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배송, 당일 배송 등 빠른 배송을 내세운 온라인 쇼핑 문화의 확산으로 택배 물량이 증가하는 지금,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중노동인 택배 상하차의 경우, 이전보다 늘어난 업무로 인해 인력난이 더욱 심해진 상황이다. 이에 경영계에서 이주노동자의 택배 상하차 취업을 허용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법무부는 지난 16일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택배 상하차에 이주노동자의 취업을 허용하는 항목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주노동자 투입이 택배 상하차 인력난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 끝없이 이어지는 ‘물류 지옥’, 택배 상하차
포털사이트에 ‘택배 상하차’를 검색해본 적이 있는가. ‘하루만 일해도 온몸에 바늘이 꽂힌 것마냥 몸이 아프다.’, ‘알바 갔다가 3시간 만에 도망 나왔다.’ 등의 후기로 가득하다.
택배 상하차 작업은 ‘허브(hub)’라 불리는 택배 물류센터에서 화물차량에 담겨 있는 택배 물량들을 내리고(하차) 각 지역으로 갈 화물차량으로 다시 올리는(상차) 작업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강민욱 교육선전국장은 “허브 터미널에서의 상하차 업무의 경우 택배회사나 허브 터미널별로 차이가 있으나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진행되며 휴게시간은 30분 정도 주어진다.”라며 “업무시간 내내 중량이 많이 나가는 택배 물품을 빠른 속도로 옮기는 작업 특성상 손목, 허리 등의 통증과 근골격계 질환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작업 환경 또한 냉·난방 설비가 제대로 구비되어있지 않아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를 온몸으로 느끼며 작업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택배 상하차 작업은 상해율도 높은데 이는 작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실이 발표한 '택배 물류센터 노동실태 조사' 결과에도 드러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상하차 일용직 노동자(단기알바) 104명 중 57.7%가 ‘일하다 다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업무상 상해로 병원 진료를 받은 40명 중 35명(87.5%)이 자비로 치료비용을 지불했다고 응답했으며 단 한 명만이 산재보험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산재처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을 몰랐다'고 답한 경우가 45.2%로 가장 많았으며, 73.8%가 산재보험제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작업 환경과 높은 노동강도, 높은 상해율로 상하차 노동자들은 고통받고 있다.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인력 보충도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 택배 상하차에 이주노동자 투입, ‘폭탄 떠넘기기’ 우려돼
3월 16일 법무부에서 ¹⁾H-2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의 택배 상하차 취업을 허용하는 출입국관리법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4월 말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가지고, 개정안이 통과되면 하반기부터는 택배 상하차에 이주노동자 고용이 가능해진다. 업계에서는 ‘인력난이 해소될 것’이란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는 데 반해, 전국택배노조와 이주노동자 노조에서는 ‘위험의 이주화’를 우려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입장문을 통해 “근무조건 개선 노력 없이 동포 외국인력(H-2)를 허용하는 것은 지난 1월 진행한 1차 합의문의 사항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강민욱 교육선전국장은 “노동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며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전에 적정한 임금 책정, 작업장 환경 개선, 유급 휴게시간 증가와 산재보험 혜택의 보장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택배 상하차 작업 외에도 분류작업을 하는 분류노동자와 배송노동자들의 업무에 대한 지원과 개선이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의 성실한 이행과 야간노동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급선무이다.”라며 택배 노동자 전체의 노동 조건 개선을 피력했다.
이주노동자노조에서도 성명을 통해 “택배 기업들이 택배 상하차 업무의 저임금, 고강도 노동, 야간노동 등 전반적인 노동 조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은 채로 손쉽게 이주노동자를 활용하려는 것을 강하게 규탄하며 이러한 입법예고에 반대한다.”란 입장을 밝혔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위원장은 “현재 한국에 백오십만 가량의 이주노동자가 있으며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근무하는 것이 대다수”라며 “이주노동자의 경우 산업재해가 일어나는 비율이 내국인의 6배에 달하며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택배 상하차에 투입될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이 내국인보다 더 높을 것이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선보다 노동 조건 개선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노동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채 이주노동자를 투입하는 것은 열악한 노동 조건을 떠넘길 위험성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실시되기 이전에, 택배 상하차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모두 보장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1) H-2비자: 5년간 입출국이 자유로운 취업 비자로 현재 작물 재배업, 축산업, 어업 등 39개 업종에 취업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