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은 집합 교육, 교수·학생은 사이버 강의가 주된 교육 방법

남학생 단체채팅방에서의 성희롱, 신입생 환영회에서의 성희롱과 성추행, 교직원 사이의 성추행, 교수의 학생 성추행 등 대학가의 성관련 범죄는 끊이질 않고 있다. 현행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기관의 장‘은 해당 기관에 소속된 사람 및 학생 등을 대상으로 매년 1회 이상, 1시간 이상의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6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년 폭력예방교육실적점검결과’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의 참여율은 90% 이상인 반면 대학생은 33.4%로 낮아 대학당국의 관심과 특별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학교의 경우 작년의 성폭력 예방교육 참여율은 ▲직원 52%(87%) ▲학생 26%(36%) ▲고위직 18%(67%) ▲비정규직 7%(76%)로 괄호 안의 대학교 평균 참여율과 비교해 모두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 확연히 큰 차이가 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직원과 달리 집합교육 이뤄지기 어려운 교수, 5분짜리 교육 자료로 대체
우리학교는 직원의 경우 상·하반기에 한 번씩 성희롱·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의 통합 예방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총무과 담당자에 따르면 교육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불참사유서를 제출하도록 해 사실상 거의 모든 직원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청주교육대학교(이하 청주교대)와 충북대학교(이하 충북대),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도 모두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직원을 대상으로 집합교육을 진행하고 있어 직원의 경우 대학별로 예방교육의 횟수와 내용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우리학교에서 교수의 경우 신임교원은 대면교육이 이뤄지지만 기존 교수들은 신청자에 한해 ‘청람사이버’의 성폭력 예방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강사를 초청해 진행하는 집합교육은 올해까지 근 3년 동안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과거 집합교육이 진행된 적이 있었냐는 질문에 KNUE심리상담센터 하애실 실장은 “상담실장을 맡은 지 올해로 3년째이기에 그 이전 자료까진 알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이번 하반기에라도 집합교육을 하려고 교수지원과에 협조 공문을 보내는 등 추진 중에 있다”고 전했다. 실제 교수지원과 김영일 팀장에 따르면 작년과 올해 모두 교수를 대상으로 한 집합교육이 이뤄진 적은 없었고, 대신 매년 2월에 열리는 전교교수세미나에서 사회자인 교수부장이 관련 자료를 읽으며 안내하는 형식으로 성교육이 이뤄졌다. 이밖에 전교교수회의에서도 회의 시작 전에 자료가 배부되고 교육이 짧게 이뤄지기도 했다. 오승석 교수지원과장은 “지금까지는 문서를 배부한 뒤 사회자인 부총장이 ‘이런 내용이 있으니 보시라,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시라’하고 5분 정도 안내하는 형식”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이 진행됐음을 설명했다. 이어 “나 역시 전교교수회의나 전교교수세미나처럼 교수가 많이 모이는 시간을 할애해 전문 강사를 초청해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교수님들도 꼭 필요한 부분이니 이 부분 검토해 상담센터와 협조 하겠다”고 답했다.
여성가족부의 공공기관 예방교육통합관리 자료에 따르면 우리학교는 2015년 성희롱·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 예방교육의 각 항목에서 직원의 참여율이 모두 52%로 나타났다. 전체 공공기관의 직원 참여율 평균이 88%를 웃돌고 대학교의 경우 85%를 상회하는 것과 대비되는 낮은 수치다. 교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직원이 예방교육에 참여한다는 사실과 비교했을 때 교수와 직원이 ‘교직원’으로 합해진 수치가 50%대에 머무는 것으로 보아 교수의 참여율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김희정(교육학) 교수는 “현직 교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가 필수로 이뤄지는 게 중요한데 우리학교는 그게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학생이나 직원의 집합교육 성과를 보고해 (그들에게) 묻어가고 있는 상태”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 타 대학도 “교수 집합교육은 어렵다”… 교수 특성 고려한 교육에 고민 더해
타 대학의 경우도 교수의 수업시간이 다양해 많은 인원이 한 데 모여야 하는 집합교육은 시행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은 비슷했다. 한편 우리학교와 달리 서울대의 경우 교수회의를 준비하는 주체 쪽에서 먼저 교수회의 시간에 성희롱·성폭력 교육을 진행해줄 것을 인권센터에 의뢰해오고 있었다. 이밖에 교육자인 교수의 특성상 교육을 받는 입장이 되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대 인권센터 박은진 전문위원은 “교수님들은 교육받는 걸 가장 어려워하시더라. 그래서 교수님들이 모일 수 있는 회의나 세미나로 접근하는 게 가장 가능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용기(역사교육) 교수 역시 “나이가 들다보니 얼마나 교정이 될 지…. 또 교수의 특성상 모아놓고 교육하는 건 조금 부적절한 것 같고, 학생 같으면 소규모 토론식으로 할 수도 있을 텐데 나이대가 있는 사람들끼리 성적인 상담을 해보라 하면 당연히 꺼릴 것 같다”며 교수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예방교육의 방식에 고민을 표했다. 한편 “교육을 통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서로 (문제되는 발언과 행동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지난번 ‘김영란법’ 강의에서 가이드라인을 공유한 것처럼 공개석상에서 이런 게 논의됐었다는 사실이 주는 자기규제라는 게 있을 테니 원칙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교육은 사실상 신입생 OT의 집합교육이 전부
우리학교는 새 학기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성폭력·가정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며 학기 중엔 제한된 인원에 한해 특강 형식으로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 학생들은 ‘청람사이버’의 ‘비정규과정’ 메뉴에 있는 ‘성폭력 예방교육’ 강의를 접할 수도 있다. 이 강의는 여성가족부에서 제작한 영상을 우리학교 상담실에서 시간 별로 쪼갠 뒤 교육정보원에 의뢰해 만든 것으로 성희롱·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의 네 가지 항목으로 나뉘어 있다. 19일 기준 해당 강의의 수강인원은 161명이었으며 ▲학생이 14명 ▲직원이 55명 ▲교수가 93명 ▲소속 미확인이 1명으로 전체 학생 중 소수의 학생들만이 사이버 강의를 신청한 상태였다.
