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7호] 우리학교 교수 93명 시국선언 발표

“대통령은 국민 명령 따라야”

2016-11-22     하주현 기자

지난 10일 오후 12시 학생회관 앞에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시국선언문’이 발표됐다. 시국선언은 ▲경과보고 ▲선언문 낭독 ▲자유발언 순으로 15분가량 진행됐다. 참석한 교수 일동은 “대통령은 국민의 명령에 따르라”며 현 시국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시국선언 장소에는 참여한 교수 외에도 학부생과 언론 기자들이 자리하였으며 김현민(역사교육·16)  학우가 자유발언에 참여했다.

◇ 50%에 육박하는 높은 참여율… 엄중한 시국 반영돼
우리학교에선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교수 시국선언이 최초로 이뤄졌고, 작년엔 역사교육과 학생들의 제안으로 역사교육과 학부생, 대학원생 그리고 교수들이 참여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이 이뤄진 바 있다. 이번 성명서에는 우리학교 교수 205명의 절반 가량인 93명의 서명이 담겼는데 세월호 시국선언 당시 30%의 교수가 참여한 것과 비교해 높은 수치이다. 김종우(불어교육) 교수협의회 의장은 “대단히 많은 교수님들이 서명에 참여해주셨다”며 “재작년 세월호 서명 비율이던 30%보다 훨씬 높으며 우리대학이 비율상으로 가장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2일 교수 시국선언이 있었던 서울대학교의 경우 728명이 참여해 역대 최다 인원이었지만 전체 교수 2,100여 명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대학 사회는 개인적 성찰의 자유가 광범위하게 보장돼 교수사회에서 무엇을 결의하든 참여율이 10%를 넘는 일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을 애통함에 빠뜨린 재작년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의 비율은 중앙대학교가 13%, 강원대학교가 14%, 제주대학교가 13%, 대구대학교가 9%로 보통 10%를 웃돌았다. 올해 교수 참여율이 50%에 육박한 우리학교와 30%에 달하는 다른 대학 교수들의 참여율은 이번 시국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은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및 집권세력을 비판하며 그들에게 현 시국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성명서에서 교수들은 “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목도해 온 온갖 비정상적 상황들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며 ‘대학의 자율성 파괴, 한국사 국정교과서로 인한 민주 국가의 정체성 훼손, 다른 나라의 조롱거리가 된 국방과 외교, 시정잡배가 주무르는 문화정책’ 등 박근혜 정부의 파행적인 국정 운영의 결과를 들었다. 이어 “온 국민이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에 희망을 발견한다”며 선언문 말미에 ▲박 대통령은 각종 부정비리의 최종 책임자로서 국정에서 완전히 물러나 법의 심판을 받을 것 ▲정부와 여당은 부정비리를 묵인, 방조한 책임을 통감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 ▲국회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국민의 요구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 시국선언의 구체적인 준비 과정
이번 시국선언은 지난 1일 몇몇 대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시국선언의 필요성이 논의됐으며 조한욱(역사교육) 교수가 시국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했다. 조한욱 교수는 “특정 부분에 중점을 두어 썼기보다 모든 것이 엉망인 이 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분노를 표현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일부터 2일까지는 교수회평의회 의장 선거 기간이었고, 이에 따라 교수협의회 집행부의 임기가 만료돼 시국선언은 교수회평의회나 교수협의회를 통하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준비됐다. 이어 3일, 초안이 완료되자 서명 작업이 시작됐으며 총 69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8일, 1차 서명자 69인을 대신해 이용기(역사교육) 교수가 개인적으로 전체 교수에게 메일을 발송해 공개적으로 서명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성명서 문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권민재(독어교육) 교수와 이용기 교수가 최종 윤문 작업을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당초 학내에 시국선언문을 게시하고 보도 자료를 내는 것만이 예정돼있었으나 준비 과정에서 자그마한 행동이라도 취하자는 분위기가 있었고, 이에 하루 전에 시국선언문 발표가 긴급하게 결정됐다. 그는 “준비 과정에서 호응과 동의의 기운이 강하다는 걸 갈수록 느꼈다”며 실무를 진행한 입장에서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모습을 전했다.

◇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의 의견
김경철(유아교육) 교수는 “여론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며 서명에 동참한 이유를 설명했고, 익명의 교수는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 부분에 관해 특별한 가치 판단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으며 그만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윤천탁(국어교육) 교수는 “가족이 있고,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이들에게 좀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줘야하는데 세상이 다르게 돌아갈 때 누군가 나서서 ‘이건 아니지 않나, 다르게 가야하지 않나’하고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함께 목소리를 내게 된 이유를 밝혔다. 김찬국(환경교육) 교수 역시 “우리 사회의 현 모습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자리에서 작은 목소리를 모으는 것은 교육자 이전에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의 책무라는 점에 공감해 동료 교수님들과 함께 선언에 참여했다”고 답했다.
같은 날 서울 광화문에선 교육양성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의 시국선언과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사교련)의 합동 시국선언이 있었다. 우리학교에선 국교련 공동의장인 김종우(불어교육) 교수가 이에 참여했다. 국교련·사교련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단순한 부정, 비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파괴하고, 대의민주정치의 기본원칙을 부정한 것”으로 보고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터에는 지식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교수들의 탓도 있었음에 대해 통렬한 자성을 해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