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90.1% “교육 필요하다”··· “받은 경험 있다”는 정작 40.1%뿐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의 ‘2020 청소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고등학생 100명 중 14명(13.6%)은 최근 1년 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서울특별시의 고등학생은 최근 1년 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학생의 비율이 25.1%에 달했다. 하지만 노동현장에서 약자인 청소년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노동은 청소년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에, 학교에서는 노동인권 교육을 통해 청소년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노동현장에서 적절한 대우를 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 청소년 노동,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지만
청소년이 노동할 때,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이 준수되어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에, 청소년과 성인 모두에게 해당한다. 근로기준법 제17조에는 임금, 소정 근로시간, 휴일, 연차 유급 휴가 등을 명시해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 성인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여 노동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있고, 법적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청소년의 특성을 고려한 법률도 존재한다. 청소년기본법 제52조의2, 제53조의3에서는 청소년 근로의 관계법령 위반 사실을 인지할 경우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국가나 지자체가 청소년에게 해결 지원 및 근로 권익 보호를 위한 사업을 지원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 청소년들의 부당한 노동환경 ··· 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 교육 필요해
그러나 정작 노동현장에 있는 청소년들은 법의 울타리 안에서 대우받지 못할뿐더러 노동자로서의 기본 권리조차 제대로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청소년노동인권센터와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 3,289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청소년 노동인권 의식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중에 한 번이라도 부당대우나 인권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학생의 비율은 49.8%로 나타났다. 이 중 부당대우의 경우,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고 일한 적 있음(23.6%) ▲임금을 계약보다 적게 받거나 받지 못한 적이 있음(23.2%) ▲일하기로 한 날 모두 일했는데 주휴수당을 받지 못한 적 있음(18.3%)의 순서로 나타났다. 또한 욕설·폭언(28.5%), 무시 또는 차별(17.9%), 성적 괴롭힘(8.4%) 등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부당대우나 인권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학생 중 82.8%의 학생들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고, 21.5%의 학생들은 용기 내어 항의했지만 ▲도움이 되었으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음(34.2%) ▲전혀 도움이 안 되었음(31.6%)으로 대응 효과가 미미했다. 이는 한국사회의 노동현장에서 청소년들의 위치를 보여준다.
일하는 청소년들이 부당대우와 차별에 시달리는 상황이 잇따르면서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90.1%의 청소년이 노동인권 교육이 필요함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노동인권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41.1%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교육의 필요성이 드러난다. 청주노동인권센터 전필민 사무국장은 “청소년기는 정서적 발달도 이루어지는 시기인 만큼 스트레스나 압박, 불안감을 대처하는 데에 약하다.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와 어떻게 도와주는 지가 그들에게는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 노동인권 교육은 단순히 노동과 관련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대우에 맞설 수 있는 용기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함께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 ‘수박 겉핥기식’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그렇다면 우리나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노동인권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민대학교 교육대학원의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에 관한 연구_고등학교 사회과 노동인권 교육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 내용 중 노동인권 교육에 관한 내용은 5개 교과목을 합해 77쪽이었다. 독일의 경우, 300쪽이 넘는 교과서가 모두 노동과 관련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청소년들이 노동현장에서 부당대우를 마주했을 때,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주장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을 담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은 학교나 교사의 재량으로 진행되거나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되지 않은 선택적 교육이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2020 청소년 노동인권 의식 및 노동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인권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은 ▲노동 관련 법률(64.4%) ▲노동의 의미와 가치(61.3%) ▲피해구제 방법 (52.1%) ▲노동인권 감수성(22.2%) 등을 배웠다고 답했다. 피해구제 방법이나 노동인권 감수성 등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데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내용은 상대적으로 적게 교육되고 있는 것이다.
◇ 정규 교육과정 내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전필민 사무국장은 “학교 교과과정에 노동 관련 과목을 개설해 의무교육에 포함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독일은 초등학교 때부터 역할을 나눠 노사협의를 모의연습하고 배운다. 프랑스도 학교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널리 홍보하고 설득하는 방법(선전·선동),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단체행동(파업·시위 등)을 효과적으로 하는 기술들을 가르친다”며 노동인권 교육이 실질적인 내용을 담은 의무교육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용어 해설과 개념 설명에서 나아가 청소년들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고민해보는 참여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모든 청소년이 안전한 환경에서 만족도 높은 노동을 하는 그날까지,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