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호] 북한이탈주민의 인터넷 방송, 생생한 이야기로 흥미와 공감 유발해
탈북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소통창구로의 도약 기대
최근 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민)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들은 기성 언론에서 비춰지는 탈북민들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탈북에 대해 개성적인 의견을 펼쳐 인기를 끌고 있다.
◇ 탈북민 증가하고 있지만 남한 정착에 여전히 큰 어려움 겪어
지난 달 북한에서는 5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우리나라에서는 11년 만에 북한인권법을 첫 시행했다. 이러한 남북한 관계의 틈바구니 속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8월까지 새로운 탈북민의 수는 89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으며, 11월 초에는 총 3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수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탈북민들은 생활고와 빈부격차 등의 문제로 인해 남한 정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먼저 탈북민들은 하나원(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정착 지원을 위하여 설치한 통일부 소속기관)을 퇴소하면 500만원을 정착지원금으로 받게 되지만 탈북을 도와준 브로커에게 사례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한국에서의 정착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적다. 또한 갈수록 빈부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끼게 되고, 이에 따라 범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법무부에서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수감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탈북민 수감자는 2011년 51명에서 2016년 8월26일 기준 129명으로 153% 늘어났다. 폭력 사범의 경우 지난 5년에 비해 400%나 증가해 탈북민의 남한 적응이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탈북민들은 남한 주민에 비해 5배 이상 범죄에 노출돼 있고, 특히 사기 피해 건수는 무려 4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탈북민 BJ의 등장
위와 같은 상황에서 탈북민은 남한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로서 독립적인 발언권을 가지지 못했다. 종편 채널에서 ‘남남북녀’, ‘이제 만나러 갑니다’, ‘모란봉클럽’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북한이탈주민들에 관한 방송을 해왔으나, 방송사의 보수 성향에 따라 논의를 제한하거나 탈북민을 시청률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만 본다는 비판이 있었다. 지난 5월 아프리카 TV 정기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 유명 탈북민 BJ 이평은 이러한 실태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느끼고 북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어 방송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매일 3~5시간 정도 생방송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탈북 과정 설명에서부터 북한 단어 배우기, 북한 어린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 등 자신이 경험한 북한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또 다른 유명 탈북민 BJ인 손봄향은 당당한 태도로 북한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함은 물론 탈북민을 향한 근거 없는 반감을 가지고 ‘빨갱이’라고 비난하는 시청자에게 “빨갱이가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말이냐”며 날카로운 일침을 가해 탈북민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데 일조하고 있다.
◇ 탈북민 인터넷 방송의 의의
탈북민 BJ들은 다분히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방송을 진행한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어린 나이에 탈북해 한국에 거주한지 오래된 사람들이라 그들의 경험담이 최근의 북한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같은 탈북민이라도 출신 지역이나 신분에 따라 북한에서의 경험이 다를 수 있다. 이에 대해 유튜브 탈북민 여성 토크쇼 ‘아는 언니’의 출연자 김진옥 씨는 방송 중 “남한에 와서 다양한 탈북민의 얘기를 들어보니 내가 북한에 살면서도 북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그들의 이야기가 모두 솔직하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성 언론에서 비춰지는 탈북민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여 북한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인식을 접해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이런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것은 젊은 감성의 진솔한 이야기가 울림,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라며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호기심 및 공감의 정서가 공존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콘텐츠가 통일에 부정적인 젊은이들이 북한과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조원 중앙대 교수는 “이러한 경로를 통해 남한의 시민들이 북한적 현상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 북한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나아가 결과적으로는 북한과의 통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