사이버 강의를 신청한 조준(환경교육·16) 학우는 “우연히 청람사이버에 들어갔다가 이런 강의가 있는 걸 알게 됐는데 왠지 들어야 할 것 같았고 새로울까 싶어서 수강신청을 했다”며 수강의 계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아는 얘기를 또 하기도 했고 2010년쯤에나 EBS에 나왔을 법한 흔한 방송의 느낌이 많이 나서 조금 듣다가 그만두었다”며 수강을 중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성폭력 예방교육의 홍보 부재도 문제점 중 하나일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또 다른 학부생 신청자인 박형규(기술교육·15) 학우는 “처음엔 호기심에 이끌려 강의를 신청했지만 한 강의를 수강하고 나니 개인적으로 유익하지 않다고 판단해 수강을 유보했다. 조금 더 수강자에게 적합한 강의가 제작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표했다. 이처럼 학기 중 열리는 성교육 특강의 경우 제한된 인원이 참여하며 사이버 강의도 소수의 학생만이 신청하고 더욱이 신청한 학생들마저 그 내용에서 실효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상 우리학교에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예방교육은 신입생 OT 때 이뤄지는 특강이 전부인 것이다. 실제 공공기관 예방교육 통합관리 시스템의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가정폭력 예방교육의 학생 참여율은 각각 26%와 9%로 나타나 있다. 이는 공공기관의 전체 평균이 80%, 77%인 것과 비교해 확연히 낮은 수치다.

◇ 교양강의와 필수교과목에 성인지 과목을 포함시키는 방안
신입생 OT 기간에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다른 대학에서도 모두 공통적이었다. 반면 교양 강의 항목에 성교육 관련 강의를 포함시키거나 관련 강의를 필수 교과화 하는 등 다른 방법을 찾는 대학도 있었다. ▲청주교대의 경우 교과 항목에서 초등교육과의 경우 4학년이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심화과정의 과목 두 개 중 한 가지가 ‘성교육’ 강좌로 존재하고 있었고, 교무처 관계자에 따르면 나머지 한 강좌인 ‘세계학교교육’과 비교해 ‘성교육’ 강좌가 1:9의 비율로 더 많이 개설되는 편이다. 초등교육과가 아닌 나머지 12개 학과의 학생들 역시 자유 심화선택 과목에서 ‘성과 사회’, ‘성과 인권’, ‘결혼과 성’을 비롯한 성교육 강좌를 선택할 수 있다. 한편 학생처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부터 학생회 임원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신입생 OT 뿐 아니라 교환학생이나 국토대장정 등 외부활동의 과정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필수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었다. 학사과정의 변화에 대한 질문에 서울대 인권센터 박은진 전문위원은 “올해부터 성교육 강의 등의 필요성에 대해 자꾸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아직 시행 단계는 아니나 교양강의나 필수이수 과목에 성희롱·성폭력 부분을 한 두 차례 넣는 것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9월 28일자 연합뉴스의 기사에 따르면 연세대는 학생들의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의무화했고, 고려대는 양성평등 관련 강좌를 교양필수과목으로 운영하며 단과대별로 예방교육 이수자에 한해 장학금·교환학생 신청 등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학교는 학사 과정에 성폭력 예방 강의가 따로 존재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교직소양’ 항목의 ‘학교폭력예방의 이론과 실제’ 교과목에 두 개 차시에 걸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만 이는 예비교사로서 차후에 가르칠 학생을 대상으로 성폭력 교육을 어떻게 진행하고 성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대응해야 하는 절차를 배우는 것에 국한돼 수강생 개인이 시민 또는 교사로서 본인의 성인지력을 성찰하고 배울 수 있는 강의라고 보기는 힘들다. 성인지 교육과 관련한 교과목을 따로 만드는 것에 대해 학사관리과 관계자는 “불가능하진 않다.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넣을 수는 있겠으나 강좌 개설권한은 학과에서 갖고 있기 때문에 교수님들이 개설을 신청하시면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희정(교육학과) 교수 역시 “학교(학과) 차원에서 강의를 개설하면 강사를 섭외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과거 학사관리과에선 취업과 관련된 교과목을 신설하기에 앞서 학생들에게 희망 교과목을 조사해 교과목을 개설하기도 했는데 청람중점의 리더십 항목에 편성된 ‘행정법의 이해’와 ‘민법의 이해’가 그 예다. 한편 학사관리과 관계자는 “(성인지 교과목을) 별도의 교양으로 (편성)할 필요성과 논의의 필요성은 없다. 기존의 과목만 잘 운영해도 괜찮다고 본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내 철저한 예방교육은 미래의 피해자와 가해자 양산을 막을 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삶의 질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학 내 ‘폭력예방교육’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높지 않은 예방교육 실적을 내세우고 있는 우리학교인 만큼 가능한 범위에서 실효성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학교와 정부의 충분한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