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2주간의 기록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뉴스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고 있다. 전 국민이 분노와 실망감을 느꼈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5%(갤럽조사)까지 떨어지며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상적인 국정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현 상황에서 현재 상황을 되짚어 보기 위한 기사를 준비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나오기 전 논란이 된 사건들을 비롯,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이후의 여야, 청와대, 검찰의 행적을 기술했다.
<진경준 검사장>
지난 7월 18일, 진경준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현직 검사장급으로는 최초로 구속됐다. 구속 혐의는 뇌물 수수로 진경준 검사장은 넥슨으로부터 받은 4억 2500만원으로 지난 2005년 넥슨의 비상장주식을 구입하고, 상장 후인 2015년에 그 주식을 126억 원에 처분해 38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얻었다. 특히 진경준 검사장이 구입했던 넥슨의 주식은 당시 민간인은 접근할 수 없는 주식이었기에 더욱 논란이 거셌다.
<우병우 민정수석>
진경준 검사장과 함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논란이 됐다. 우병우 처가 소유의 부동산을 넥슨에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넥슨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거래를 한 정황이 밝혀졌다. 평소 진경준과 친분이 있던 우병우는 지난 1월 진경준 검사장의 승진 과정에서 비리를 덮어준 의혹을 받고 있다. 우병우가 진경준의 주식을 덮어주는 대신 넥슨을 통해 뇌물을 받아 이득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정강의 회삿돈을 접대비 및 통신비로 사용하거나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에 개입했다는 등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됐고 결국 이달 6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본격적인 조사를 받게 됐다.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
TV조선은 지난 7월 26일에는 안종범 수석이 문화재단 미르에 500여 억 원 모금을 지원했다는 보도를, 8월 2일에는 K스포츠재단에도 380여 억 원을 모금 지원했다는 보도를, 8월 12일에는 두 재단과 청와대가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안종범 수석이 전경련에 압박을 가해 두 재단에게 기금을 조성하게 만들었다는 것. 몇몇 기업에서는 이사회 규정까지 어기면서 두 재단에게 거액의 기금을 조성하게 됐다는 사실도 드러나게 됐다.
기금 조성문제 뿐 아니라 재단 설립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됐다. ‘미르’와 ‘K스포츠’를 만들려고 문화체육관광부에 법인 신청을 했는데, 당일 검토를 마치고 다음날 바로 허가증을 내 준 것이다. 보통 신청 후 허가증이 나오기까지 평균 27.2일이 소요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설립할 때도 특혜를 준 정황이 드러나며 문제가 됐다.
<정유라-이화여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게 된 계기는 정치권에서의 사건이 아닌 딸 정유라의 관련된 일들이 차례차례 밝혀지면서였다. 이화여대는 이전까지는 승마특기생을 받지 않다가, 정유라가 입학하기 직전 체육특기생 수시전형에 ‘승마’를 추가한다. 또한 당시 체육특기생 수시 서류 접수 마감일은 9월 16일이었으나, 정유라가 금메달을 획득한 날짜는 9월 20일로, 실질적으로 수시 선발에 이 금메달은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했다. 그러나 10월 18일 면접당시 입학처장은 “금메달 가져온 학생을 뽑아라”는 지시를 내렸고, 유일하게 면접 때 선수복을 착용하고 금메달을 가져온 정유라는 수시에 합격했다. (박주환 기자)
묵묵부답 청와대, 제 멋대로 인적쇄신24일 JTBC보도 이후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이 주위 정황들과 함께 점차 사실로 밝혀지면서, 청와대는 국정 마비 사태에 이르렀다. 보도 다음 날 청와대는 연설문 사전 유출에 대해 “모든 경위에 대해 파악하는 중”이라는 말 외에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연이어 최순실이 국정 깊숙이 관여했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고,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에도 청와대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25일 진행된 대통령 대국민 사과마저 녹화방송인 것으로 밝혀지며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사과의 내용 또한 문제가 됐지만, 질문도 받지 않은 채 1분 30여초 남짓 진행된 짧은 사과를 두고 정치권은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강도 높은 비난에도 청와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여론과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28일,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은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위해서 다각적 방향에서 심사숙고 있다”라고 발언하며 사실상 대통령 중심의 정국을 유지할 것을 선언했다. 2일엔 여야와의 협의 없이 총리 후보로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내정하며 청와대 단독으로 문제를 돌파하고자 했다. 김병준 후보자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지낸 인물로, 야권인사를 고용함으로써 총리 지명에 대한 정당성을 얻고자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여야는 “총리는 국회에서 인준하지 않으면 끝”이라며 “의미 없는 시간끌기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한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은 모두 사퇴한 상황이다.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청와대의 인사개편으로 29일 수석비서관 10명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사표 제출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날에는 각종 비리 의혹에도 자리를 지키던 우병우 민정수석이 경질됐다. 민정 수석자리엔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이 내정되며 최재경 민정 수석이 과연 이 정국을 풀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31일엔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자리를 떠나며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외롭고 슬픈 우리 대통령님을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사퇴소식과 함께 전한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11월 4일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도 나타났다. 자신의 어렸을 적을 이야기하며 속칭 ‘불쌍한 척 코스프레’를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이 게이트를 그저 개인사로 변명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여론 역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있는데 왜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느냐”며 오히려 또 다시 악화됐다.
