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한다. 모두 다른 생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현명한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삶의 지혜를 얻는다. 분명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지만 겪어야만 하는 삶의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연어의 삶에서도 우리의 삶과 유사한 가치를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맞닥뜨릴 삶의 과정을 미리 볼 수 있다. 그 삶의 여정을 초등교육과 김혜진 교수와 함께 살펴보자.
◇ 학부 시절 교수님께서 가장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인가요?
학부 시절은 아주 오래전 일이라 기억을 더듬어 보았어요. ‘학부 시절에 어떤 책을 읽었지?’ 하는 생각도 많이 했네요. 저는 학부 시절에 책을 무척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 많이 읽지 못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었어요. 특히 소설과 역사 분야의 책을 많이 읽었는데, 학생들에게 책을 소개한다고 생각하니 떠오르는 책이 하나 있었어요. 오늘날에도 스테디셀러인 ‘연어’라는 책이에요. 1996년 즈음 출판된 책인데,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을 읽고 연어를 못 먹겠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해요. 이처럼 의인화한 책들을 보면 동물들의 생각이 실제로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어는 지금도 많이 나와 여러분도 한 번 읽었으면 싶기도 하고, 굉장히 다양한 성찰, 질문들을 주기 때문에 소개한다면 이 책을 말하고 싶었어요. 연어는 바다에서 태어나 다시 강으로 가잖아요. 어떻게 보면 알에서 태어난 새끼 연어가 다시 강으로 돌아오는 일련의 과정은 인간으로 보면 성장,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왜 사는지 삶의 의미들을 찾아가는 그런 과정이라 볼 수 있어요. 그런 것을 쭉 기술하는 책이에요. 책을 통해 자기화도 가능할 것 같네요.
◇ ‘연어’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요?
내용을 보면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와요. 친구, 사랑, 가족, 이런 이야기들이 있죠. 연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요. 어떻게 보면 어려움, 역경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책은 고난과 역경을 거치면서 완성으로 가는 길을 잘 보여줘요. 여러분의 인생은 아마 고등학교 때까지 안정적으로 살았을 것 같아요. 그렇게 대학에 왔는데 생각할 것이 많겠죠. ‘어떻게 살 것인가?’, ‘나의 정체성은 무엇이지?’ 공부만 하고 대학에 왔을 것인데 열린 세계를 마주하면서 왜 공부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요. 우리학교는 앞으로의 길도 정해져 있어서 본인이 이 길이 맞는가 하는 고민도 있을 것 같고요. 저도 그런 고민을 했었어요. 그런데 한 사람의 정체성은 한 사건, 한 시기에 단번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에요. 끊임없이 고민하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는 그런 과정이죠.
연어의 두 가지 이야기가 재미있어요. 하나는 같이 한다는 것이에요. 연어는 무리를 지어 다녀요. 같이 할 수 있다는 어떤 것이 주는 것이 있죠. 여러분도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어요. 그럴 때 함께 한다는 것의, 그리고 같이 가는 사람을 경쟁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하는 게 중요해요. 우리 사회가 고도의 경쟁 사회처럼 보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고도의 협력 사회가 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원시 시대는 나 하나 먹을 것을 구해 살면 되었어요. 그러나 현대는 타인의 협력 없이는 살기 힘들게 되었죠. 서로 굉장히 복잡하게 얽힌 협력구조 속에 살고 있어요. 그러면 서로가 같이 따뜻한 시선으로 볼 줄도 알고 같이하는 소중함도 알 수 있어야 해요. 그런 부분에서 연어의 협력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또 하나는 역경이라는 부분이에요. 인생에 있어서 어려움은 양가적 측면이 있는데, 분명히 어려움은 사람에게 좌절, 트라우마를 줄 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것이 없으면 성장의 길은 없거든요. 결국 연어가 성장, 완성을 위해서는 거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역경, 도전, 시련은 삶의 한 부분으로 꼭 필요한 부분인 거죠. 역경 앞에서 당당하게, 삶의 과정의 일부로 맞닥뜨리고 헤쳐나갈 수 있는 여러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앞서 연어가 어른을 위한 동화라 하셨습니다. 보통 동화는 교훈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연어가 전달하는 교훈은 협력, 고난의 극복과 같은 측면이 클까요?
시, 동화, 그림책의 공통점이 있어요. 에세이나 책은 중심 주제가 분명하지만 시, 동화, 그림책은 읽은 사람에 따라 굉장히 달라질 수 있는 은유를 많이 내포하고 있지요. 같은 내용이라도 제가 읽었을 때와 다른 사람이 읽었을 때는 각자 다른 부분을 볼 수 있어요. 결국은 삶의 여정, 삶의 과정이니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는 사람은 사랑의 내용을, 또 누군가는 방황의 부분을 눈여겨서 볼 수도 있는 거죠.
◇ 이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책을 읽고 바로 그 당시 기억이 무척 강렬하다기보다 계속 되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좋은 책은 한 번만 읽지 않고 여러 번 읽게 되잖아요. ‘연어’라는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연어의 삶과 인간의 삶이 비슷한 것 같다는 것이었어요. 처음 봤을 때와는 달리 나중에 읽으면 다른 의미로, 또 다른 의미로 와 닿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당시에는 ‘연어의 인생은 이렇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인고의 측면에서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삶은 이렇게 다 힘들게 살아가는 여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입시라는 가장 큰 관문을 넘어 이제 되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 또 그 안에서 자잘하게 성인이 되어가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배울 것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곳에서 그만큼 방황을 하게 되고 또 그래야지만 얻어지는 것들이 있고요. 그래서 여러분들은 경험을 굉장히 많이 해보았으면 좋겠어요. 결국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니까요. 그런 시기를 잘 보내야 더 나은 성인으로, 교사로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