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 2월 한국판 뉴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이하 미래학교)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미래학교 사업은 건축 후 40년이 넘은 학교 건물 중에서 2,835동(약 1,400개교)을 개축 또는 리모델링하여 교수학습의 혁신을 추진하는 미래교육 전환사업이다. 그러나 미래학교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일부 학교의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학습권 및 안전권 침해, 소통 부재 등을 원인으로 선정 철회를 요구해 난항을 겪고 있다.
◇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교육의 대전환?
미래학교 사업은 ▲그린학교 ▲스마트학교 ▲공간혁신 ▲복합학교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업의 추진 방향은 사용자 참여 원칙'에 기반하여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학교 환경을 통합 전환하는 미래학교 선도 모형을 마련하고,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특색 있는 미래학교 모형을 마련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미래학교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www.그린스마트미래학교.kr )
지난 7월 교육부(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유은혜)는 시도교육청과 함께 미래학교 사업의 2021년 대상 학교 484개교를 선정하며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을 융합해 대한민국 교육 패러다임을 대전환하는 디딤돌 역할을 맡게 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교육 당국의 정책에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부모들은 사업 기간 중 발생할 수 있는 학생들의 학습권 및 안전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사업 대상 학교 중 일부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이 인근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한다. 학교 운동장에 임시 교실(모듈러 교실)을 설치하면 전학을 피할 수는 있지만, 공사 기간 중 학생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견 수렴 절차가 충분치 않았다는 점도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대목이다. 국민의 힘 정경희 의원에 따르면 서울에서 개축 대상으로 선정된 93개교 중 학교운영위원회 의견 수렴을 한 학교는 13곳(14%)에 불과했다. 학부모들은 갑작스러운 학교 개축 소식에 우선 환영하기보단 의문을 품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사업을 바라보게 되었다. 사업의 기본 추진 방향인 ‘사용자 참여 기회 확대’의 가장 바탕이 되는 소통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서울 9개교 ‘추진 보류’
서울 양천구 목동초, 영등포구 대방초·여의도초, 강남구 언북초 등 9개교는 이달 초 서울시교육청에 공식적으로 미래학교 사업 철회 요청 공문을 보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학생의 학습권 및 안전권 문제, 소통 부재가 주요 원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교직원의 안전은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는 강경한 입장에서 물러나 철회 요청을 수용하며 여러 개선책을 제시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각 학교의 조건과 상황에 맞는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생의 분산 배치 ▲단계적 철거 및 개축 ▲인접한 학교의 유휴 건물을 활용한 수업 운영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은 사업 대상 학교별로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라며 “앞으로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학교 설명회, 간담회 등을 통해 학교와 학부모님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가 ‘제2의 혁신학교’라는 학부모들의 오해도 존재했다. 교육부 보도자료에 ‘교수학습 혁신을 추구하는 사업’으로 명시되어 있었으며 사업안내서에도 혁신의 타당성을 평가하도록 해, 미래학교는 이름만 바꾼 혁신학교라는 의심을 하게 한 것이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혁신학교로 가기 위한 사업이 아니다. 노후학교를 개축·리모델링하는 '하드웨어' 구축 사업이다."라며 혁신학교 관련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의 지속적인 해명과 소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부실했던 설명과 설득작업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설 개선 사업이 ‘혁신학교’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결국은 일부 학교 지정 철회라는 상황까지 오게 된 데는 미래학교 사업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 교육 당국의 안일함이 존재했다. 안일함은 곧 소통의 부재로 이어졌고, 현재까지 강도 높은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정책의 대상은 곧 국민이니만큼, 가장 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부분도 국민의 의견일 것이다. 미래학교 사업의 출발에서 간과한 부분은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었다. 교육부는 각 학교가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사업을 신청하는 ‘상향식’ 추진을 구상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이 사업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은 ‘하향식’에 가까웠다. 본래 사업 구상에 부합하는 옳은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어 성공적인 새 교육의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