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기간 동안 대화 통해 합의점 찾아 나가야

지난 8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했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 수술실 내부에 CCTV가 의무적으로 설치되며, 환자 또는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수술 장면을 촬영할 수 있게 된다. 이번에 통과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그동안 있었던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 수술, 의료법 위반 범죄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고자 수술실 CCTV 설치 및 운영 의무화에 대한 요구가 받아들여진 결과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이하 대의협)를 비롯한 의료 단체에서는 영상 유출 우려, 방어 진료, 의료진 집중력 저하 등을 이유로 우려와 반발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환자의 권익 보호할 수 있게 돼

의료기관의 수술실 내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거나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 수술, 환자에 대한 성범죄 등의 불법행위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외부와 차단되어있는 수술실 특성상 이러한 의료과실이나 범죄행위가 일어났을 때, 환자가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객관적 증거를 직접 확보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지난 8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수술실 CCTV 의무화를 포함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었다.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CCTV 설치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의료기관의 장이나 의료인은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수술하는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의료기관의 장이나 의료인이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촬영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경우는 응급수술 위험도가 높은 수술 수련병원 등의 목적달성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로 한정된다. 촬영한 영상정보는 수사·재판 업무 수행을 위하여 관계 기관이 요청하는 경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조정·중재 개시 절차 이후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동의 또는 환자와 의료인 등 정보 주체 모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 열람·제공될 수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의료과실이나 범죄행위 유무를 규명하기 위한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하여 환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372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 통과됐지만, 아직 갈 길 멀어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및 운영 의무화 법안이 의료인들의 방어 진료를 조장하고 위험한 수술을 꺼리게 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정형외과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전공의들이 직접 수술을 보고 경험할 기회가 줄어들어 경험이 부족한 전공의들을 양산해 내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며 전공의들의 외과계 기피 현상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외과계 학회(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비뇨의학회)에서도 공동성명서를 내며 법안 철회를 요청했다. 대의협은 의료진 긴장 유발 방어 진료 조장 의료진과 환자 간 신뢰 관계 저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근거로 들며 수술실 CCTV 설치·운영만으로 대리 수술 및 의료사고 증거 보존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주장했다. 대의협은 이 법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으며 헌법소원 등을 제기하여 법적 투쟁을 진행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수술실 CCTV 설치 및 운영 의무화를 요구했던 측에서는 법안 통과를 환영하는 한편 현재 법안으로는 수술실 내부 CCTV 의무 설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는 앞으로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위험성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전공의 수련 등의 목적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처럼 촬영 거부 사유의 불확실한 개념을 시행령에서 보완하는 등 추가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추가적인 논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공공기관이 요청하거나 의료인이 동의해야 정보 열람이 가능하다는 점도 한계임을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수술실 내부 영상 촬영 자체가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함인데 환자가 상시 열람할 수 없다면 제도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라며 환자가 본인의 진료기록에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 일각에서는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수술로 한정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하위법령 마련과 예산지원 등 제도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앞으로 남은 유예기간 동안 의료계, 시민단체들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합의점 및 보완점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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