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공투단, 장애인의 이동권과 탈시설 등 권리 보장 요구
◇ 강경한 태도 아래서야 드러난 ‘장애인 차별 철폐 요구’
4월 20일 오후 1시 20분경,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은 세종시 BRT 중심 도로 6차선을 점거했다. 당초 신고된 시위 영역을 벗어난 기습 시위였다. BRT 운행과 모든 차량 운행이 마비되고 시민들은 우회하여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들은 세종시의 저상버스 비율은 물론 현재의 낮은 실효성을 제고하라 요구했다. 4월 21일 오전 8시 10분경, 몇몇 활동가가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담벼락에 올라섰다. ‘탈시설’ 용어를 부정하지 말라며 복지부 장관 면담을 요구했다. 경찰은 이들을 연행하기 위해 방패를 들고 폭력적으로 진압해 에워쌌다. 이 진압으로 현장 분위기는 격화됐고, 활동가는 “폭력 경찰 물러나라”고 외치며 대치하였다.
420공투단은 4월 20~21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를 열고 노숙농성을 진행했으며, 세종시 메인도로 점거라는 강경수까지 두었다. 이들은 장애인이 이동권, 시설 수용 등에서 차별받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까지 장애인이 어떤 대우를 받아왔기에 강경책이라도 써야 했는지, 요구사항 중 ‘탈시설’의 맥락을 소상히 알아보았다.
◇ 로드맵 미비·예산 부족 등, 탈시설에 무관심한 우리사회
‘탈시설’은 ‘장애인 생활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개인별 주택에서 자립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결국 지역사회에 통합되는 것이기 때문에 소규모 시설 및 그룹홈 또한 탈시설에 반한다. 탈시설은 각종 활동과 결정을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장애인에게 온전히 보장되도록 하는 데 핵심적이다. 이러한 선택은 개인의 정체성 및 인격을 발전시키는 일과 결부된 의식주, 동거인 등 생활의 사소한 영역까지 포괄한다.
우리나라는 장애인 탈시설화가 잘 이행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중 42번에서 “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 조성”을 실천과제로 내세웠고,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8~2022)’에도 탈시설 정책을 포함하였다. 하지만 정부는 탈시설 10년 로드맵 등이 2019년 도출됐음에도 이를 2년이 지나도록 발표치 않는(2021.4.21. 최혜영 국회의원 보도자료) 등 실천 의지를 내보이지 않았다. 올해 3월 24일에 들어서야 정세윤 국무총리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의 8월 발표 예정을 통고하였다.
국가 수준의 로드맵이 부재하다보니 체계성과 일관성이 떨어져 ▲탈시설 실적 부진 ▲지역별 탈시설 지원 편차 극화 같은 부작용이 심하였다. 작년 한 해 탈시설 장애인 수가 843명인 데 반해 시설 입소 장애인은 2,251명으로 2.7배 가량 많았으며 전국적으로 ’19년 대비 탈시설 장애인 수가 감소했다(같은 자료). 탈시설 지원금은 서울이 인당 1,300만원, 충북이 500만원, 울산·세종·충남이 0원 등이었으며, 활동지원서비스 추가지원은 서울과 경기 208명이 대부분이고 울산·전북은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2021.2.17. 최혜영 국회의원 보도자료).
로드맵 확보만 아니라 예산 지원도 부족하다. 전년도 대비 올해 장애인거주시설운영 예산은 10.1% 증액됐으나 장애인 자립생활지원 예산은 2% 증액에 그쳤고, 탈시설 직접 관련 예산은 중앙정부 차원의 ‘지역사회전환지원센터(탈시설지원센터)’ 1개소 설립 책정이 유일하다. 장애인거주시설운영 지원비만 해도 올해 5469억 5000만원인 데에 비해 장애인 탈시설 예산은 2억여 원에 불과하다(같은 자료).
◇장애인 시설 수용은 그 자체로 인권 침해
장애인거주시설은 장애인 권리 보장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침해는 1987년 부산 형제복지원, 2017년 대구 희망원, 2020년 무주 하은의 집 등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중이다. 장애인 학대 38%가 집단 이용시설에서, 이중 62%가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발생하였고, 시설 거주 장애인 71%가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지 않으며 통장·신분증을 시설에서 관리받는다(2021.4.21. 최혜영 국회의원 보도자료).
