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가정교육·20) 학우
여전히 나는 2020년에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2021년에 익숙해지지 않은 걸까 ?
벌써 봄이 다가온 시점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2020을 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 후 문득 든 생각이다.
어느 날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을 보니,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일하는 중간 쉬는 시간에 조금씩 떨어져 앉아 웃으며 먹는 사진을 보고 맛있게 빵을 먹는 모습이 보였다. 서로 웃고 이야기 하던 모습들이 떠올라 그리움이 받히었다. 아, 그 해에, 그 곳에, 정말 정이 많이 들었나 싶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 생각으로 한 학기 휴학 후 이것저것 알바를 나갔다. 그 중, 마지막으로 일했던, 물류센터로 출근한 어느 날이었다.
일을 어느 정도 하니 불만이 쌓였다. 일을 할 때 왜 그렇게 편한 것만 찾으려고 하는지, 그리고 왜 제 일처럼 하지 않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불만이 터져 울분까지 더해졌다. 왜 나만, 왜 우리 팀만, 힘들고 고되게 일을 하는 건지 이유를 몰랐다. 알 수가 없었다. 다른 팀은 쉬운 일만 찾아가던데, 하며 상사에게 쏟아내었다. 그냥 조용히 안아주셨다. 토닥이는 손길에 안정이 되었다.
퇴근할 즈음 말씀하셨다. ‘사회는 그러니까 돌아가는 거다. 게으르게 하는 사람을 보고, 더 부지런하게 일하려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굴러 가는거다.’. 그 때 나는 그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일을 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라는 것이 내 모토였고, 이유가 무엇이든, 하지 않음으로 인한 불이익은 본인이 달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리송한 내 표정을 보시고는 그저 웃으셨다. 그리고 곧 알게 될 것이라는 말씀만 남기시고 유유히 퇴근길에 오르셨다.
마지막으로 일한 그 곳은 내게 신선한, 하지만 결코 신선하지 않은, 깨달음을 주었다.
물류센터라는 곳은 환경이 매우 열악하고, 정말 부끄럽지만, 그렇기에 덜 배운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저 단순한 ‘노가다’ 라고 생각했다. 무식하게 일만 하는 곳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들어간 그 곳은, 내 편견을 부서트리기에 최적이었다.
처음 일하는 곳에서, 한낱 잘못된 생각 따위에 고슴도치 같았던 내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알려주신 그 분들의 행거지는 푹신했다.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핀잔하지 않으며 심지어 남의 말을 듣고 섣불리 판단도 하지 않았다. 그냥 여느 직장인, 아니, 보다 더 옳았고 바른 사람들이였다.
아차 싶었다. 옳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믿던 내 자신이, 한 순간에 천천히 으그러졌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귀천이 없고, 무슨 일을 하던 귀한 사람들이다.’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특정 일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있던 내게, 오만한 것이 아니냐며 꾸짖는 것만 같았다. 아 아직도 난 많이 부족하구나. 아직도 편견으로 쌓여 있는 부분을 벗겨내야 할 허물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여름이 되면 나는 그 곳에 다시 갈 것이다. 또다시 그들을 보고 같이 지내다 돌아 올 것이다. 두고두고 가지고 지낼 향기들을 지니고 돌아올 것이다. 가을에도 마음이 든든해지길 바라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