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D.P.’가 화제다. 김보통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D.P.’는 탈영병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에 관한 이야기다. ‘D.P.’가 주목받는 이유는 군대 내 부조리가 왜 사라지지 않는지, 군대 병영문화가 정말 달라졌는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혹자는 최근 군대가 달라졌음을 주장하지만, 군대 내 괴롭힘, 성폭행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군인들의 사례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계속되는 군대 내 부조리, ‘악의 고리’를 단절할 방법은 무엇일까.
◇ 사라지지 않는 군 가혹행위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작품 배경이 된 2014년은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이 일어났던 때다. 소위 ‘윤 일병 사건’으로 불리는 군부대 내 선임병 폭행에 의한 살인사건은 2014년 4월 7일 윤 일병의 사망과 함께 전국적인 공분을 일으켰다. 그가 사망하기 하루 전날인 4월 6일, 가톨릭대학교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촬영된 신체 사진에는 복부, 가슴, 옆구리 등 멍이 들지 않을 곳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한 모습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D.P.'의 가혹행위 묘사에 병영환경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분명 병영환경의 개선은 이루어졌다. 그런데도 군에서의 가혹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해군 강감찬함에서 근무하던 병사가 선임병으로부터 폭언을 듣고 집단 따돌림 등을 당하다 전입 4개월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군사법원이 2020년 제출한 ‘최근 5년간 군대 내 폭행·가혹행위 현황' 자료에 따르면 폭행·가혹행위는 2016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4,275건이 발생했다. 2011년부터 2015년 6월 사이 발생 건수인 3,643건보다 632건 많은 수치다. 이처럼 군내 가혹행위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 반복되는 ‘군 성폭력 비극’
군 성폭력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21년 5월 22일, 대한민국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공군 여성 부사관 이 중사가 남성 상관인 장 중사에게 성추행 및 2차 가해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해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숨진 채 발견되는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군의 자정 능력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일었다. 이후 육군에서도 성추행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례가 보고되면서 군 성폭력에 대한 관심이 재점화되었다.
군 성폭력 문제의 피해자는 사건의 고발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설령 사건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이후 가해자와의 분리 처분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중사 사건 직후 최영애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폐쇄적이고 상명하복의 문화로 인해 피해자는 군에서의 피해 사실을 내부에 알리기도 어렵고, 설령 어렵게 알린다고 할지라도 고립이나 회유, 불이익 조치 등으로 인해 절망하는 일이 반복된다.”라고 비판했다.
◇ 악순환 멈출 실질적 대책은 무엇일까?
군 가혹행위, 성폭력을 비롯한 병영 부조리에 대한 군의 대응은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폐쇄적 군 구조에서 피해자가 발생하면 가해자와 주변인이 사건 은폐를 시도하고, 군 수사기관의 부실한 수사로 인해 올바른 처치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이후 외부 기관에 의해 사건의 실체가 확인되면, 군 지휘부는 사과문 및 대책을 발표하지만, 실제로 가해자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되풀이된다. 군의 사건 은폐, 무의미한 대책은 악순환 반복의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2014년 윤 일병의 심각한 장기손상 상황에도 불구하고 군부대와 최초 부검의가 ‘음식물로 인한 기도폐쇄성 질식사’를 사망원인으로 제시했다. 2021년 공군 이 중사 사건에서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은 사건보고서에 이 중사가 성범죄 피해자라는 사실을 제외했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보면, 성희롱 사건 피해자들이 생각하는 군의 태도는 ‘사건 축소 및 은폐’(25.2%)가 가장 높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군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되도록 조용히 내부적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군조직의 인식을 지적했다.
군은 2014년 윤 일병 사망사고 때 시민단체와 군인 가족들이 포함된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 가동, 보호관심병사 관리와 고충 처리 시스템 개선, 전군 인권교육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놨다. 군 성범죄가 잇따르던 2015년엔 ‘가해자 원아웃 퇴출’을 포함한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도 약속했다. 올해 육·해·공에서 여군 중사·부사관이 성폭력 피해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에도 군은 국방부 장관 직속 성폭력 대응 전담 조직 마련, 국방부 소속 군사법원과 각 군 참모총장 소속 검찰단 창설, 성범죄 전담 재판부 및 수사부 운영 등 제도 개선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대책 자체가 면피성에 그치거나,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지적되고 있다.
‘D.P.’ 6화의 제목은 ‘방관자들’이다. 가해 병사와 군 내부 시스템을 지나, 군 내 인권침해를 알면서도 묵인한 우리 사회는 곧 ‘방관자들’이다. 군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의 인식이 중요하다. 국민이 군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개선에 동참해야, 군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당신도 목격자다”, ‘DP’ 원작 만화의 마지막 장면 대사다. 군의 실태를 목격한 우리는 ‘방관자’가 아닌 ‘방어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