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자신들을 스스로 ‘풍자와 해학의 민족’이라 칭하는 국민들은 이번 사태에도 여지없이 특유의 풍자와 해학의 문화를 통해 아픈 상처를 다독였다. 2차 대국민 담화에서 보인 대통령의 언어는 수많은 시리즈로 패러디됐고, 한 국회의원의 발언은 ‘꺼지지 않는 LED초’로써 간단히 무시되었다.
지식인으로서, 국회의원으로서 그들의 빗나간 충성심에서 비롯된 발언들은 이제 국민들에겐 ‘저급한’ 조롱 대상이 될 뿐이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물론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 업무를 지속하는 그 담담한 모습과 ‘샤이 박근혜’를 외치며 그를 비호하는 청와대의 블랙코미디이다.
이를 두고 앉아서 가만히 비웃고만 있을 국민들이 아니다. 이들의 아집과 독단에 맞서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백만이 넘는 인파가 모여 질서정연하게 ‘평화 시위’를 외치는 국민들은  청와대를 침묵하게 했다. 결국 청와대가 내놓는 대응이 ‘오보·괴담 바로잡기,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홈페이지라는 사실은 되레 분노보단 조소를 머금게 한다. 국가의 최고 컨트롤 타워가 할 수 있는 대응 수준이 국민적 의혹을 괴담으로 일축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팩트’라 엄포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
사이트엔 대통령의 세월호 사건 당시 7시간과 관련된 ‘사실’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의 시간 별 행보, 대통령이 대면보고 대신 관저에서 유선으로 상황 보고를 받은 이유를 명시했다. ‘분초를 다투는 업무이기에 준비 시간이 소모되는 대면 회의 대신 유선보고를 했다’고 주장하는 그들이 7시간 동안 드문드문 유선 보고를 받기만 한 대통령의 기록을 당당하게 ‘팩트’라 공개하는 저의는 물론 파악하긴 힘들다.
대통령의 부재 상황에서 청와대의 역할은 사실상 지워져 버린 대통령의 발자취를 쫓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어떻게든 이 국정 공백 상황을 메워야 하는 것이지 ‘팩트 체크’ 사이트를 만들어 상상속의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을 구상하고, 이를 여과 없이 전달하는 일 대신 청와대 전체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개인 비서처럼 나서는 현실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오보와 괴담이 난무하는 시대, 혼란을 겪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팩트를 바탕으로 진실을 알려드립니다.’ 해당 사이트 메인에 뜨는 문구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청와대가 ‘국민 여러분’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은 알고 있는 것이고, 불행이라면 청와대 생각하는 이유로 불안해 할 국민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과연 청와대의 국민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헛된 망상은 그만두고 현실을 바로 인식한 뒤, 스스로 물러나길 바란다. 끝까지 버틴다 해도 그 끝엔 대통령 없는 사회에서 4년이란 기간 동안 잘 적응한 국민들과 탄핵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굳건히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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