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간혁신사업’,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새로운 공간을 꾸리다.

사진 / 서창고등학교 제공
사진 / 서창고등학교 제공

네모난 교실 속 네모난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만 했던 감옥같은 학교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빛깔과 함께 교실은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2018년 처음 시작된 학교 공간혁신 사업은 2019년 시범기간을 거쳐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교 공간은 실제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학교 공간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학생들이 원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기 위한 학교 공간혁신사업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학교라는 공간이 죽어가고 있다.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이재림 교수는 공간혁신사업의 필요성을 4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지나치게 오래된 학교 시설은 학생들의 안전권과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다. 2021년 교육부에서 발표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종합 추진계획에 따르면 현재 전체 학교 시설 40,000여 동 중 낡은 건물은 2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단열기준 미적용, 냉난방시설 노후 등으로 아이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받지 못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므로 쾌적한 환경이 필수이며, 학습공간 외에도 휴게실, 광장 등 학생들이 편안하게 휴식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미래사회에 요구되는 디지털 환경 기반교육을 위한 기기, 시설 등도 부족하다. 수업 중 학생과 교사 모두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경우는 16.7%, OECD국 평균 37%인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교수 방법이나 AI, 에듀테크와 같은 다양한 기술을 교육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학습환경이 갖춰질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획일화된 공간은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방해하고 있다. 학교 교실이라고 하면 대개 녹색 칠판, 일렬로 배치된 책상과 의자를 떠올린다. 이는 다양한 활동 중심의 교육과정과 적합하지 않다. 지식 전달 위주의 강의식 수업에서 학생이 스스로 참여하여 지혜를 깨우치는 방향으로 교수학습방식이 변화하는 만큼 교육 공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유연하게 활용 가능한 다목적실, 프로젝트실, 활동마당 등 다양한 공간이 필요하다.

또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와 교류하고, 사회 조직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지역시설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지역주민들과 학생들이 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의 복합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이 공간에서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 운영하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이 주체가 되는 공간혁신사업 과정

경남의 서창고등학교는 학생들의 요구와 고교학점제 등 변하는 교육과정에 적응하기 위해 작년부터 공간혁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교사들이 원격연수를 통해 공간혁신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고, 교사 기획단을 구성하여 답사를 진행하였다. 이후 학생들에게 공간혁신교육을 진행하고, 학생 기획단을 모집하였다. 학생들은 기존의 학교 공간을 탐색한 뒤 공간혁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모형을 제작하여 아이디어를 구현했다. 서창고등학교 노혜영 교사는 학교라는 공간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므로,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사업을 진행하였다.”라며 아이들이 학교를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맡아, 책임감을 갖고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라고 말했다.

학생과 교직원의 휴식과 소통의 공간 마련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한 다용도실 확보 학생 요구에 따른 예체능실·기능실·정보실 개선 등이 이루어졌다. 또한, 학생들이 자주 방문하지 않았던 공간을 되살리기 위해 벽을 허물어 마당으로 활용하는 등 모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노혜영 교사는 공간혁신사업을 통해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에 애정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라며 공사가 마무리되면 아이들이 원하는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꾸려가는 모습이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적극적인 공간혁신, ‘행정 절차 완화장기적인 계획필요해

교육의 변화를 꾀하고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공간혁신사업이지만, 그 과정에는 어려움 또한 존재한다. 노혜영 교사는 지나치게 많은 행정적 절차를 교사들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이에 학생들의 의견을 모두 반영할 수 없고, 교사들도 교육적 활동에만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혜영 교사는 학교 공간혁신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행정절차, 규제 등이 까다로워 교사들이 모두 부담하며 사업을 진행하니 아이들의 교육적 방향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라며 행정적 도우미를 배정하여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면, 다른 학교에서도 공간혁신사업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계획도 중요하다. 이재림 교수는 국가나 시도교육청에서도 행정적 예산 틀 내에서만 사업 집행을 추진하지 말고 단위 학교의 상황을 고려하여 융통적으로 중장기 기본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행정적 예산에서 벗어나 학교 공간 전체가 조화롭게 개선될 수 있도록 장기적 안목을 갖고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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