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8호]유아특수교육과 폐과 결정 철회 않는 교통대
장애인부모단체, “특수교육 책임 저버린 대학·국가 반성해야”
우리학교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충북 증평군의 한국교통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이하 유특과)가 대학구조조정의 한복판에서 난항 중에 있다. 교통대는 국립대 중 유일하게 유특과를 설립하여 올해로 5년째 운영해왔으나, 소규모 학과를 운영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폐과 결정을 내리고 이에 반대하는 교수와 학생을 징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유특과 학생들은 지난달 28일부터 광화문에서 학과 폐지 시도와 해당학과 전임교수 해임에 반발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사학에 내맡겨진 한국의 유아특수교육, 교통대 유특과의 의미
특수교육 관련 학과는 전국 19개 대학에 존재하지만 이중 국립대학은 부산대·창원대·공주대·한국체대·전남대·교통대의 6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부산대·창원대의 경우 단순 특수교육과로서 유아가 아닌 초·중등학생을 담당하며, 공주대·전남대 역시 특수교육학부에 속해 있어 유아특수교육만을 담당하는 전공이 아니다. 한국체대의 특수체육교육학과 역시 체육 과목에 치중되어, 보편적인 유아특수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국립대 중 유아특수교육을 담당하는 독립된 학과는 교통대 증평캠퍼스 유특과가 유일하다. 충북장애인부모연대 민용순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국가가 책임져야 할 장애학생 교육을 사학에만 맡기고 있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평했다.
교통대 유특과 학생대표 유영현 씨에 따르면 “충북지역에 특수교육과가 전무하다며 충북장애인부모연대 등 부모단체에서 굉장히 힘써주신 덕에” 당시 장병집 총장과의 합의로 교통대에 유특과가 신설될 수 있었다. 그렇게 2012년 세워진 교통대 유특과는 작년에 첫 졸업생을 냈다. 박소영 교수는 “첫 졸업임에도 졸업생 11명 중 3명이 특수교사임용에 최종합격해 37%의 합격률을 냈고, 임용을 다시 준비하는 한 명을 제외하곤 모두 국립특수교육센터, 사립유치원의 특수교사 등에 취업이 됐다”며 유아특수교사 양성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 모습을 설명했다. 유영현 학생대표는 “박소영 교수님이 방학 중에도 끊임없이 학생을 지도하시는 등 대단한 노력을 기울이신 덕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며 유특과 구성원의 노력을 설명했다.
◇ “소규모 학과 운영 비효율” 들며 폐과 결정
이런 교통대 유특과의 폐과 시도는 2014년 김영호 총장의 부임과 함께 시작됐다. 교통대는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방침에 호응해 입학 정원 10%를 감축하고 52개 학과 중 유특과 등 16개 학과를 통폐합하는 안을 세웠다. 대학본부의 애초 계획은 유특과를 유아교육학과에 통합하는 것이었으나 두 학과의 교원양성 목적이 달라 통합할 수 없다는 교육부의 반대에 막혀 폐과로 돌아섰다. 3달 뒤인 2014년 6월, 대학 구조개혁평가에서 국가장학금·학자금 대출 지원 등에 제한이 생기며 정원 10%를 의무적으로 줄여야 하는 D등급을 받았고, 새로운 구조개혁안을 밝혀 2차 평가에서 D등급을 벗어나자 이후 유특과를 비롯한 13개 학과를 6개 학과로 통폐합하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대학 측은 “소규모 학과를 모두 운영할 경우 대학에 무리가 돼 부실대학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학생·교수·장애인부모단체 등은 ‘특수교육 공적 책무성 강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충북 유일, 국내 유일의 국립대 유특과를 없애는 것은 국가의 공적 책임 회피이며 장애아동의 심각한 교육권 침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폐과 결정철회를 요구했다. 교육부 역시 유특과는 폐과 대상이 아니라며 교통대가 제출한 구조개혁안에 반려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교통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새 학기가 시작되기 며칠 전 유특과 학부의 유일한 전임교수인 박소영 교수를 해임했다. 이밖에도 학생들이 3월 28일부터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언론에 노출되며 폐과 문제가 집중을 받자 2017학년도 신입생 13명을 받는다고 언론보도를 내며 폐과논란을 잠식시키려 했다. 실제 교통대 유특과는 내년 신입생 13명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2년마다 있는 학과인원조정 변경신청 기간을 놓쳐 교육부에 인원을 0명으로 신청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7일 한국교원대신문과의 통화에서 교통대 교무처장은 “언론의 ‘폐과결정 철회’ 내용은 잘못 보도된 것이며, 유특과의 폐지 결정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 장애아동 느는 현실, 유아특수교사 역할 더욱 커져
