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없는 지역의 시민으로 산 지 1년이 좀 안 됐다. 그리고 이번 4월 2일 오전, 기차를 타기 위해 눈을 떴다.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서였다. 가장 가까운 사전투표소 위치를 알아보다 결국 내리기로 결정한 곳은 서울역이었다. 기차에 타 후보들의 공약을 다시 천천히 읽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기차역에 내려 사전투표소를 찾아가다 여러 대의 카메라를 마주치고, 선거 소감을 묻는 인터뷰 요청에 잠시 고민해 보기도 했다. 첫 투표가 아니기에 상당히 새삼스러웠지만, 기표용지에 도장을 찍는 1분도 안 되는 순간을 통해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몇 번을 해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번 재보궐선거의 사전투표율은 20.54%로, 가장 최근 선거였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사전투표율인 26.69%보다 낮았다. 전체 투표율 또한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66.2%였지만, 이번에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광역자치단체장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은 60%를 넘지 못했다. 구·시·군 의회의원 선거 투표율의 경우 39%에 그쳤다. 원래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이 임기만료 선거보다 낮은 경향이 있고 선거인 수가 다른 만큼 정확한 비교는 어렵겠지만, 지난해 21대 국회의원 선거와 같은 날에 치러진 재보궐선거의 최고 투표율이 67%, 최저 투표율이 63%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광역자치단체장 두 명이 궐위된 이번 상황에서 투표율이 유의미하게 높지 않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전투표소의 수를 늘려야 한다. 실제로 재보궐선거를 치르면서 사전투표소의 부족이 아쉽게 다가왔다. 이번 재보궐선거 때는 청주에 사전투표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었고, 충북에서 사전투표가 가능한 곳은 보은군뿐이었다.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는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 지역에만 설치되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전투표는 유권자의 편의 개선을 통해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사전선거가 아닌 본 투표일에는 모든 유권자가 주소지 내에 있는 투표소에 가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시간적, 공간적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사전투표제도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의 경우 이러한 불편함은 여전하다.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조금 줄었을 뿐이다. 물론 재보궐선거의 사전투표소가 전국 각지에 설치된다면 그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테다. 하지만 이번 재보궐선거의 사전투표율이 역대 재보궐선거의 사전투표 중 가장 높았고, 임기만료 선거와 재보궐선거의 사전투표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일정 인구수 이상 지역이나 타지에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은 곳에 사전투표소를 추가적으로 설치하는 등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인식 개선 역시 필요하다. 사전투표를 마치고 SNS 계정에 투표 인증샷을 올리자, 동창에게서 ‘어휴... 애국자세요?’, ‘아 뭐 애국하세요~’라는 답장이 돌아온 일이 있었다. 이는 재보궐선거 투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진 사람이 아직도 존재함을 보여준다. 재보궐선거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가 당선인의 임기가 된다. 당선인의 임기가 그리 길지 않아 중요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불미스러운 일로 궐위된 경우 유권자들이 정치에 부정적인 인상을 가져 생기는 정치적 무관심 현상이 투표 불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재보궐선거의 중요성은 생각보다 크다. 임기만료 선거와 같이 재보궐선거 역시 자신의 손으로 대표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다. 짧은 기간이라도 대표자의 업무를 통해 무언가 바뀔 수 있다. 또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재보궐선거가 실시되지 않은 해는 없었다. 이번 선거의 유권자가 아니더라도 언제든 재보궐선거의 유권자가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시작인 재보궐선거에 관심을 갖고, 의미있는 한 표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