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씨는 정자 기증을 통한 비혼 출산을 선택했다. 출산 소식을 알리면서 한 그의 말이 화두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모든 게 불법이에요.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해요이에 따라, 한국에서 비혼 출산이 불법인지 아닌지 언론에서 속속들이 다루기 시작하였다. 사회적인 파장과 함께, 제도적 개선까지 논의되고 있다. 사유리 씨의 선택에 대한 논의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가족에 대해 가지는 인식과 그 변화를 드러내었다. 이를 계기로,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되짚어 볼 수 있다.

 

자발적 비혼 출산이라는 개인의 선택, 사실상 보장받지 못한다

자발적 비혼 출산이란, 여성이 결혼을 택하지 않고 인공수정 등의 방법으로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을 말한다. 체외수정을 위해 난자·정자를 체취하여 보관하거나 이를 수정시켜 배아를 생성하는 의료기관 중 보건복지장관으로부터 지정받은 배아생성의료기관에서 인공수정 시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인공수정 시술을 담당하는 산부인과에서는 비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시술이 금지된다. 2017년 개정된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서 인공수정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하도록 명시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혼 여성은 정자를 기증받을 수도 없으며, 기증된 정자가 있더라도 산부인과에서 시술을 받기 어렵다.

법적으로, 비혼 출산은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생명윤리법 제24조에서는 배아생성의료기관은 배아를 생성하기 위하여 난자 또는 정자를 채취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상황에 대하여 난자 기증자, 정자 기증자, 체외수정 시술대상자 및 해당 기증자·시술대상자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서면 동의의 해당 배우자 부분을 공란으로 둘 수 있기 때문에 배우자가 없는 경우 그의 동의 없이 수술받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고 밝혔다. 모자보건법 제11조에서는, 난임극복 지원사업에 대해 명시할 때 그 대상을 사실혼을 포함한 부부로 한정하였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시술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법률상 비혼 여성의 출산을 제한하진 않지만, 의료 현장의 지침, 그리고 지원의 어려움 때문에 사실상 비혼 출산이 불가능한 현실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는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자 1124일 회의를 통해 윤리지침을 수정하였다. 인공수정 시술 대상 환자 조건이 법적인 혼인관계에서 부부(사실상의 혼인관계 포함)’로 변경되었다. 이는 모자보건법과 같은 기준으로, 여전히 비혼 여성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시술 대상의 확대와 관련한 사회적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성을 느끼지만, 지침 개정에 앞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기에 공청회를 제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비혼 출산율은 1.9%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는 OECD 평균 수치인 39.9%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 이슈로 인해 우리 사회의 낮은 비혼 출산율과 그 원인이 되는 현실이 드러났다. 개인의 선택인 비혼 출산을 사회에서 사실상 규제하고 있기에, 비혼 출산율이 낮은 것이다. 출산의 권리를 억제하는 것은 사회적 제도이고, 사회적 제도가 근거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인 인식이다.

 

다양성을 포용하려는 사회 인식의 움직임, 그에 맞춰 변화해야 하는 사회 제도

비혼 출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그리 자유롭지 못하지만, 점점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사유리 씨의 선택에 뜨거운 논의가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가족부 주관 2020년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가족의 개념이 혼인·혈연 중심의 전통적인 인식에서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비율이 69.7%로 작년보다 2.2%p 상승하였으며, 법적인 혼인·혈연으로 연결되어야만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는 비율은 64.3%로 작년보다 3.0%p 하락하였다. 가족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개인적 수용도가 상승하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사회적 수용도는 남녀가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것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 미성년이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의 영역에서 그 수치가 작년보다 증가하였다. 또한, 성인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에 대해서는 작년과 동일한 수치인 80.9%의 수용도를 보였다. 개인적 수용도는 한부모 가족의 자녀 재혼 가족의 자녀 미혼부/모의 자녀 비혼 동거 가족의 자녀 다문화 가족의 자녀 입양된 자녀 모든 항목에서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현행 법령에서는 가족을 혼인, 혈연에 기초하여 정의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높게 나타났다.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태어난 아동을 혼인 외의 출생자(혼외자), 혼인 중의 출생자(혼중자)라는 용어로 구분짓는 것을 폐지해야 한다에 응답자의 75.9%가 찬성하였다. 이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는 방향으로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인식을 드러낸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점차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받아들이고자 하며, 그 이면에는 개인의 다양한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의 확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 가족 개념을 고수하는 사회적 인식, 이에 따른 제도가 더 다양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막아서고 있다. 사유리 씨의 선택과 발언은 한 순간의 이슈로 끝나서는 안 된다.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더욱 확산되고, 이런 인식이 제도적 변화로 이어지도록 모두의 관심이 지속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