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열 (역사교육·21) 학우

지난 2019년부터 한국 보디빌딩계에 커다란 피바람이 불어 닥쳤다. 불법 약물 실태를 서로 폭로하는 이른바 약투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보디빌딩 대회는 단순히 운동을 통한 노력으로 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 10명 중 9명이 약물 복용 유경험자인 대회가 되어, 사실상 약물은 기본적으로 해야만 입상 반열에 들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어떻게 운동할지보다 어떻게 하면 안 걸릴 수 있는 약물을 효과적으로 복용할지가 관건이 되었다.

수시 전형 중 하나인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도 이와 같다. 학생부에 약물을 복용한다는 것은 비교과에 없었던 일을 채우거나, 부풀리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 사실 그대로 승부하는 비약물 복용자(이하 네추럴)는 약물 복용자와의 경쟁에서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체육계에서는 미약하게나마 도핑테스트라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학생부 도핑테스트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에 약물이 주입된 학생부를 걷어 내기가 힘든 실정이다. 학종 입시도 보디빌딩 대회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학종 지원자들의 80% 이상은 약물 복용자이기에 약물 없이는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가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학생 개인 능력보다 부모찬스, 학교의 도움을 통하여 앞서 말한 약물을 효과적으로 복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간다. 약물은 돈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돈 있는 사람들이 더 좋은 약물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네추럴 수험생을 보호하고 양심적인 사람으로 우대해주는 것이 아니라 약물 복용자에게 밀려 입시에 실패한 이들을 오히려 약물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은 우매한 수험생으로 만들어버린다. 어느샌가 소신을 지키는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사회로 변모한 것이다.

사회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의 제1원칙은 진실로서 맞붙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입시에서는 기본적인 대전제 조차를 잊은 채 다른 곳에 초점을 두고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나아가는 첫걸음부터 진실의 힘을 괄시하는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이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사회인이 되어 나가는 첫 단추부터 거짓과 날조에 맛 들여진다면 리더가 될 나이에도 그 습관 못 버리고 부정의 길에 쉽게 들어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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