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호] 서울은 미등록, 지방은 자퇴··· 전체 대학생 중 7.4%는 대학 그만 둔다

관계자들, “학벌과 진로, 취업이 진짜 이유” 진단

2016-10-09     하주현 기자

지난해 전체 대학생 중 7.4%는 중도에 대학을 그만뒀다. 전년도인 6.38%에 비해 1.03%포인트가 증가한 수치다. 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은혜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 전국 대학생 중도탈락 현황’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전국 247만 4861명의 대학생 중 7.4%에 해당하는 18만 3340명이 자퇴, 미등록, 미복학 등의 이유로 입학한 대학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조사는 전국 4년제 일반대·교대·기술대·방통대·사이버대학 등 253개 대학을 전수조사 했으며 전문대는 제외됐다. 고된 입시 과정을 지나고 들어간 대학일진대 이처럼 적지 않은 수의 대학생들이 대학을 그만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계자들의 진단을 들어봤다.

 

◇ 서울은 ‘미등록’, 지방은 ‘자퇴’가 가장 큰 사유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학의 재적학생 80만 8919명 중 중도탈락 학생은 10만 5267명으로 재적 인원 대비 13.01%가 대학을 그만둔 반면 지방 소재 대학의 경우 재적학생 138만 3285명 중 6만 7128명으로 전체 인원의 4.85%의 학생이 대학을 그만뒀다. 서울권 대학에서 지방소재 대학에 비해 2배가량 많은 중도탈락 인원이 발생한 것이다. 중도탈락의 사유로는 서울 지역의 경우 ▲미등록 70.4% ▲자퇴 18.7% ▲미복학 7.4% 순으로 미등록이 가장 큰 이유를 차지했으나 지방소재 대학은 ▲자퇴 48.9% ▲미복학 35.6% ▲미등록 12.3% 순으로 자퇴가 중도탈락 이유의 절반에 달했다. 유은혜 의원은 "서울지역 학생들은 학교에 이름만 유령처럼 올려놓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 지방 소재 학생들은 아예 학교를 자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라며 "4년제 대학이 학문의 기능, 취업의 기능 어떤 것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학생들의 중도이탈이 심화되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며 자료에 대한 의견을 표했다.

 

◇ 대학교육연구소, “학벌과 취업이 큰 이유겠으나 대학교육도 문제 있어”

위처럼 유 의원은 4년제 대학의 만족할 만하지 못한 학문기능, 취업기능을 대학생들의 중도탈락 사유로 꼽았으나 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학벌’과 ‘취업’이 중도탈락의 가장 큰 이유일 것으로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수도권 대학의 미등록 학생의 경우는 합격을 유지한 상태에서 대학에 등록을 하지 않고 취업공부를 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며 지방소재 대학의 경우 다른 대학으로의 편입을 준비하느라 미등록, 자퇴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수도권과 지방 소재 대학에 따른 중도탈락의 이유를 추측했다. 한편 “취업이나 편입이 중도탈락의 큰 이유라고 할지라도 대학 교육의 만족도가 높다고 보긴 힘들며, 원하는 대학과 학과로 편입을 하더라도 새로운 대학의 교육의 여건, 교육의 질에 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크게 변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여건은 재정규모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재정 기반이 탄탄하고 규모가 큰 일부 수도권사립대학의 교육여건이 나을 수밖에 없고, 더욱이 정부는 국립대학을 육성·지원하는 데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특수목적 국립대학을 설치한 뒤에도 적절한 만큼의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대학을 통폐합하고 있다. 1996년엔 부산수산대와 부산공대가 부경대로 톻합됐고, 2005년엔 여수대와 전남대, 2006년엔 부산대와 밀양대가 통합됐으며 2011년부터는 부산대와 부경대의 통합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학교의 경우도 정부가 설치한 특수목적 국립대학으로서 목적인 양질의 교원 양성을 위해 충분한 재정을 지원받아야 하나 매해 깎이는 예산지원금으로 교직원이 대학살림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게 실상이다.

 

◇ 학벌없는사회, “취업이 중도탈락의 큰 이유이나 무조건적인 대학 진학 역시 경계해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관계자의 의견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대학생의 중도탈락 사유의 큰 부분이 학벌이라는 점에는 동의하나 서울과 지방의 경우는 다를 것이며, 지방의 경우 학벌보다 진로나 취업의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삼호 연구원이 서울은 취업을 이유로, 지방은 다른 대학으로의 편입을 이유로 대학을 그만두는 학생이 많을 것으로 진단한 것과 상반된다. 다만 학벌없는사회 관계자는 “대학이 취업 지원에 치중을 하지 않아서 지방대의 자퇴율이 높다고 보는 건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대학의 취업전담기관화를 경계했다. 대학을 꼭 나와야 한다는 사회의 인식과 강요 역시 문제로 짚었다. 자퇴를 하는 것과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아니며 따라서 중고등학교에서 야자와 대학 진학을 강제하기보다 다양한 진로 기회를 마련하는 게 대학에서의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일 것이며 특히 지방대에 끼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 대학 졸업해도 취업률은 OECD 최하위··· 종국엔 취업이 진짜 이유

관계자들은 부족한 진로교육, 학벌주의, 취업을 이유로 꼽았으나 진로교육 역시 학생이 차후 선택할 직업을 위한 것이며 학벌주의도 마찬가지로 학벌에 따라 달라지는 직업, 사회적 지위와 연계된 것임을 볼 때 궁극적인 원인은 취업난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다른 대학과 학과로 옮겼을 땐 취업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통계청과 한국교육개발원의 「취업통계연보」 자료에 따르면 ▲전문대 ▲4년제 대학 ▲대학원으로 나눠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취업률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취업률은 2010년 55.0%, 2011년 58.6%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13년 59.3%, 2014년, 58.6%로 소폭 하락하고 있다. 고등교육기관별로는 대학원 졸업자의 취업률이 가장 높고 전문대학 졸업자,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순으로 높다. 구체적으로 2014년의 대학원 졸업자의 취업률은 67.2%이며, 전문대학 졸업자와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각각 61.4%와 54.8%이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다니는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이 60%를 하회하고 있고, 직업교육을 목표로 설립된 전문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이 60%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많은 물질적·정신적 자원을 투입한 대학원 졸업자의 취업률도 70%를 밑돌고 있어 한국 고등교육기관 졸업자들이 취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OECD 주요 국가들의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률에서도 확인되는데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뿐만 아니라 전체 취업자를 고려한 2012년 OECD 자료에서도 한국의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B유형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률에서 한국(74.9%)보다 낮은 수준을 보인 나라는 일본(73.6%)이 유일했는데, OECD 평균은 80.5%였다. 또한 4년제 대학 및 대학원에 해당하는 A유형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률의 OECD 평균은 84.2%였던 반면 한국은 78.1%로 비교대상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다.

 

‘대학 중도탈락’이라는 단어와 그 수치엔 드러나 보이지 않지만 그 속엔 각기 다른 대학생들의 사연과 고민이 존재한다. 대학을 그만둔 뒤 본인에게 맞는 학과와 대학, 취업기관, 또는 삶의 방식을 택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부분도 있으나 그 과정에서 대학생들의 시간적·경제적·정신적 노력과 피해가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적성에 맞는 학과와 진로를 찾아간다고 할지라도 결국 취업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현실은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지연 문제와 더불어 사회의 건강한 존속에 심각한 위협요인이 될 수 있기에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강구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