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출판계 간 대립으로 좌초 위기 … 소통으로 의견 차 좁혀가야
오는 9월부터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하 출판전산망)이 도입될 예정이다. 출판전산망은 출판유통정보의 투명화를 실현하여 출판유통산업의 선진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출판전산망의 운영 방식을 두고 정부와 출판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산망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상호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다.
◇ 출판사, 작가, 서점의 출판유통정보 파악은 ‘깜깜이’
5월 1일, 출판사 ‘아작’이 작가들에게 인세와 계약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장강명 작가와 아작 박은주 대표의 SNS 게시물에 따르면, 아작은 계약 후 책을 출간한 작가들에게 매년 2회 알려주어야 하는 판매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계약금과 인세 지급을 누락했다. 또한 작가와 협의 없이 오디오북을 발행하기도 했다. 박은주 대표는 이에 대해 작가들에게 사과했다. 장 작가는 사과를 수용하며, 국내 출판계의 불투명하고 비도덕적인 유통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장했다. 장 작가가 겪은 인세 미지급과 같은 문제의 원인은 출판유통정보 공개가 불투명한 데에 있다.
출판사와 작가 간뿐만 아니라, 출판사와 서점 간에도 출판유통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 한국출판인회 박성경 위원장은 “현재 국내 출판유통시스템은 무척 낙후되어 있다. 출판사는 서점에서 책이 어떻게 판매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일부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을 제외한 나머지 서점들은 판매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보내는 과정도 90년대에 머물러 있다. 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보내면 물류 추적도 안 되고 있으며, 서점도 책이 도착해야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출판전산망 도입, 생산·유통·판매 현황 곧바로 확인 가능해진다
출판계는 20년 전부터 출판유통정보 불투명 문제를 인식해왔고, 이를 해결하고자 2018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추진하고 있다. 출판전산망은 국내 출판유통구조의 투명화와 선진화를 위해 구축된 출판유통정보 통합관리시스템이다. 출판물의 생산·유통·판매 과정을 실시간으로 정보화함으로써 지금까지 분산되어 있던 출판유통정보를 관리할 수 있다. ▲메타데이터 관리 ▲홍보 관리 ▲판매·통계 관리 ▲정가변경 관리 등의 기능을 단계적으로 구축하여 현재 시범 운영 중에 있다. 출판전산망은 유통사와 연계하여 출판계 종사자들이 출판물의 판매 현황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세 미지급 등 불공정한 출판유통 관행의 근절과 안정적인 계약 환경의 마련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위원장은 “출판전산망은 신간 출간 정보를 전국의 모든 서점에 실시간으로 정확히 전달하고, 서점의 판매 상황을 출판사에 알릴 수 있다. 이를 통해 출판사와 서점의 관계에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출판사와 작가 관계의 투명성 확보도 수월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 정부와 출판계, 의견 차 좁히기 위한 소통 필요하다
출판전산망은 오는 9월 정식 출범될 예정이지만,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출판전산망의 도입 취지는 동의하지만, 운영 방식에 대한 정부와 출판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일본, 캐나다 등의 출판전산망 사례를 들며 ‘민간 주도’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정부 주도’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전산망의 운영은 출판계의 자발적인 가입을 전제하는데, 현재 가입 의사가 저조한 상황이다. 교보·예스24·알라딘 등 대형 서점은 참여를 확정했지만, 영풍·인터파크·리디북스 등은 참여 여부가 불확실하다. 정부와 출판계의 의견 차에 대해 박 위원장은 “출판전산망 사업은 많은 출판사들이 요구해서 시작되었다. 다만 전산망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는데, 이는 전산망의 위상과 방향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따라서 충분한 토론으로 의견 차이를 줄여 나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출판사의 전산망 가입을 강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필요성을 느끼는 곳이 먼저 들어오고, 이것이 확산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출판계 간 지속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정보 공개 투명화라는 취지가 실현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