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리 파견교사 (중국어교육 전공)
사람은 교육을 통해 변화하는가? 여기에 대한 의견은 여러 가지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진 사춘기의 학생들은 일 년 동안의 지도만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변화의 씨앗을 심어줄 수는 있으며, 그것이 바로 교사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교원대에 파견 오기 바로 전 해에 만났던 학생이 그런 경우였다. 힘든 가정환경 속에서도 큰 꿈을 가지고 있지만 내성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는 학생이었다. 담임반 학생으로 첫 대면을 했지만, 원래 내가 맡았던 동아리가 폐부되며 우연히 이 학생이 속한 동아리 지도 교사를 맡게 되면서 더 많은 교류(?)를 하게 되었다.
첫 동아리 시간에 투표로 부장을 정했는데, 이 학생이 예상치 못하게 부장을 맡게 되었다. 그렇게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종례 후 학생이 찾아와서 부장을 못하겠다고 재투표를 하면 안되겠냐고 요청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자신은 한 번도 부장을 해 본적이 없고, 내성적이라 남 앞에 나서야하는 부장은 맞지 않으며 동아리를 망칠까봐 두렵다고 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요청이라 생각해보겠다고 한 후 이틀 뒤에 다시 불렀다. 다른 부원들이 너를 부장으로 투표했는데 아무 이유 없이 그 자리를 놓겠다는 것은 너를 뽑아준 다른 친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서 재투표는 힘들며, 다른 친구들이 굳이 너에게 투표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자리가 아니고 내성적이어도 부장 역할에는 무리가 없으며 이 기회에 한 번 경험하는 거라고, 선생님이 도와주겠다는 의견을 말했다. 학생도 더 이상 나를 설득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수긍하고 돌아갔다.
이 이야기의 끝이 학생이 성공적으로 동아리장의 일을 완수했고 그 이후에도 잘 나갔다라고 마무리되지는 않는다. 누군가의 앞에 나서본 경험 자체가 처음이기 때문에 여러 상황에서 갈팡질팡했으며, 부원들 간에 작은 다툼도 있었다. 물론 그 학생은 아주 힘들어하고 자주 상담을 요청했으며, 모든 일을 듣고 알지만 대놓고 나서서 처리할 수 없는 나 역시 두 학기 내내 여러 사안들의 해결방안을 고심해야 했다. 하지만, 이 경험 속에서 학생은 모두를 통솔하는 경우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 갈등 상황에서는 어떻게 중재해야 하는지와 같은 경험을 체득할 수 있었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부장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다음 해에는 부장을 포기하기는 했지만, 그 자리를 버거워하고 또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했다는 게 기특했다.
학생들의 졸업식 날, 찾아간 내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던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그 학생은 에이포 용지에 작성한 편지만을 주고 바로 떠났다. 그 편지에는 여러 말과 함께 동아리를 잘 이끌지 못했지만,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다고, 선생님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교사가 학생의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주기는 힘들지만 학생의 인생에 자그마한 영향은 미칠 수 있다. 어쩌면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이 더 높이 올라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일 속에서 같이 손을 잡고 나아가게끔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학생이 나의 작은 마음을 믿고 꼭 붙든 채 한 발 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내가 생각하는 교사의 역할이 학생들에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길, 또 지금의 생각이 앞으로의 긴 교직 생활의 화살표가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