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3호/맥 짚어주는 자] 아웅 산 수 지

2015-12-02     한건호 기자

「맥 짚어주는 자는 현안에 화제가 되는 시사사건을 설명해주는 코너입니다. 시사용어의 개념뿐 아니라 관련된 정치·경제·사회의 사안을 소개해 세상 돌아가는 맥을 짚어드립니다.」

 미얀마에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얀마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인 아웅산 수지 여사를 주축으로 민주화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다. 1962년 네 윈의 군사 쿠데타 이후로 군부 정권의 긴 지배를 받아온 만큼 이번 변혁의 움직임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소망이 담겨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할 내용은 바로 지난 8일 치러진 미얀마 총선에서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압승을 거둔 아웅산 수지 여사이다.

아웅산 수지는 미얀마의 독립을 이끈 영웅적 인물인 아웅 산 장군의 딸이다. 안타깝게도 아웅 산은 해방을 맞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적에 의해 암살당하게 되지만 그의 유족들은 여전히 미얀마 국민들에게 영웅으로 추대 받았다. 이러한 국민적 기대를 바탕으로 아웅산 수지는 1988년 8월 8일, 미얀마에서 8888항쟁이라 불리는 군부 정권에 대항하는 시민운동을 시작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군부 정권에 있어 아웅산 수지의 등장은 당연히 달갑지 않았다. 국민적 영웅 아웅 산의 딸로서 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얻을 뿐 아니라, 군부 세력 내에서도 아웅 산의 입지가 대단한 만큼 감히 건들 수 없는 정적이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군부 정부는 결국 아웅산 수지에게 내란죄를 적용시켜 가택연금을 지시함으로써 그녀의 정치적 세력 확장을 저지하려 했다. 실제로 아웅산 수지는 89년부터 가택연금을 강제 받아 14년간 집에서 갇혀 지내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군부 정권의 억압에도 그녀의 입지는 점점 더 강해졌다. 91년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게 됨은 물론 아웅산 수지를 석방하라는 미얀마 정부를 향한 세계의 압박도 한 몫 했다. 무엇보다도 가택연금 기간 뿐 아니라 중간 중간 가택연금이 풀릴 때에도 꾸준히 민주화 운동에 앞장 선 그녀의 모습은 그녀를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라는 칭호를 얻게 한다.

지난 8일에 치러진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이 과반을 훨씬 웃도는 의석을 차지하면서 다음 정권으로써 군부 정권이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군부 정권의 자의적인 법 제정으로 전체 의석수의 25%가 군부 세력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에게 의무적으로 할당됨에도 나머지 75%에 이르는 의석을 아웅산 수지의 세력이 모두 차지하면서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상황이다.

하지만 그녀가 미얀마의 대통령으로 직접 출마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현재 2008년에 개정된 미얀마의 헌법에는 외국인과 혼인한 자에게선 대통령 출마의 자격을 뺏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따라서 영국인과 결혼한 그녀가 대통령 출마를 하기 위해선 개헌이 필요한 상황이다. 동시에 그녀도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대통령이 속한 당을 이끌면서 대통령에게 전반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할 것임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아웅산 수지의 행보는 미얀마의 오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실현시킨 것인 만큼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 군부 정권에서도 평화적인 정권이양에 대한 의지를 전한 만큼 앞으로의 미얀마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나갈지는 그녀에게 달린 것이다. 미얀마의 국민 뿐 아니라 세계인들의 그녀에 대한 기대가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