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1호] 국회 본회의서 첫 동물원 관리법 통과 돼

수년간 노력의 결실이지만 동물 복지에 대한 구체적 조항 없어 아쉬움 남아

2016-05-22     김서영 기자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하 동물원법)’이 지난 1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본 법안은 2013년 장하나 의원이 ‘동물원법 제정안’이란 이름으로 처음 발의한 법안이 여야 타협을 통해 부분 수정·축소돼 만들어졌다. 환경단체와 다수의 국민들의 요구에 힘입어 법안이 처음으로 발의된 19대 국회의 임기가종료되어 법안이 폐기되기 전에 법이 제정되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지만, 타협 과정에서 법안의 내용이 누락·축소된 점에 대해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 이번 입법에 대한 지배적인 평가이다.

 

◇ ‘동물원법’의 역사

 

우리나라 동물원은 설립과 시설 기준 및 운영을 규정하는 법률이 없어 누구나 영업신고만 하면 상업적으로 전시가 가능했다. 이 때문에 동물원의 동물들은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는 일이 빈번했다. 뿐만 아니라사육사나 관람객들의 안전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고 동물원법에 대한 국민적인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2013년9월 장하나 의원이 국회 내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에서 ‘동물원법 제정안’을 발의했다.그러나 환노위 내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제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새누리당 권성동 위원은 “동물원법으로 동물 사육 면적에 관한 시행령을 엄격하게 만들 경우 조건을 충족하는 민간 동물원은 별로 없을 것이며 그것은 곧 기득권을 빼앗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한 새누리당 최봉홍 위원은 “교육과 훈련의 차이는 동물이느끼는 정도에 따라 다르다”며 “언론의 동물 학대관련 보도는 침소봉대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유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동물 복지를무시하고 동물원 사업자를 노골적으로 옹호하고있다’며 비판했다.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 합의를 목표로 해 전폭적으로 내용을 수정하여 '동물원법 여야 합의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섯 번에 걸친 심의 결과, 기존 ‘동물원법 제정안’의 조항들이 대폭 축소·삭제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었다. 장하나 위원은 법안이 통과된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관심 속에서 동물원법을 계속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 기존 요구안에서 어떻게 바뀌었나
장하나 의원이 발의하여 시민단체의 지원을받았던 기존 법안에서는 동물원을 설립하려면유관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이번 통과된 법안에선 신고만 하면 누구나 동물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등록제로 수정됐다. 외부에서 동물원 관리 실태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민간참여 동물원관리위원회 구성에대한 항도 삭제되었다. 또한 환경부에서 사육하기에 부적절한 종을 지정하도록 하는 조항이 삭제되어 반(反)생태적인 동물이 전시될 우려가있다. 동물쇼 목적의 훈련 금지 조항도 삭제되어 동물쇼를 가능하게 했다. 기존 연 2회 제출하게 하려 했던 동물원 현황 보고서는 1회로 줄이게 되었다.이외에도 ▲동물 생태를 고려한 사육과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 ▲동물의 습성과 생리에 적합한 시설과 설비 기준 제시 ▲감금된 동물이 보여주는 이상 행동을 예방하기 위한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 실시 ▲동물이 관람객으로인해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하는 예방 조치 ▲계획적인 번식 기준 마련 ▲관람객 주의 사항 명기▲동물은 반드시 수의사에 의해 치료할 것 명시▲기타 동물복지 필요 사항 등의 내용이 빠졌다. 이에 대해 장하나 의원은 법이 통과된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현 동물원법은 국민적 관심 속에서보안 필요하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 청주 동물원, “이번 동물원법이 동물원 재정적 지원의 근거가 되길”
청주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청주동물원 수의사는 “동물원 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법적으로 시설규칙이 정해져 있는 소수의 야생동물 이외의 동물들은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며 동물원이 동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음을밝혔다. 또한 “재정적 여건의 한계가 있어 동물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투자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생태적으로 좀 더 그들의 서식지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고, 그것이 어렵다면 행동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놀잇감 같은것이라도 제공돼야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이에 덧붙여 “동물원법이 재정적 지원의 근거가되어 동물의 복지를 증진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환영하는 바”라며 동물원법의 제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동물자유연대, “동물원 민간위원회 소집 조항이 절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3년 동안 시민 캠페인·공청회 증언·서명운동·국민여론조사·국회토론회 개최·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설득 등으로 동물원법 제정에 힘써온 시민단체이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20일 한국교원대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법안에서 가장 아쉬웠던점은 외부에서 동물원 관리 상태를 보고 참여할수 있는 민간위원회 소집 조항을 삭제한 것”이라고 말하며 그 이유를 “동물원 내에서 동물 학대등 불법행위가 발생해도 사유재산으로 간주되는동물원에 대해서는 외부의 접근이 불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민들에게는 “동물원에가는 사람은 즐거울 수 있지만 (전시장) 안에 있는 동물들의 입장도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한다”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마음으로 느끼는 데에 그치지 말고 동물원에 직접 신고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불법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아
도 관객들이 계속해서 민원을 넣으면 동물원 쪽에서도 스스로 깨닫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라며동물복지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호소하였다. 한편 동물자유연대에서는 앞으로 20대 국회의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이번 법안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사표시를 할 계획이다. 또한 환경부에서 법안의 구체적인 시행령을 만들 때에도 참여하여 동물 복지를 실질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시행령이 마련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