여전히 불통으로 일관하며 대통령 중심 단독 체제로 이 정국을 풀어나가려는 청와대에 대해 여론은 점점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진행된 촛불 시위에 3만명 규모의 시민이 몰렸고, 지난 5일엔 1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인 바 있다. 11월 12일엔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가 열릴 예정이다.
계파 간 갈등으로 얼룩진 새누리당
2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을 공식 추진할 것을 발표한다. 개헌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제시됐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 지속적인 여야의 개헌 목소리에도 경제, 안보의 위기를 들며 미뤘던 만큼 이를 두고 야권에선 당시 한창 논란이 되고 있던 ‘미르, K-스포츠 재단’, ‘최순실’ 사건을 덮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여당은 이러한 의견을 일축하며 개헌의 의지를 강하게 표출했다. 하지만 같은 날 24일, JTBC에서는 최순실이 사용하던 태블릿PC를 입수, PC안에 대통령의 연설문과 관련된 44건에 대해 보도한다.
여론이 점점 심각해지자 여당 역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25일 이정현 대표는 연설문 사전 유출에 대해 “우리도 연설문 준비할 때 친구 이야기를 듣는다”라고 발언하며 논란이 됐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역시 JTBC의 태블릿 PC 입수 과정에서의 문제를 제기하며 다소 강경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국가 안보, 기밀과 관련된 문서 역시 발견됐다는 JTBC의 보도에 여론이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이정현 대표는 이를 직접 진화하기 위해 다음 날, 박 대통령에게 국정 쇄신을 제안한다.
이내 열린 새누리당 긴급 의원총회에선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과 관련된 특검을 만장일치로 결론 내린다. 분노하는 민심에 따라 야당이 먼저 제안한 특검을 전격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여당이 제시한 특검은 ‘상설특검’으로 기존의 특검제도이나, 야당은 ‘별도특검’을 주장하며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30일엔, 새누리당은 야권에서 주장해 온 거국중립내각의 수용을 결정한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내각 구성을 강력하게 촉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여당의 결정에 야권은 “지금은 거국내각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며 여당의 제안을 무시하면서 다음 날 진행된 최고위원회회의는 파행으로 치닫는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이 제안한 특검, 거국중립내각 다 받아들이니까 걷어찼다”며 “대한민국을 국정중단 상태로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특검 수용, 거국내각 수용 등 민심을 수용하기 위한 결정을 내림에도 상황의 개선되지 않자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현 지도부인 친박계는 비박계와 첨예하게 대립하며 지도부 사퇴는 없을 것이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정현 대표는 “도망가는 것은 쉬운 선택이다. 중요한 건 배의 선장처럼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라며 사퇴 표명의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러한 새누리당 내 갈등은 격화됐다.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 5인(김무성, 오세훈, 남경필, 원희룡, 김문수)은 지난 1일 긴급회동을 열고 현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했고, 4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 총회에서는 계파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났다. 총회의 비공개 전환을 두고 계파 의원 간 고성과 욕설이 오갔고, 별 다른 합의 없이 총회는 마무리 됐다.
