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1호] 함께 사는 세상

2016-06-21     박은송 기자

화려하고 큰 건물 뒤로 숨겨져 잘 보이지 않는, 아 니, 사회의 편견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쪽방에 다 녀왔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곳에 사람이 살 거라고 는 생각조차 못할 것이다. 햇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골목골목 조그만 방들이 이어져 있다. 근방에 사는 사 람들조차 ‘거기에 그런 곳이 있었어?’라며 놀란다. 이 렇게 그들은 철저하게 사회에서 소외돼 음지에서 살 고 있었다. 전국쪽방상담소협의회가 서울, 부산, 인천, 대전, 대 구 등 쪽방상담소가 설치된 대도시지역을 중심으로 파악한 자료에 의하면 2016년 현재 전국의 쪽방건물 은 1,193동, 쪽방 수는 7,938개이며, 쪽방 생활자수는 6,103명이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른 기준으 로 ‘쪽방’을 정의하고, 그러한 쪽방의 거주자만을 대상 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수는 더 클 것이다. 거주자는 대체로 불안정하고 이동성이 강한 직업을 가지고 있고, 소득이 낮은 도시의 최빈곤 층으로, 특히 가족을 구성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렇 듯 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없이 필요한 상황이 지만 실제로는 그러하지 못하다. 한파가 몰아치고 무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그때 잠깐 그들을 들여다보고 말 뿐이다. 자원봉사활동도 그 시기에 반짝 행해지며 이후에는 다시 무관심하다. 그들의 자활을 도울 기관 은 턱없이 부족하며 그 인력 또한 부족한 상황이다. 지 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도와주지 못하면서 도리어 그들의 가슴에 상처만 남기는 상황이 반복되 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회가 그들을 바라보 는 시선이다. 사람들은 쪽방에 사는 사람들을 술에 취 해있거나 제정신이 아니고 스스로 노력해서 자활하려 는 의욕도 없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낙인 찍어버린다. 하지만 술을 마시고 ‘난장’을 피우는 사람들보다 그렇 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계속 일자리를 찾고, 자활 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쪽방 사람들이 더 많다. 단지 일반인의 눈에 ‘기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더 잘 뜨 일 뿐이다. 그러한 사람은 쪽방에 사는 사람이 아니어 도 존재한다. 그들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치부하며 문 제를 가진 사람으로 여기는 동안에 눈에 잘 보이지 않 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 력감과 두려움을 심어줄 수 있다. 겨우 한 사람만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를 지나 가파
른 계단을 오르면 우리는 쪽방에 도착할 수 있다. 우리 는 그 곳에서 한 사람만이 겨우 잘 수 있을 법한 공간 과 마주하게 된다. ‘과연 여기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지만 쪽방은 노숙 혹은 시설생활로부 터 벗어나 적절한 주거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이들 을 위한 발판역할을 하고 있는 중요한 주거시설이다. 또한 주거하향 이동을 경험하는 저소득층의 최소한의 주거비를 지불하고 거주할 수 있는 저렴한 주택으로 서 노숙이라는 극단적 주거 빈곤상태로 떨어지지 않 도록 하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 결론적으로 쪽방은 노 숙의 잠재요소를 지닌 빈곤계층이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잠자리인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사회는 그들의 비상을 도울 의무가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도리어 사회복지종사자 인건 비를 축소하는 등 사회복지분야에 예산을 어느 분야 보다 먼저 축소하고 있다. 정부는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 없게끔 제도를 보완하고 좀 더 실질적이 고 체계적인 자활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