▲장애인 100명 중 1명, 지적장애인 10명 중 1명 시설 생활 ▲시설 거주 10년 이상 58%, 20년 이상 25%(같은 자료) 등에서 장애인 상당수가 시설에 기거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비자발적 입소 비율이 67.9%로 조사됐다(<표1>). 자발적 입소 사유도 완전히 자발적이라고 보기 힘든 이유가 다수다(<표2>).
<표1>
|
시설 입소 사유 |
빈도 |
% |
|
나는 원하지 않았지만 입소 |
317 |
67.9 |
|
나의 뜻으로 스스로 입소 |
67 |
14.3 |
|
기타(기억 안 남, 잘 모름 등) |
83 |
17.8 |
|
계 |
467 |
100.0 |
<표2>
|
자발적 입소 사유 |
빈도 |
% |
|
가족들에게 부담 주기 싫어서 |
21 |
36.8 |
|
주위 사람들의 시선(편견) 때문에 |
1 |
1.8 |
|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
14 |
24.6 |
|
살 곳이 없어서 |
3 |
5.3 |
|
기타(시설장 권유, 시설이 좋아서, 가족 간 갈등 등) |
18 |
31.5 |
|
계 |
57 |
100.0 |
(출처 : 국가인권위원회(2017.11.30.),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
장애인거주시설은 ▲송파 신아재활원, 안산 평화의 집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 ▲전체인구 감염률에 비해 4.1배 높은 시설 거주 장애인 코로나 19 감염률(2021.3.3. 장혜영 국회의원 보도자료) 등에서 볼 수 있듯 전염병 예방에도 더욱 취약하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나라가 가입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이하 CRPD)에 배치된다. 2008년 12월 CRPD를 국회에서 비준하고 2009년 1월부터 발효하여 CRPD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었다. CRPD는 19조에서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자신의 거주지 및 동거인을 선택할 기회를 가지며, 특정한 주거 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받지 아니한다.” 등으로 규정하여 탈시설의 지당함을 직접적으로 밝혔다. CRPD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CRPD에 의거해 장애인 탈시설과 이에 따른 지원을 이행하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를 이행치 않는다 해도 우리는 유엔에 진정할 권리가 없다. CRPD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까닭이다. 우리나라는 11년째 비준 결정을 미루고 있어 장애인 권리 실현을 방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택의정서는 가입국으로 하여금 개인진정제도와 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 직권조사제 등을 인정하도록 한다. 진정제도는 당사국이 CRPD에 따른 장애인 권리의 침해 등을 국내적으로 해결하지 않을 때 개인·집단 또는 대리가 위원회에 조사·심리·개정 권고를 요청하는 제도이다. 직권조사제는 위원회가 권리 침해 등을 인지한 경우 당사국을 방문해 직접 조사할 수 있는 제도이다. 선택의정서를 비준해야 이 둘을 통해 장애인 권리의 실질적 보장까지 기대할 수 있다. 선택의정서는 장애인 권리 보호 국면 전환의 발판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 위원회의 심의에서 선택의정서 비준을 권고받았고, 2차와 3차 정부보고서에서 이를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비준치 않고 있다.
◇탈시설 지원 위해 법제 마련 필요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해 체계성과 책임감을 제고한다. 이 법안은 ▲탈시설 정의 ▲탈시설지원 및 지역사회 서비스 제공 ▲탈시설 절차 ▲인권침해조사 및 시설제재 방안 ▲장애인거주시설 10년 내 폐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전과 달리 ‘탈시설’ 정의를 고정하여 해석의 명확성을 추구하고, 시설 조사와 기타 서비스 확장으로써 장애인 지역사회 통합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10년이라는 기간을 두어 점진적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한 데 의의가 있다. 본 법안은 작년 12월 10일에 최혜영 의원 대표로 발의되었으나 국회에서 계류하다 자동폐기되었다. 올해에는 이를 제정하기 위해 3월 30일부터 총 5회에 걸친 연속토론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유튜브 ‘최혜영TV 함께혜영’에서 함께할 수 있다.
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해 관련 연맹과 협회가 꾸준히 노력 중이다. 하지만 장애인은 시설에서 관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라는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고, 이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냉혹하다. 탈시설을 위한 법과 로드맵 마련 등 적극적인 움직임이 국가 차원에서 필요하다. 이를 촉구하기 위해서 사회 전반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장애인이 자율적으로 살아가며 공존하는 그날까지 우리의 관심은 계속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