각자 갈 길 가는 야 3당
24일, 갑작스런 대통령의 개헌 발표 때부터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기 전이었지만, 우병우·최순실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으로 인해 이번 개헌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이후 몇 차례 여야의 개헌 요구에도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개헌을 미뤄왔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우병우·최순실 이슈를 블랙홀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지적했다.
24일 JTBC의 보도와 함께, 야권은 개헌과 더불어 최순실의 국정 농단 의혹을 두고 새누리당 및 박근혜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대상이다. 현직 대통령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직접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며 비판했다. 국민의 당 안철수 전 대표 역시 “도대체 이게 나라이냐. 박 대통령은 전면에 나서서 진실을 밝히고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을 둘러싼 여야 간의 갈등에 있어서는 세 야당은 서로 방향을 달리했다. 국민의 당은 특검 추진을 반대했으나 민주당의 경우 특검수사를 요구했고, 기존 ‘상설 특검’ 제도 대신 ‘별도 특검’ 제도를 통해 수사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여당에서 특검(상설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히자 이내 특검 협상을 중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의당의 경우 특검보다 더 강경하게 ‘박 대통령 하야 촉구행동’을 주장하는 등 대책이나 앞으로의 향방에 있어 통합된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이후 지난 1일에 진행된 야 3당 원내대표 회의에서 특별검사제 추진에 합의함과 동시에 이번 사태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규정하고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협조를 주장했다. 이로써 특검 도입 및 방법에 대해 야 3당은 합의를 도출한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정국을 풀어나갈 방법에 있어 ‘거국중립내각’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현 사태를 돌파하고자 국무총리 후보자로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지정함으로써 사실상 책임총리제를 제안했고, 이에 대해 야3당은 거세게 반발하며, 국회 인상청문회를 거부하는 데에는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거국중립내각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여당은 이에 대해 "정치적 계산은 그만두고 진정으로 국정을 위하는 결정을 내리라"며 특검과 거국중립내각 협상에 임하라고 촉구하는 상황이다.
늑장 대처, 불신 검찰
최순실과 관련된 검찰 조사는 원래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돼 진행됐다. 9월 29일 '투기자본감시센터'에서 최순실과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고발하며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된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하여 해당 사건을 검찰은 형사 8부에 배당했다. 청와대와 관계된 사건이고 피고발인만 80명이 넘는 큰 사건임에도 검찰이 이를 일반 형사부에 배당한 것을 두고 거센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미르·K스포츠재단과 전경련에 대한 압수수색이 사건 배당 21일 만에 이뤄지면 늑장대처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러한 검찰 수사의 방향도 24일 JTBC의 보도와 함께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역시 동시에 밝혀내는 것으로 전환된다. 25일 JTBC로부터 해당 태블릿 PC를 입수하고, 27일엔 ‘최순실 의혹’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한다. 이후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며 각종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였다.
29일엔 청와대 압수수색을 위해 청와대를 찾았으나, 청와대는 이를 완강히 저지하며 “기밀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은 본래 임의 자료 제출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음 날에도 검찰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로부터 같은 입장을 전달받았고, 이후 청와대 승인 문서 7박스를 건네 받은 검찰이 “충분한 자료를 제출받았다”고 돌연 발표하자 국민들의 신뢰는 다시 한 번 무너졌다.
30일 날 귀국한 최순실에 대해 하루 정도 시간을 내준 것 역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30일 이경재 변호인은 “수사 담당자에게 최 원장이 건강이 좋지 않아 하루정도 몸을 추스릴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며 최순실의 건강을 이유로 삼았지만, 검찰은 다른 피의자들과 ‘말맞추기’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검찰은 최순실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31일 소환 통보했음을 밝혔고 31일 최순실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이후 검찰은 최순실이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 인사들의 사퇴와 함께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이 줄줄이 구속되고 11월 6일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소환됨에 다라 수사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앞선 늑장 수사 문제부터,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빈 상자’는 크게 회자되며 보여주기 식 수사에 머물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따. 또한 31일 최순실의 검찰 출두에서 찍힌 사진과 이후의 사진의 모습들이 차이가 있다며 최순실 대역설 마저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전면 부인했지만, 이러한 의혹들은 검찰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낮아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건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