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호/맥 짚어주는 자] 안심 번호 국민 공천제

2015-12-02     한건호 기자

「맥 짚어주는 자는 현안에 화제가 되는 시사용어를 설명해주는 코너입니다. 시사용어의 개념뿐 아니라 관련된 정치·경제·사회의 사안을 소개해 세상 돌아가는 맥을 짚어드립니다.」

내년에 치뤄질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번 호에서 소개할 내용은 ‘안심 번호 국민 공천제’로 지난 추석 여야 대표의 회동에서 합의된 공천 방안이다. 하지만 안심 번호 국민 공천제 도입을 두고 현재 여당과 야당 내에서도 찬반 의견 대립이 극심하다. 청와대도 날선 비판을 가하는 등 정치권의 핵심 쟁점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심 번호 국민 공천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이유로 현재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됐는지 살펴보자.

안심 번호 국민 공천제는 쉽게 말해 공천 시스템을 전화로 물어보는 설문조사 형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 때 전화는 무선 전화를 일컫는데, 개인 번호를 설문조사에 이용할 경우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안심번호라는 가상 번호를 제공해 개인 정보를 보호하면서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이번 공천제의 핵심이다. 안심번호는 실제로 택배 기사나 카카오 택시의 기사의 개인 번호를 보호하기 위해서 활용되고 있으며 일회 사용 직후 폐기된다.

안심 번호 국민 공천제는 국민 중 무작위 표본을 선정해 공천을 결정하는 상향식 공천제도이다. 안심 번호 국민 공천제의 가장 큰 장점도 이와 관련이 있다. 표본의 무작위 선정을 통해 진행되는 만큼 조직 동원 선거의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선전화를 통해 행해지던 과거 여론조사에서 2·30대 인구의 참여율이 저조하고 집전화도 없어지는 추세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의 불완전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안심 번호 국민 공천제의 실효성 논란을 문제로 제시한다. 결국엔 인기투표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고 인지도가 있는 현직 의원의 재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뿐만 아니라 고의적으로 상대 당의 불리한 후보자를 선택하는 역선택의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안심 번호 국민 공천제는 문제가 많은 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당과 야당 내에서도 각 계파는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의 의견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여당 친박계는 공천제도가 바뀔 경우 내년 총선에서 친박계 의원의 수가 감소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서도 안심번호 국민 공천제를 두고 날선 비판을 가하는 것 역시 정권의 지지기반 확보를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와 대립각을 세우는 김무성 대표는 이전 자신이 공약으로 내세운 오픈 프라이머리의 도입과 일맥상통하는 제도이기에 청와대와 힘겨루기를 하는 실정이다. 문재인 대표도 안심번호 국민 참여 공천제도가 야당이 제시한 정책임과 동시에 과거 여당이 제시한 오픈 프라이머리제도에 반대하는 당의 기본입장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야 대표가 합의한 내용은 각 당의 내부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안심 번호 국민 공천제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친박계 의원 및 야당의 비노계 의원들이 거센 반대를 보이고 있고, 동시에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간의 힘겨루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과연 안심 번호 공천제의 도입이 가능한지의 여부는 불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