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호] 늘어나는 길고양이, 실태와 우리의 인식은?

행정차원 조치들 이뤄져, 캣맘은 일부 지역 주민들과 의견 충돌하기도 해

2015-12-02     한건호 기자

길고양이는 학교 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친숙한 존재이다.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존재인만큼 이들을 이한 캣맘들의 노력이 있긴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이번 호에서는 현재 주택가에 사는 길고양이들의 실태, 그리고 이를 돌보는 자원봉사자들과 행정적 차원의 노력들, 혐오 범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길고양이의 실태

현재 길고양이에 대한 학술적인 조사가 없는 만큼 정확한 개체 수는 알 수 없지만 전국적으로 수백만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길고양이 한 마리는 연간 2회의 임신을 통해 평균 5,6마리 이상의 개체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개체 수는 계속 늘고 있는 추세이다. 길고양이는 본래 사람이 키우던 고양이로 고양이를 잃어버리거나 방사하면서 길거리에 거주하게 됐고 지속적인 번식을 통해 지금에 이르렀다. 주로 어둡고 인적이 드문 곳에 거주하며 사람들의 쓰레기나 쥐를 잡아먹고 산다. 수명은 집고양이가 평균 10년 정도 사는 데에 반해 길고양이는 추위, 먹이부족, 위생 불량 등으로 인해 2,3년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 동물이다. 비둘기나 멧돼지와 같이 유해동물로 지정된 동물과 달리 고양이는 유해 동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동물보호법」의 적용 대상에 해당된다. 따라서 2006년 이후엔 동물 보호 문제로 안락사 대신 TNR(Trap - Neuter - Return)을 통해 개체를 줄여나가고 있다. TNR은 길거리 고양이를 포획한 뒤 중성화 수술을 시켜 방사시키는 것을 일컫는다. 기본 취지는 중성화를 통해 번식을 막아 개체수를 줄여나가는 것으로 현재 많은 시,도에서 TNR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민간 자원봉사자 단체에서도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 길고양이 보호를 위한 움직임

서울시 강동구는 2013년 국내 최초로 ‘길냥이 급식소’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다. 시작은 길고양이 보호단체와의 협의 후 18개 주민센터 근처에 자율 급식소를 설치한 것이었다. 자율 급식소인 만큼 미우캣보호협회와 캣맘, 캣대디들이 급식소를 관리한다. 강동구는 행정지원 뿐 아니라 TNR 사업을 병행함으로써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동시에 기울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길냥이 급식소’를 총 60개로 늘려 길고양이를 위한 급식소를 점점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에 따른 시민들의 의견도 긍정적이다. 강동구청은 ‘길냥이 급식소’사업 이후 주민들에게 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 및 동물 복지 증진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을 받았다며 ‘길냥이 급식소’사업이 성공적이었음을 밝혔다.

행정적 차원의 노력을 제외하고도 길고양이를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의 모습 역시 활발하다. 일명 캣맘, 캣대디로 알려진 자원봉사자들이 길거리의 고양이를 돌봐주는 것이다. 이들은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는 것부터 길고양이들의 건강, 안전 그리고 TNR사업을 돕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부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소통한다. 한국고양이협회 박선미 대표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불법으로 오인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위법행위도 아닐 뿐 더러 인가의 쓰레기를 뒤지지 않아 사람들의 불편을 덜 주게 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고양이는 전염병의 주요한 매개체인 쥐를 잡아 오히려 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혀졌다.

 

◇ 일부 지역 주민들은 부정적인 인식 가져

이번 캣맘 살인 사건으로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긴 했지만 길고양이는 지속적으로 문제시 돼왔다. 한 해에 길고양이 관련 민원이 만 건이 넘을 정도로 길고양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민원의 내용은 주로 고양이의 발정기 고양이의 기괴한 울음소리로 인한 피해와 쓰레기봉투를 찢어놓는 것 그리고 배변으로 인한 불쾌함 등 이다. 인천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권씨(43)는 “갈 곳 없는 고양이들이 불쌍한 것은 이해하지만 밤에 쓰레기 장 근처에서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볼 때마다 놀랄 때가 많다”며 고양이들에 대한 문제 해결이 필요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도를 지나쳐 캣맘, 캣대디를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가 발생하기도 해 문제가 일고 있다. 인터넷에서 365길냥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한 캣맘은 “같이 활동하는 캣맘들에게 욕설과 고함은 물론이고, 뺨을 때리거나 물을 부어버리는 경우도 있다”며 캣맘 혐오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한편 “먹이를 주던 새끼 고양이를 죽여 밥그릇에 던져놓는 경우도 있었다”며 고양이도 혐오 범죄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밝혔다. 실제로 고양이들이 먹는 참치캔에 부동액이나 쥐약 넣는 등의 혐오범죄가 발생해 동물학대의 문제가 크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의 불법행위 고발 게시판에는 고양이가 목이 잘린 채 발견 됐다거나 고양이를 잡기 위한 덫을 놓는다는 등 고양이를 상대로 한 불법 행위들이 지속적으로 고발되는 상황이다.

 

길고양이의 대부분이 인간들의 실수로 인해 길거리로 내버려진 것인 만큼 어느 정도의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 더불어 가만히 내버려 둘수록 지역 주민들에게 끼치는 피해가 더 큰 만큼 고양이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자원봉사자, 정부, 지역 주민 등 여러 가지 의견을 반영해 길고양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