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우(컴퓨터교육·17) 학우
이란의 유명 여배우 베흐나즈 자파리에게 한 소녀가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는 영상이 전달됩니다. 소녀는 어려서부터 배우의 길을 원했지만 가족의 반대에 부딪혀 관련된 공부나 학원을 다닐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배우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던 소녀는 몰래 예술대학 시험에 지원하고 소녀는 덜컥, 그것도 수석으로 입학시험에 합격해버리고 맙니다. 그러나 집에서는 완강히 소녀의 테헤란 행을 거부하고, 소녀는 자신의 부모님을 설득해달라는 뜻으로 본국에서 널리 알려진 배우였던 베흐나즈 자파리 씨에게 수차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냅니다. 하지만 답신이 오지 않자 소녀는 자신의 메시지가 꼭 자파리 씨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음을 암시하는 영상을 전달하고 맙니다.
이 영화가 실제 일어난 일인지 배우와 장소를 섭외해 감독이 만든 영화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배우 ‘베흐나즈 자파리’가 이란에서 굉장히 유명하다는 실제 사실만 영화에 사용되었고 이외에는 대부분 감독의 통제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소녀의 메시지는 실제 이 영화의 감독인 자파르 파나히의 휴대전화를 통해 배우에게 전달되고, 배우와 감독, 두 사람이 소녀를 찾아 먼 산골로 떠나며 영화가 시작됩니다.
소녀가 영상을 보낸 곳을 찾아 험준한 산골로 들어갈수록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 촌락들이 듬성듬성 눈에 띕니다. 길은 차 한 대도 채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비좁고, 지나가려면 먼저 경적을 울려야만 합니다. 경적을 울렸을 때 맞은편에서 경적소리가 한 번 들리면 차가 있다는 뜻이고, 두 번 들리면 긴급한 상황임을 의미합니다. 아주 긴 경적소리가 들리면 응급 상황으로 그 차가 길을 반드시 지나가야 함을 의미합니다. 힘들게 도착한 목적지는 의사나 외지인도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한, 농경과 가축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산골입니다.
처음에는 텔레비전에서 자주 보았던 얼굴이라며 배우와 감독을 환대하던 마을 사람들도 소녀의 이름이 입에서 나오자마자 욕설을 뱉으며 돌아섭니다. 한 마을 거주민이 마을 사람들이 소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귀띔하고 그 집의 막내딸이 소녀의 집으로 두 사람을 인도합니다. 소녀의 남동생은 배우의 ‘배’ 자만 나와도 광분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 소녀의 어머니도 마을 사람들이 소녀를 보는 인식이 좋지 못하다고 걱정합니다.
<3개의 얼굴들>은 산골 마을의 모습을 통해 이란 사회에 은은하게 뿌리박힌 폐쇄성과 보수성을 관조하듯 따라가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탯줄이나 할례의 흔적 등 샤머니즘적인 요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가부장적 구조 하에, 마을에서 태어난 사람은 그 마을에서 역할을 수행할 줄 알아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러 찾아간 찻집에서 나이 지긋한 백발의 장로는 모든 것이 질서 아래에 이뤄져야 하며, 경적을 울리는 것과 같은 규칙을 통해 완성될 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영화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쭉 따라갈 뿐 어떤 태도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소녀의 행방을 찾아냅니다. 친구의 집에 피신해있던 소녀를 본 배우는 자기한테 그런 주작을 벌일 수 있느냐며 미친 듯 화를 냅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난 후 배우 베흐나즈 자파리는 소녀가 피신해 있던 집에 하룻밤 묵으며 다음 날 돌아오실 소녀의 아버지를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해보기로 합니다. 소녀의 아버지와 가족들은 무사히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요? 3월 4일 개봉. IPTV 등 2차 매체에서 서비스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