그 시기에 맞는 책들을 읽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읽어 온 책들이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즉, 이전의 나가 단절된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새로운 나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그러므로 유년 시절에 읽은 동화책이 유치한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만드는 좋은 밑거름이 되었을 것입니다. 요즘에는 그림책이 잘 나오는데 그림책들을 같이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핸드폰으로 한 10분 정도 뉴스 기사를 보는 것도 좋지만 그림책을 10분 정도 보는 것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 학생들에게 해주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이 첫 번째로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입니다. 친구를 대하든 선생님을 대하든 학생들을 대하든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다음으로는 재미있는 말이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말인데 ‘너도 좋고 나도 좋아야 하고,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아야 한다.’라는 겁니다. 예능 프로를 종종 보면 ‘나만 아니면 돼.’ 이런 말이 있잖아요. 그것보다는 나도 좋고 너도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어 ‘미래를 위해서 지금 참아야 한다.’라는 사회적 분위기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을 수 있는 일들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용기있는 사람이 되어서 옳은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대학생들이 되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