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서민지 교수 제공
사진 / 서민지 교수 제공

교수님께서 감명 깊게 읽으신 책은 무엇인가요?

 제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은 Oliver Burkeman“The Antidote: Happiness for people who can’t stand positive thinking”(국내 번역본: “합리적 행복”)입니다. 제가 학부 졸업 및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어하던 무렵, 온라인에서 추천받아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접했었던 자기계발서들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저에게 크게 와 닿거나 큰 영향을 끼치진 않았기 때문에 큰 기대가 없었는데, 이 책은 저에게 오래 기억에 남게 되었습니다.

"The Antidote"는 인생에서의 행복에 대해, 그리스 철학자에서부터 심리학자, 비즈니스 컨설턴트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의 견해를 소개합니다. 이 책의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기존에 널리 알려진 행복에 관한 통념들과 달리, 인위적인 긍정적 및 목표 지향적 태도를 오히려 지양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책과 미디어들로부터 긍정적인 생각만을 추구해야 행복에 도달할 수 있음을 주입 받게 되는데, 이 책은 인간의 부정적 감정인 불안감, 걱정 등을 포용하는 행복을 향한 부정적인 경로를 소개합니다.

 

긍정적인 사고만이 행복에 도달하는 길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부정적인 마음이 오히려 행복과 가까워진다는 역설적인 표현이 의아하기도 합니다. ‘행복을 향한 부정적인 경로라는 말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행복을 향한 부정적인 경로는 긍정적인 사고 만이 행복에 도달하게 해준다는 믿음에 사로잡힌 사회에게 또 다른 경로를 제시해줍니다. 때로는 행복 하고자 애쓰기 위해 불안정, 불확실함, 실패 등의 부정적 감정을 강박적으로 제거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감의 상실, 두려움, 혹은 불안감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어떤 일에 대해 불안감에 휩싸인 친구에게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켜준다면, 그 친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큰 안심의 근거를 찾고자 할 것입니다. 이때 안심 자체가 오히려 친구의 불안을 가중 시킬 수 있습니다. 걱정하는 일이 절대 안 일어난다고 안심시켜주는 것 자체가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정말 큰 재앙이라는 친구의 믿음을 강화함으로써 불안의 고리를 더 조여주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부정적인 경로는 우리가 피하고자 애썼던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한 다른 태도를 취합니다. 부정적인 경로의 방법의 하나로 소개된, 스토아 철학자들의 부정적 시각화는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직시함으로써 불안을 일으키는 생각을 약화시키는 전략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나쁜 일을 미리 상상해보면 막상 우리가 비합리적으로 두려워하는 것만큼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맹목적인 긍정적 사고를 통해 얻은 행복은 자칫하면 더 큰 불안감이나 슬픔에 빠질 수 있지만, “부정적 시각화는 견고한 평온함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이 책에서는 긍정적인 사고 자체를 비판하고, ‘행복을 향한 부정적 경로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경로는 우리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사고를 강요함으로써 나타나는 부작용을 방지해주는 균형을 잡아주는 무게추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만이 자리 잡기 힘든,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러한 부정적인 경로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저는 학부 시절에 현대 사회를 성공적이면서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심리학을 다룬 교양 과목을 들었었습니다. 여러 심리학 실험 및 인터뷰 사례들을 통해 긍정적인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성공에 도달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지가 주 내용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저는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제일 먼저 그 속에서 걱정할 거리나 단점들을 찾아내는, 긍정적인 사람과는 반대되는 사람이었습니다. 따라서 오랜 시간 동안 저는 저 자신을 완전히 바꿔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을 통해 걱정과 불안감이 피해야만 하는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들을 포용함으로써 평안함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있고, 긍정적인 생각을 인위적으로 강제할 경우 오히려 행복에서 더 멀어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저의 가장 큰 단점으로 생각했었던 긍정적이지 않은 자세를 무작정 없애기보다는 받아들임으로써 이와 공생하는 자세를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안타깝게도 인생에는 좋은 일만 일어날 수 없으며, 힘든 시기가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제가 학부와 대학원 시절을 되돌아볼 때 후회하는 점 중 하나가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저 자신에게 너그럽지 못하게 대한 것이었습니다. 여러 고민과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저 자신에게 저는 끊임없이 내가 나약해서 그런 것일 거야’, 혹은 내가 속 좁아서 그런 것일 거야라며 제가 느꼈었던 감정들을 늘 부정해왔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피하기보다는, 그 감정들을 직면함으로써 왜 내가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는지 고민하고, 저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쳤더라면 더 행복하고 생산적인 학창 시절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러분들께서 하시는 고민이나 걱정, 힘든 점들도 모두 존중받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직면함으로써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깊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복에 도달하는 자신만의 경로를 찾기를 바랍니다.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