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9, 징역 16개월과 치료감호¹를 선고받은 발달장애인 황 씨는 선고받은 형기의 약 8배의 시간이 지나서야 치료감호소를 나올 수 있었다. 징역을 선고받은 지 114개월 만이다. 황 씨는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치료감호 종료 신청을 해왔지만, 정확한 이유를 듣지도 못한 채 매번 거절당했다. 이는 황 씨만의 일이 아니다. 자폐성 장애인 이 씨 또한 2019년에 징역 1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징역형 형기가 만료됐지만, 치료감호 종료를 거부당한 채 여전히 치료감호소에 있다. 황 씨와 이 씨의 변호인단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치료감호는 이들을 사회에서 배제하고 격리하는 중대한 차별행위라고 주장하며 지난 30,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발달장애인을 치료해야 한다란 인식 자체가 문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재범의 위험성이 있거나 특수한 교육·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치료감호 처분을 내리고 있다. 여기서 황 씨의 변호인단은 치료 필요성부분에 문제를 제기했다. 공익인권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발달장애인은 정신과 질환이 있는 게 아니어서 애초에 치료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법원에서 발달장애인에게 징역형과 더불어 치료감호 처분을 내리는 것 자체가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뜻이다.”라고 지적했다. 신관우 한세대 박사는 논문 범법 자폐성 장애인의 처우에 관한 연구에서 발달장애인인 자폐 장애는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완치될 수 없고, 약물 처방으로 호전될 수 없다는 제한 사항이 존재한다.”라며 치료감호소의 약물 처방으로는 일시적인 증상의 감소는 가능하겠지만 발달장애 자체에 대한 치료로서 보통 정도의 지능 지수로 올라가거나 증상이 갑자기 없어지는 변화 가능성이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사회로 복귀했을 때 근본적인 자폐장애에 대한 행동 양상이 치료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라고 밝혔다.

치료감호소 내에서 황 씨에게 이뤄진 치료 또한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재 치료감호소 내 어떤 치료와 처치가 이뤄지는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발달장애인일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황 씨가 치료감호소에서 받은 처방전에는 설트랄린이라는 약물이 있는데 이는 우울증 환자 등에게 쓰이는 약물로 황 씨의 장애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 치료감호소에서 황 씨에게 어떤 치료를 받고 처방을 받았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아 지난 114개월간 황 씨와 그의 가족들은 황 씨가 어떤 치료를 받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불투명한 심사 기준과 형식적인 기각 사유 전달

발달장애인 황 씨는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위험 수준 에 해당하는 0점을 받고 의료진으로부터 치료감호 종료의견을 받았음에도 치료감호 종료 심사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하지만 작년 12월 황 씨의 변호사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치료가 필요 없는 발달장애인을 치료 명목으로 감호하는 것은 장애에 대한 차별이란 시정 권고 진정을 제기하자, 2주 만에 황 씨의 퇴소 조치가 이뤄졌다. 염 변호사는 치료감호 종료 신청서 내용의 변화가 거의 없었음에도 2주 만에 퇴소 조치가 이뤄진 것 자체가 제대로 된 기준 없이 심사한다는 반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치료감호심의위원회에서 매달 대략 150건에서 250건을 한 번에 심사하는데 이게 제대로 된 심사가 되는지 의문이다.”라며 치료감호 심사의 충실성을 지적했다.

치료감호 종료 신청 기각 사유에 대한 고지에서도 법무부와 황 씨, 이 씨의 입장이 달라 논란이 되고 있다. 법무부는 입장문을 통해 법령에 따라 치료감호자와 법정대리인에게 불허 결정서(주문과 이유 포함)를 보내고 있고, 담당 의사는 불허 사유를 대상자에게 직접 설명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황 씨와 이 씨는 기각 사유에 대해 고지받은 적이 없으며 신청 기각 고지도 형식적인 전달에 그쳤다.”라고 호소했다.

◇ 수개월 징역에도 최대 15년까지 치료감호소 수용될 수 있어

현재 치료감호법상 치료감호 기간은 심신장애자에게 15, 약물 등 중독자에게는 2년의 상한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황 씨처럼 형기가 짧은 편이라도 최대 15년까지 치료감호될 수 있다. 장승일 전남대 박사는 논문 정신장애 범죄인에 대한 치료감호 제도의 현황과 개선방안에서 범죄 유형별로 차별화하여 치료감호 기간을 규정할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그는 외국의 입법례를 통해 부정기형 선고 자체가 부당하다고는 볼 수 없으나 범죄 유형별 분류 없이 일률적인 15년의 상한은 개별적인 치료 처우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라며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행했음에도 치료감호의 대상이 되고 15년의 상한 규정이 적용된다면, 퇴소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가 있더라도 퇴소 여부 결정권자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크다. 정신장애 범죄인이 저지른 범죄의 중함에 비례해 치료감호 기간을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황 씨와 변호인단은 부적절한 치료감호 자체가 고문 유형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하며 유엔에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다. 발달장애인이란 이유로 행해진 부적절한 치료감호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차별일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이다. 재범의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 판단에 있어 타당한 기준이 마련되어 발달장애인이 저지른 범죄에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1) 치료감호: 심신장애 상태, 마약류·알코올 등 약물중독 상태, 정신성적 장애가 있는 상태 등에서 범죄행위를 한 자를 대상으로 치료감호시설에 수용하여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 복귀를 촉진하는 보호처분.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