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호/시론] 너에게로 또다시… 왜?

2016-11-09     김성식(컴퓨터교육) 교수

지난 10월22일(토) 오후 6시 융합과학관 101호에서 컴퓨터교육과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만나는 컴키즈(comkids) 대회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는 졸업생 60여명과 재학생 50여명이 만나서 주로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주제발표로 나선 광주 광덕고등학교 이재원 교사는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라는 노래를 부르며 국어교사로 전환하여 노력해온 지난 8년의 교사생활을 접고, 다시 컴퓨터 교사가 되어 “그토록 원했던 정보 교사”의 생활을 다시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컴퓨터는 모든 학문영역에서 사용하므로 별도로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초중고 컴퓨터교육은 학생들이 더 잘하므로 수업은 자습만 해도 충분하다.” 또는 “컴퓨터교사는 컴퓨터 관리와 학교 행정지원에 필요하다.” 라는 말처럼 교사 중에서 서자 취급을 받는 처지에 있었다. 그래서 컴퓨터교사를 하다가 주요교과로 전과한 제자들이 “이제야 선생님 대접을 받는다.”라며 기뻐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른 교과의 교사로 바꾸어 노력하는 와중에도 당당한 컴퓨터 교사로서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지내왔다고 말한다. 
이젠 왜 컴퓨터교사가 당당할 수밖에 없는가? 컴퓨터 과학적 사고 또는 컴퓨팅 사고력이라고 번역하는 Computational Thinking 교육은, 미국에서는 말하기와 셈하기를 배우듯이 컴퓨팅 하기를 배워야 한다는 개념으로 정착되었다.  Wing(2006)은 정보과학의 기초개념을 학습하는 것은 사람의 일상생활에서 모든 영역의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 중에 컴퓨팅과 관련되지 않은 활동은 거의 없다. 초기상태와 목표상태의 차이로 표현되는 모든 문제들은 자료구조와 알고리즘, 데이터베이스와 네트워크, 그래픽과 인공지능 등 컴퓨터과학의 다양한 학문적 체제 안에서 추상화와 자동화로 너무나 쉽게 해결된다. 그래서 과학 분야의 큰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학교에서는 컴퓨터만 공부하면 된다고 말한다.
여기에 나는 한가지를 더하고 싶다. Computational Thinking 기반의 교육은 반드시 SW 교육과 더불어 이루어져야 한다. SW교육에 뿌리를 둔 CT교육만이 우리의 사고를 상상력에서 구현력까지로 확대해 준다. 백문불여일견이듯 백해불여일작(백번 이해하는 것보다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이 더 낳음)이다. 한 줄의 코딩은 모든 것을 말한다. 이론과 해설은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한 가지 일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이글을 마치겠다. 지금으로부터 15년전 경상대학교에 컴퓨터교육과가 설립되었다. 초기에 2명의 컴퓨터전공 교수가 컴퓨터과학의 기본과목을 가르쳤다. 프로그래밍은 시간강사를 사용했다. 그러다가 임용고사에서 컴퓨터교사를 선발하지 않게 되니까 취업을 위해 기업체에서 SW개발 전문가를 모셔왔다. 
그분이 보시기에 학생들의 프로그래밍 수준은 기대 이하였다. 고민 끝에 색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시험문제들은 20줄의 프로그래밍 문제를 낼 때 18줄을 써주고 2줄을 채워 넣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교수님은 2줄을 주고 18줄을 채워 넣게 했다. 교수님이 과제물을 내는 방식은 더 독특했다. 교수님은 대개 1-2줄짜리 문제를 냈다. “OO기능을 하는 XX를 만들어라.” 라는 형태였다. 학생들은 많은 시간을 들여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그것을 프로그래밍으로 구현하여 제출했다. 그러한 과제물을 매주 주었다. 요즈음은 자동채점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어, 프로그래밍을 서버에 올리는 순간 점수가 나온다. 그런 것이 없던 시대이니 아마 과제물을 낼 때마다 며칠 밤을 새워 채점했을 것이다. 
경상대학교 컴퓨터교육과는 10년도 못되어 폐과되었지만, 그 때 그 교수님께 훈련받았던 학생들은 10명씩 뽑는 치열한 경쟁속에서 컴퓨터교사가 되어 지금은 한국의 유명 과학고 정보교사로서 일하고 있다. 그 학생들은 스스로 자동채점 시스템을 만들고, 수천개의 연습문제를 만들어,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코딩을 완성하는 것을 확인하며 훈련시켰다. 그 결과 2014년에 우리나라가 세계 정보올림피아드 경진대회에서 금은동 개인상과 단체상을 휩쓸어 모두 1위를 하였다. 그 교수님의 시도가 세계를 제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