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8호] 우리학교 자보문화를 돌아보다

설문조사 통해 자보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논의 필요성 드러나

2016-06-23     박은송

우리학교엔 독특한 문화가 있다. 테니스장 길 목과 식당 앞 게시판, 각 학과 건물 등에서 손으 로 직접 그린 자보를 볼 수 있다. 개강총회·실습· 답사 등 각 학과의 특정 행사 시기가 되면 이를 알리는 자보가 붙어 있다. 개교 이래 지속적으로 행해져 이제는 하나의 문화가 된 ‘자보’가 학과 행사 안내라는 본래 목적에 얼마만큼 부합하며, 그 실효성은 충분한지 알아보았다.


◇ 우리학교 자보 제작 현황

우리학교의 경우 자보는 보통 홍보부가 담당 해 제작을 하고 있다. 우리학교 학우 158명이 참 여한 설문조사에서 “자보를 제작하거나 '자보' 제 작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습니까?” 질문에 ‘있 다’라고 대답한 경우는 59%(92명), ‘없다’라고 응 답한 경우는 41%(64명)로 나타났다. 또한 설문 조사 결과 1학년 93.6%(147명), 2학년 59.9%(94 명)으로 '자보' 제작에 참여하는 학년은 주로 1학 년이며, 몇몇 학과는 2학년도 ‘자보’ 제작에 참여 하고 있었다. 학과마다 차이가 존재하지만, 자보 는 각 학과의 주요 행사인 MT·답사·실습·총회· 월별 생일 등을 안내한다.


◇ 응답자 50.6% “학과 행사 홍보용 자보 불필 요하다” 생각해

우리학교 학우 158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학과행사 홍보용 자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 니까?’라는 질문에 ‘불필요한 편이다’라고 대답 한 경우는 34.6%(54명), ‘결코 필요하지 않다’라 고 응답한 경우는 16%(25명)로 필요하지 않다 는 의견이 약간 우세한 경향을 보였다. 중복 응 답 가능했던 불필요한 이유에 대한 선택 응답 중 “해당 학과 학생들에게 단체 메신저 등을 통해 행사가 충분히 안내되기 때문에”가 83.8%(67명) 으로 가장 많았으며, “자보담당 학과회원에게 과 도한 업무가 부담되기 때문에”가 68.8%(55명)으 로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자보를 알리는 행 사내용을 학우들이 유심히 보는 경우가 적어 홍 보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30%(24 명) 차지했다. 실제로 한 학우는 “손으로 쓰는 자 보 문화는 구시대 기술이 발달 하지 않았을 때의 문화이다. 시대가 변한 만큼 문화도 바뀌어야 한 다”고 밝혔다. 익명의 학우는 “새내기의 1년을 자보제작에 쏟아 부었다. 그랬던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왜 그림을 성의 없게 그렸냐는 질책과 왜 제대로 붙 이지 못해서 떨어지게 했냐는 책임소재의 전가 였다. 이렇게 선후배간의 권위구조 속에서 억지 로 제작되는 자보의 폐단을 더 이상 지속할 필요 가 없다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또한 “너무 사소한 행사들까지 자보를 그리게 하여 상당 부분에서 많은 학생들에게 큰 부담을 지게 하는 것 같다. 물론 의미가 없는 일은 아니 지만 과연 그토록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필 요가 있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다함께 고민해봐 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냈다.


◇ 응답자 49.4% “학과 행사 홍보용 자보 필요 하다” 생각해

우리학교 학우 158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학과행사 홍보용 자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 니까?’라는 질문에 ‘꼭 필요한 편이다’라고 대답 한 경우는 4.5%(7명)로 매우 적었으며, ‘필요한 편이다’라고 응답한 경우는 44.9%(70명)로 나타났다. 학과 행사 홍보용 자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 는 “안내를 미처 받지 못한 학회회원에게 행사를 알리기 위해”라고 선택한 학우는 62%(49명)으 로 제일 많은 표를 받았다. 또한 “다른 학과의 학 우들에게 소속 학과의 행사를 알리기 위해”라는 의견 53.2%(42명), “다양한 자보를 구경하는 것 이 흥미롭기 때문” 의견 또한 50.6%(40명)로 높 은 비율을 차지했다. 실제로 “학교를 걸어 다니 면서 자보 구경한다. 학교 안에서 소박한 아름다 움을 느낄 수 있어 재미가 있다”는 의견도 존재 했다. 이 밖에도 “직접 자보를 만들면서 홍보부 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고 다양한 자보형태를 만 들면서 학우들과 친목도 다질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 측면만 존재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 손으로 작성한 '자보'와 컴퓨터로 인쇄한 '자보'의 차이?

