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우(컴퓨터교육·17) 학우

때는 일본이 2차 대전에 참전 중이던 1940, 만주에서 출장을 마치고 온 고베 시의 무역 회사 사장 유사쿠는 아내 사토코의 따뜻한 환대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회사 직원들과의 반가운 회동, 미국 무역상과의 계약 체결도 잠깐이던 어느 날, 회사에서 말단 직원으로 일하던 유사쿠의 조카 후미오가 소설가로서의 꿈을 밝히며 퇴사를 선언하고 히로코라는 일본 여인이 고베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됩니다. 사토코는 본인도 모르는 영문으로 헌병대에 소환되고, 헌병의 분대장 타이지는 남편의 신변에 변화가 없었는지 신문합니다. 그런데 타이지는 사토코와 어릴 적 친했던 그녀의 소꿉친구입니다.

<스파이의 아내>90년대 전후에는 <큐어> 등의 공포영화로, 이후 2010년대에 들어 <크리피>, <산책하는 침략자>, <해안가로의 여행> 등 다양한 장르영화들을 만들며 국내외 평단에서 주목받아온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가 2020년 공개한 신작입니다. 기존 영화들이 촬영되던 화질(4K)보다 더 뛰어난 화질인 8K로 촬영되어 일본 방송사 NHK에서 선 방영되었고, 국내에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되었다가 올해 초 개봉하였습니다. 극장 상영을 위해 원본 소스를 재보정하며 화질이 8K에서 2K로 다운그레이드되었는데 이것이 영화의 감상에 유의미한 변화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스파이의 아내>는 태평양 전쟁 직전 고베 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고베 시 한 무역상의 아내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진행되는데, 무역상 유사쿠가 만주 출장을 갔다오며 목도한 끔찍한 일본 전쟁의 실상과 참상이 동기가 되며 그들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앞서 언급했던 히로코는 사건의 단초가 되는 인물인데, 헌병 분대장은 그녀가 만주에서 군대의 간호사로 일했으며 유사쿠가 만주에서 돌아오는 길에 데려온 인물이라는 사실을 사토코에게 알려 줍니다. 사토코는 그녀와 남편 사이에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일이 있다 생각하며 남편을 의심하게 됩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이전에 만들었던 작품처럼 그가 구상부터 각본과 감독을 전적으로 담당한 작품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차별점이 있습니다. <스파이의 아내>는 영화 <아사코>로 국내에 알려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함께 각본 작업에 참여한 영화인데, 그래서인지 사랑에 빠진 인물과 이 인물이 극의 당연한진로를 방해하는 방식도 볼만합니다. 사토코는 자신과 남편의 관계를 의심하면서 당신이 스파이이면 자기는 스파이의 아내라고 말을 하며 남편보다 먼저 행동에 앞서기를 자처합니다.

유사쿠가 히로코와 관련이 있다는 언급을 들은 사토코는 그의 조카 후미오를 찾아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궁을 하는데, 후미오는 미쳐 버린 사람처럼 이모는 자기가 만주에서 본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중얼거릴 뿐입니다. 그러나 이내, 후미오는 아무도 모르는 사람에게 오히려 희망이 있을 수 있다며 한 뭉치의 서류 더미를 유사쿠에게 전달해줄 것을 부탁합니다. 이 첫 임무를 수행하며 사토코는 유사쿠로부터 서류 더미가 일본이 만주에서 실행 중인 생체 실험에 관해 낱낱이 쓰인 문건이자 그것의 영역본임을 알게 됩니다. 남편이 없는 틈을 타, 사토코는 그가 만주 관련 자료를 보관하는 금고를 열게 되고 그곳에 보관된 필름을 돌려 보며 자신의 행동을 결심합니다. 과연 이들의 행적은 어떻게 될까요, 사토코는 남편의 대망을 도울 수 있을까요. 325일 개봉, <스파이의 아내>는 현재 전국 일부 극장에서 상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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