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호/교수의 서재] 밥 먹고 잠자고 운동합시다!

2016-10-09     박재정(초등교육) 교수

 

어떤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이 학교에 오자마자 숨이 차도록 운동장을 달리는 체육수업을 운영한다면 아마도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아침에 기운을 빼고 나면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수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며 다른 교과의 교사들도 목소리를 높여 반감을 쏟아낼 것이다. 사실 아침에 등교하여 숨이 차고 땀이 나도록 운동을 했다면 그날 공부는 다했다는 인식이 신체 활동과 공부의 관계에 대한 정설(定說)이었다.

그런데 미국 일리노이주 네이퍼빌의 센트럴 고등학교에서는 실제 이러한 수업이 운영되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학업성적의 향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운동과 학업성적 향상의 관계를 반신반의(半信半疑)하던 차에 네이퍼빌의 사례에서 운동이 두뇌활동을 활성화한다는 뜻밖의 연구결과를 얻게 되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이것이 ‘운동화 신은 뇌-Spark Your Brain’의 주요 내용이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가장 큰 사실은 ‘운동이 두뇌를 발달시킨다는 소문은 소문이 아니라 진실이었다.’는 것이다. 뇌 과학의 발달로 지금까지의 정설이 깨어지고 새로운 정설이 만들어졌다. 천동설이라 믿었는데 지동설이었다는 사례에 버금가는 결과이다.

이 책은 크게 10장으로 구성되었다. 모든 장마다 운동이 건강에, 특히 뇌에 적극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차근히 책을 읽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 아니 본능이 되살아나게 된다. 주저자인 존 레이티는 하버드 의대의 정신과 전문의로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를 운동과 두뇌의 관계로 풀어가고 있다. 운동이 두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운동이 신경세포 성장인자와는 무슨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뇌에 유익한 운동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내용을 실제 사례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안내하고 있는데 거부할 수 없는 설득력으로 다가온다. 교육을 해야 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1장과 2장의 내용에 가장 눈길이 갔고, 또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3장의 스트레스가 뇌를 부식시킨다는 내용에도 관심이 가서 여러 번 읽었다. 벌써 몇 년 전에 발행된 책이고, 강의시간이나 전공 학회에서도 많은 사람들과 나누었던 내용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읽으며 알고 있던 건강 상식을 강화하기도 하고 이전에는 간과했던 내용들을 발견하며 새로이 메모도 했다.

특히 이번에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체육과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부분이었다. 센트럴 고등학교의 체육수업 코디네이터인 필 롤러와 폴 젠타스키는 체육수업이 어떻게 계획되고 운영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체육교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분명한 지침을 주고 있었다. 체육수업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참으로 의미 있는 메시지라 여겨졌다. 체육교육을 직접 담당해야 하는 체육교육과, 초등교육과 예비교사들 뿐만 아니라 한국교원대학교 모든 예비교사들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운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지하고, 학교현장에서 교육과정을 어떻게 계획하고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물론 이 책을 처음 읽는다면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며,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운동을 권하는 전령사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충분한 잠을 자고 싶어 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끼니는 때우고 쪽잠을 자면서라도 먹고 자는 것은 꼭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운동에 대한 생각은 좀 달라서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드물다. 누군가 “어제 바빠서 잠을 안 잤네, 오늘 깜빡하고 밥을 안 먹었네” 라고 한다면 주위는 웃음바다가 될 것이다. 반면 “요즘 깜빡하고 운동을 안 했네” 라고 했을 때는 “그게 왜?” 라고 반문을 하며 의아해 할 것이다. 이 책에도 얘기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생존을 위해 육체노동을 했기에 운동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이제는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운동을 해야만 한다.

현실적으로 예비교사들의 최대 관심사는 교사가 되는 것이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임용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 임용시험을 위해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건강과 체력을 무시할 수 없다. 모든 준비가 되었는데 체력이 부족하고 건강이 좋지 못해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면 대신할 방법이 없다. 운동이 꼭 필요한 여러분들에게 ‘운동화 신은 뇌’는 ‘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분명한 답을 제시해 줄 것이다.

사는 게 바쁘다지만 우리 이제 밥 먹고, 잠자고, 운동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