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7호] 아동학대, 방치된 아이들

꾸준한 관심 기울이고 관련 법 정비돼야

2016-06-23     박은송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장기결석 중이던 11세 소녀가 아버지로부터 심한 학대를 받다 탈출한 사건이 발생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도 부천 의 장기결석 초등생이 아버지에게 맞아 숨진 사실이 3년여 만에 드러나고, 이어 가출 신고된 여 중생이 11개월 만에 백골 상태로 발견되는 등 장 기결석 학생들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아동학대 신고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에 직원들도 휴일도 반납하고 야근을 하며 현장 조사에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아동학대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 지만 여전히 현재 우리나라의 피해아동 발견율은 낮다.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피해아동 발견율 은 2015년 아동 1000명 당 1명으로 2010년 아동 1000명당 0.5명에 비해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미 국의 아동 1000명 당 9명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매우 저조하다. 교육부의 장기결석 아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5천 900여 개 초등학교에서 특별한 사유 없이 7일 이상 결석한 학생이 220명이고, 정부에서 이 학생들의 절반가량을 점검했는데 8명 은 아동학대가 의심됐고 13명은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았다.
장기 결석 학생에 대한 학교의 관심 부족과 관리 소홀은 법의 허점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는 여론과 오랫동안 무단결석하는 학생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학교가 정확하게 이유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이기성(월곡초등학교) 교사는 “학교에 아이가 나오지 않아 학부모에게 등교 독촉을 했지만 학부모가 무시하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실제적으로 학교가 학생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고 학 교에 나오도록 강제할 수 있는 법이 필요했다” 고 밝혔다. 기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7일 이상 결석 시 등교를 독촉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법상 에는 장기결석 학생의 소재를 학교가 파악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었다. 새 학기부터 적용된 개정안은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법령에 3일 이 상 결석 시 출석을 독촉하고 장기 결석 학생은 학교가 소재를 파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 매뉴얼에는 결석 첫날부터 이틀간은 유 선으로 연락한 뒤 결석 3∼5일째는 교직원이 사 회복지전담 공무원과 함께 가정 방문을 하도록 했다. 이때 학생의 소재나 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학교장이 바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가정 방문을 했음에도 계속 학생이 등교하지 않으면 6∼8일째에는 보호자와 학생을 학교로 불러 학교장과 교감, 교사, 학부모, 아동보호기관 관계자, 학교전담 경찰관 등 7명으로 구성된 관 리위원회에서 면담을 한다. 결석 9일째 이후에는 학교가 아닌 교육장(감) 차원의 전담기구에서 해당 학생을 관리한다. 전담기구는 미취학 아동과 무단결석 학생 관리카 드를 만들어 매달 1차례 이상 학생의 소재와 안 전을 확인한다. 확인이 어려우면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게 된다. 교육부는 매뉴얼 실행을 의무화한 뒤 지키지 않을 경우 학교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올 상반기 중 관련 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특히 학부모가 특별한 이유 없이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학교 측에서 고발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 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학교 차원에서 무단결석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게 사 실”이라며 “앞으로는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미취학·무단결석 학생에 대한 조치를 의무화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학 학생 관리도 강화된다. 전학할 때도 전출과 동시에 전학 예정 학교로 학생 정보가 통보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전출학교에서 해당 학생의 주소가 실제 이전 됐는지 확인 없이 전학 조치를 했지만 앞으로는 전출학교에서 주소 이전을 확인하고 전학을 승 인해야 한다. 또 주소지의 읍·면·동장이 전학 예정 학교에 전학 대상자를 통보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가정폭력의 덫으로부터 아동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비밀 전학' 제도가 보강 된다. 정부는 비밀 전학 제도가 관련 기관의 무 지와 무관심 속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 아래 제도의 미비점을 손보고 학교의 학대 피해 아동 비밀 전학 처리에 필요한 절차 및 요령을 관련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비밀 전학 제도란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바꾸지 않고 학대 피해 아동이 머무는 보호 시설 주변의 학교로 전·입학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지난 5~7월 비밀 전학 제도로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서 233명이 학교를 옮겼다고 밝혔다. 한 달에 70 건 이상 비밀 전학이 이뤄지고 있다. 비밀 전학은 학대 가해자로부터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학교 교사가 자녀 를 학대한 부모의 문의 전화에 아무 생각 없이 전학 학교를 알려주거나 이혼 소송 중인 가해자 부 모에게 통지문을 발송하는 등 비밀이 제대로 안지켜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정부는 학대 아동의 비밀 전학이 가해 부 모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관련자들의 비밀 엄수 를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비밀 전학의 사실을 아동 학대 행위자인 친권자를 포함해 누구에게든지 누설해 서는 안 된다"는 문구를 법령에 포함할 방침이다. 또 이런 비밀 전학이 취학 업무 관계자가 아닌 자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교육감, 학교장 등이 관리·감독하게 규정할 계획이다. 추가적으로 입학을 유예한 학생에 대한 별도 규정도 마련됐다. 원래는 주소지 읍·면·동장이 마음대로 해당 학생의 취학(입학)을 연기해 줬다. 그러나 앞으로는 의무교육학생관리위원회에서 보호자와 해당 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심의해 취학 유예 여부를 결정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과 협력해 학업 중단 학생 관리도 강화해 아이 1명도 놓치지 않는 촘촘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