민용순 회장은 “장애아동은 점점 늘고 있다”며 “유아특수교사는 더욱 필요할 것이고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의 장애아동 발생률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장애아동수당의 수급자가 중증과 경증을 합쳐 2007년 1만4895명, 2008년 1만6001명, 2009년 1만7724명으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청주의 한 공립유치원 교사 6명 중 유일한 특수교사인 김 씨는 “발달 지연 판단을 받고 그에 맞는 교육을 빨리 진행한 아동일수록 장애가 크게 완화되며, 초등학교의 특수학급으로 입학하지 않을 수 있다”며 유아를 위한 특수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특수학급 전담교사가 없어 장애위험 아동에게 맞춤교육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교사들이 많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특수아동을 담당하는 교사의 임용 TO가 지금보다 늘어날 필요가 크다”고 강조했다.
◇ 충북대와 통합 논의 있었지만 진전 안 돼
한편 과거 교통대 총장은 충북대에 “유특과 정원 15명 중 9명을 받아줄 수 있는지”를 물었고, 이에 대학통합을 주관하는 충북대 교수회는 “유아교육과와 유특과를 함께 보내면 사범대에 편입시킬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교통대는 별다른 답신이 없다가 교통대 증평캠퍼스의 7개 학과들이 “본인들의 과도 받아줄 수 있겠냐”는 문의를 해왔고 충북대 측은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교통대는 다른 7개 학과와의 통합 논의가 이루어진 것에 대해 증평캠퍼스의 해당 7개 학과에 징계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충북대 관계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한 바 있다. 유영현 학생대표는 “교통대 측에서 먼저 유특과·유아교육과의 통합을 제안했음에도 다른 학과의 통합논의엔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지방국립대인 교통대 증평캠퍼스가 지역국립대와 통합하면 다른 지방국립대 역시 너도나도 더 큰 대학에 통합되고자 할 것을 우려한 것 같기도 하다”며 교통대의 입장을 추측했다. 같은 교원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원대로의 통합은 고려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민용순 회장은 “충북대와의 통합논의가 이미 진전되어 교원대에 이야기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하면서도 “당시 총장(김주성)의 경우 특수교육과 신설에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실제 2014년 중국어교육과 신설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 특수교육과의 필요성에 대한 얘기가 학우들 사이에서도 나왔지만 학교 측은 “특수교육은 이미 시기가 지났다”는 답변을 한 바 있다.
◇ 앞으로 교통대 유특과는?
현재로선 유특과를 폐과시키는 것에 이렇다 할 명분은 없는 상황이다. 유영현 학생대표는 “지난해 9월부터 폐과 결정의 근거자료를 제시하라고 대학 측에 요구했지만 내놓지 않고 있다”며 “취업률도 높고 사회적 수요도 높아지고 있어 명분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초 전임교수인 박 씨가 해임돼 현재 1·2학년은 전공필수 강의를 아예 듣지 못하고 있으며, 3·4학년의 수업은 시간강사가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 씨는 “1학년 때 듣는 박 교수님의 강의는 방학 때도 3-4번씩 읽어야할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고, 교수님 없이 임용준비를 하면 임용에도 타격이 클 것”이라며 “임용률을 떨어뜨려 폐과의 근거를 만들고자 하는 교통대의 의도인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학교로의 통합에 대한 의견을 묻자, “충북대 통합 얘기가 있고나선 주위에서 ‘그저 충북대 졸업장을 따고 싶은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는데 물론 그런 학생도 있겠지만 정말 유아특수교사가 되고 싶어 우리 과를 온 친구들도 많다”며 “어느 학교로 통합이 되던 상관없지만 우리 과가 유아특수교육과로 남아있는 것을 가장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