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빈 파견교사 (기술교육 전공)
교직을 처음 시작한 때를 되돌아보면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발령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잠시 신학기 준비로 정신없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걱정하던 때가 떠오른다. 학생들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수업은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지 또 맡은 업무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신규교사 연수와 선배 교사분들의 가르침으로 물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배우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했던 첫해의 봄으로 기억된다. 물론 여기서 초임교사의 교직적응을 위한 시스템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고 다만 지겨운 임용고시 공부를 끝내고 이제 가르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학생 때처럼 친절하고 쉽게 가르쳐주는 선생님 없이 또다른 배움의 시작이 기다리고 있음에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첫 학기를 시작하며 잘 구성된 온·오프라인의 연수들과 읽기 쉽게 쓰인 매뉴얼과 지침서 등을 보면서 실수하지 않고 잘 해내려 열심히 공부했고 교장, 교감선생님을 비롯하여 훌륭하신 선배교사분들과 근무하며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노하우와 교육관 등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물론 고사원안 출제부터 학부모 상담, 학교폭력 사안처리 등 처음 겪어보는 일에 크고 작은 실수도 있었고, 많은 어려움에 때론 힘들고 좌절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하나씩 배워가며 성장해 갈 수 있었고 1년, 2년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어느덧 3년이 지나고 부끄럽지만 새싹 교사로서의 껍질을 벗었다는 자신감과 함께 매너리즘에 살짝 빠지려고 하던 시기가 찾아왔다. 가르쳤던 내용을 반복하다 보니 수업연구에 조금씩 소홀해졌고 업무도 비슷한 일들을 처리하며 지루함을 느꼈다. 그러던 중 여름 방학이 되어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받으며 다시 대학생이 된 것처럼 강의를 들으며 전공분야를 공부할 기회가 생겼다. 오랜만에 대학교 강의실에 앉아 교수님들과 선배 교사분들의 강의를 들으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현재에 안주하고 있던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었다. 그리고 전공 지식에 대한 배움과 수업 연구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자세가 원동력이 되어 좋은 성적으로 연수를 이수하게 되었고, 교육 현장에 돌아와 좀 더 질 좋은 교수학습의 밑거름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3주간의 배움은 조금 짧다고 느껴졌다.
되살아난 불씨와 함께 교직생활을 하길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다. 몇 번의 개학 연기 후 온라인 수업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당시 정보부장 보직을 맡고 있던 터라 급하게 해야하는 일들이 생겼다. 온라인 플랫폼은 어떤 종류가 있고 운영 방법은 무엇인지, 원격 수업을 위해 필요한 기자재는 무엇인지, 디지털 교과서부터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들까지 끊임없이 공부했던 것 같다.
일급 정교사 연수 후 현장에 돌아와 일을 하면서, 또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수업과 교과에 관련된 서적과 연수들을 활용해 필요한 자료와 정보들을 얻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충분한 시간 동안 조금 더 전문적인 전공 분야의 내용을 연구하고자 하는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 커졌다. 그래서 교원대학교 대학원 특별연수 파견에 지원하게 되었고, 현재 입학하여 설레는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다. 2년간의 파견을 통해 이러한 배움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고 교과 전문성을 신장하여 조금이나마 교육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 글의 시작에서 언급했듯 교직을 처음 시작했던 때, 나는 가르칠 일만 남았지 이렇게 계속 공부하고 배우리라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앞으로 2년간 대학원에서의 시간이 가치있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고 계속해서 배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로 교직생활을 해나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