총 155명이 응답한 ‘행사 내용을 손으로 작성 한 자보와 컴퓨터로 인쇄한 자보에 차이가 있 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내용이 같다 면 차이가 없다’라고 대답한 경우는 65.8%(102 명), ‘내용이 같아도 차이가 있다’고 응답한 경우 는 31%(48명)로 내용이 같다면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이 같다면 차이가 없다고 기술한 학우들 은 주로 “자보의 목적 자체가 학과의 행사를 알 리는 것이라서”를 근거로 들었다. 즉, 내용전달 의 기능은 인쇄한 자보로도 충분히 충족이 되며, 기술이 발달해 굳이 손으로 직접 제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김근주(이화여대 경영학과)학생은 “어떻게 모든 자보를 일일이 손으로 쓸 수 있는지 놀랍다. 너무 경제적 시간적 측면에서 굉 장히 비효율 적인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문 선정(대구교대) 학생또한 “우리학교의 경우 모 든 자보는 컴퓨터로 만들어진다. 손으로 쓰려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내용이 같아 도 차이가 있다고 기술한 학우들은 “손으로 작성 한 것이 더 정성스러워 유심히 보게 된다. 손으 로 쓰는 정성이 컴퓨터로 쓰는 자보와 차이점이 다”고 밝혔다. “자보 제작에서 중요한 점은 ‘정성’이라는 가 치”와 “과연 그 정성의 가치가 학우들이 부담을 느끼게 할 만큼 소중한 가치인지 생각해볼 필요 가 있다”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홍보용 ‘자보’에 대한 학과장들의 생각

이혜림(지구과학·14) 학회장은 홍보자보를 없 애자는 의견이 작년 총회 때 나왔다고 전했다. “ 개강총회와 종강총회 등의 행사 자보를 붙여도 기간이 매우 짧아 효용성이 낮다는 의견이 있었 다. 이후, 과사를 통해 학부생들에게 문자로 공지 하고 학과 게시판에만 공지하는 형식으로 확정 이 됐다”고 밝혔다. 또한 “자보 폐지에 반대를 했 던 학우들의 의견은 전통이고, 자보를 보고 정보 를 습득하는 학우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거였다. 하지만 이는 메신저 등이 상용화되지 않은 상태 에서의 공지법이였기 때문에 현재는 굳이 필요 없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최준혁(일반사회·14) 학회장은 “자보 문제는 매 총회 때마다 나왔던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는 과 행사 안내는 어차피 과 단체 톡으로 공지 를 해 자보를 최소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
지만 아직 학회원들 전체의 의견을 물어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유남영(초등교육·14) 학회장은 “초등과의 경 우 총회, 모꼬지 등 과 전체가 움직이는 행사의 경우 자보를 그려왔다. 하지만 이번 31대 학생회 의 수습이 적어 인력이 부족하고, 자보를 그리는 데 시간과 노력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자보를 최 소화 하고 웹자보나 전체공지로 대체하고 있다” 고 밝혔다. 또한 ‘심화 별로 행사 안내 자보를 그 리게 할 생각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총회 등 의 업무를 맡고 있는 집행부는 학우들 위에 있는 개념도 아니고, 실무를 단지 맡고 있는 동등한 관 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보를 그리는 것에 대해 강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필요성도 없다고 생 각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자보에 대한 학우들의 합 의가 충분하지 상황에서 전통의 힘으로 지속된 문화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이미 많 은 학우들은 “대외적인 홍보가 필요한 자보만 그 리거나, 생일 자보처럼 이를 보고 학우들의 생일 을 축하해 줄 수 있는 자보만 만들면 될 것”이라 며 절충안을 내놓았다. 이런 자보 문화의 영향으 로 불편과 고통을 호소하는 학우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구성원들 간의 충분한 논의와 문화 개선 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