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2호] 새로운 흥행코드, 예술영화
제3회 마리끌레르 영화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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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4. 02. 24.
상업영화의 범람 속에서 예술영화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소소한 흥행소식도 들리고 있다. ‘로마위드러브’, ‘오늘’, ‘인사이드르윈’ 등은 영화에 그리 큰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영화제목들이다.
예술영화란 1950년대에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로 스토리를 중시하는 할리우드의 전통적인 영화 스타일을 벗어나,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현상에 중점을 둔 비(非)할리우드적인 영화를 말한다. 따라서 상업적인 의도보다는 예술적인 의도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그러하듯이) 예술영화라 하면 상업영화에 반대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쉽다. 독립영화나 인디영화도 이와 비슷한 범주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9일에 제3회 마리끌레르 영화제가 CGV청담씨네시티에서 개최됐다. 마리끌레르 영화제는 기존의 상업영화들에 밀려 소외됐던 예술영화들을 소개하여 대중들이 즐길 기회를 제공하는 영화제이다.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개최된 제3회 마리끌레르 영화제는 25일까지 예정돼 있는 모든 영화의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위와 같은 영화제가 개최된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예술영화에 대한 관심을 방증한다. 이처럼 최근에 예술영화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에 대해 예술영화계에서는 ▲예술영화의 견인고객인 인텔리 중년층의 확대 ▲신세대의 자기중심적 문화소비 ▲스타성 짙은 대중적 예술영화라는 세 요소가 결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인텔리 중년층의 확대에 대해 씨네큐브 운영사 티캐스트의 박지예 극장영화사업 팀장은 “한국에서 예술영화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0년대 중반에 대학생 혹은 사회 초년병으로 예술영화를 봤던 층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상업영화 이외의 진지한 영화를 보는 것이 하나의 문화적 라이프스타일이 돼 가고 있다”고 풀이했다.
신세대의 자기중심적 문화소비에 대해서는 CGV 무비꼴라쥬의 한승희 팀장이 “예술영화 시장에 새롭게 유입되는 젊은 관객들은 ‘자기만의 문화소비족’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한국영화 관객 2억 명 시대에 숱한 영화를 봤을 뿐 아니라 미국드라마와 영국드라마를 통해 치밀하게 직조된 연출력에 익숙한 세대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모두가 다 보는 영화가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 작품을 골라보는 자기정체성 강한 문화소비 성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년층의 감동코드와 젊은 층의 감각코드가 예술영화 흥행의 지렛대가 되면서 상영되는 예술영화의 경향도 바뀌고 있다. 기존 예술영화가 거장의 작품이나 영화사에 남는 고전작품이었다면 최근에는 스타성과 대중적 접근성이 결합한 좀 더 가벼운 작품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 마리끌레르 영화제에 상영됐던 박찬경 감독의 ‘만신’에는 문소리·김새론 등의 스타성이 있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 영화에도 스타시스템이 적용됐냐는 질문에 대해 박 감독은 “영화가 무형문화재이신 김금화 만신의 일생을 다루기 때문에 이에 조응하는 배우가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단순히 주목을 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좀 더 긍정적인 목표가 있었지만 스타시스템을 간과할 수는 없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직 예술영화에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남아있다. 평소 예술영화에 관심이 많아 마리끌레르 영화제에 참석했다고 밝힌 강은영(서울·24) 관객은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도 찾기 힘들고 홍보가 부족해 많이 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극장에서 상영한다고 해도 우리나라보다 외국영화가 많아 우리나라사람들 의 정서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예술영화의 장벽이 높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