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름을 뺏기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길을 잊게 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中
"진짜 이름을 뺏기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길을 잊게 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中

 

치히로를 잊지 않은 센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어요, 하나면 된다니까요

온천은 황금으로 돌아간다. 이 안에서는 다들 자기 몫을 차지하느라 정신없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홍등이 켜지면 온천은 문을 열어 신들을 맞이한다. 날이 밝으면, 직원들은 커튼을 치고 잠을 청한다. 모두가 잠든 낮을 틈 타서, 개구리는 욕탕으로 향한다. 오염되어 오물신으로 오해받았던 강의 신의 몸을 정화해준 것의 답례로 강의 신이 바닥에 사금을 남기고 떠났기 때문이다. 유바바가 아무도 사금을 가져가지 못하게 했지만, 혹시나 남아있을 사금을 찾아 개구리는 이곳저곳 두리번거린다. 그런 개구리를 어둠 속에서 응시하던 가오나시가 손바닥에 사금을 넘치도록 쏟아낸다. 반짝이는 금싸라기에 홀려서 다가가던 개구리는 그만 꿀꺽, 잡아 먹힌다. 다른 직원들도 개구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공중에 사금을 뿌려대고는 음식을 가져오라며 떵떵거리는 가오나시 앞으로 직원들은 서로 다투어 음식을 내민다. 제발 금을 달라고 비는 것이다. 종국에는 더 많은 금을 얻으려고 온천 한복판에 연극을 열어 가오나시의 비위를 맞춘다. 하지만 직원들과 다르게, 비싼 약재를 달인 약수를 사용할 수 있는 목패들을 내밀어도 센은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다시 한번 내밀어도 이런 건 필요 없다고 고개를 젓고 곧바로 하쿠를 구하기 위해 등을 돌려 달린다.

돼지로 변한 부모님, 자신에게 쌀쌀맞게 구는 하쿠, 못살게 구는 유바바와 직원들. 그 속에서도 센은 굴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킨다. 다시 말해 온천 직원인 이 아닌 치히로가 참된 자아임을 인지한다. 만일 치히로를 까먹고 으로서의 삶에만 안주했다면, 돼지가 된 부모님을 끝내 잊고 오래도록 온천에서 일만 했을지도 모른다. 진짜 이름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치히로는 하쿠를 구하고 부모님을 다시 사람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당신의 또 다른 이름

사회에서 우리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살아간다. 친구들에게는 본명 또는 별명으로, 부모님에게는 딸 혹은 아들로, 학교에서는 학생으로. 이렇게 우리에게 붙여진 다양한 이름들은 요구하는 바가 각자 달라서, 우리는 때와 장소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키며 사회생활을 한다. 문제는 타인이 만족스러워하는 나로서만 살다가는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원래의 나는 어떤 성격인지 등 자신의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체성을 지켜야 할까? 첫째로 거절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 이전에는 내키지 않는 부탁을 어쩔 수 없이 떠맡았다면, 지금부터는 거절할 필요도 있다. 받는 부탁을 모두 다 받아주면, 일의 양이 과중해지고, 다른 사람들 역시 당신에게 부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다. 부담스러운 일은 거절을 하고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수행하면, 업무의 효율도 높아지고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는 자신의 상태를 예민하게 살피자. 주위를 살펴보면 간혹 쉴 시간이 없이 매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뒤처질까 불안해서 더더욱 무리하기도 한다. 그러나 쉬고 싶을 때는 쉬어도 된다. 그렇게 해도 우려하는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함으로써 더 오래 달릴 수 있다. 조급한 마음 때문에 피곤한 몸을 무리하게 재촉하지는 말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진짜 이름이다. 항상 나를 우선으로 두고, 다음으로 타인을 두어야 한다. 진정한 가 굳건해야 사회적인 도 비로소 그 빛을 온전히 발할 수 있다.

쿠하쿠를 유바바의 지배에서 풀려나게 하고, 부모님을 인간으로 되돌린 후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찾은 치히로처럼, 자신의 이름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자. 그 과정은 고되고 험난할지라도, 결국에는 행복한 결말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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