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호] 보도기획: 우리학교 공공비정규직 노조의 요구
반장선출권 인정과 상여금 400% 지급 요구
바둑 영재였던 고졸 청년이 회사에 입사해 정규직 되기까지의 냉혹한 과정을 그린 드라마 ‘미생’에 이어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송곳’까지 비정규직 문제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의 비정규직은 외환위기 이래 급등해 계속 이어져왔다. 외환위기 당시의 구조조정 한파는 공공 부문으로 먼저 향했는데, 인력활용의 유연성 제고 및 경비절감 등을 위해 비정규직 활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정규직과의 근로조건 격차, 위법·탈법적 활용 등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 됐다. 그간 정부는 공공부문 주요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했으나, 원칙 없는 사용관행, 원·하청구조 확대 등으로 비정규직 남용 및 차별, 외주·용역에서의 근로조건 저하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명확한 실정이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은 기관 소속 인원과 기관 소속 외 인원의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고용노동부의 자료(2014)에 따르면, 77개 교육기관의 공공비정규직 12만 명 중 기관 소속 인원은 10만 명, 기관 소속 외 인원은 2만 명으로 기관 소속 외 직원이 소수임을 알 수 있다. 우리학교의 기관 소속 외 비정규직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알아봤다.
◇ 우리학교 공공비정규직 청소원
우리학교의 하청을 받는 외부 업체(이하 하청 업체)와 매년 새로운 계약을 맺는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이하 하청 노동자)는 현재 34명이다. 이들은 교양학관·인문과학관·종합교육관·미술관·음악관·학군단 등 사도교육원의 생활관과 급식실을 제외한 모든 학교 시설에서 청소·경비 업무를 한다.
이들은 사도교육원에서 급식·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과 비정규 계약직이라는 점에서 같지만, 사도교육원의 노동자들은 하청 업체를 사이에 두지 않고 학교(대학회계)가 직접 고용했다는 점이 차이다.
현재 하청 노동자 34명 중 25명은 우리학교 공공비정규직 노조의 조합원이다. 2009년 음악관에서 한 청소원이 한 손에 청소도구를 쥐고 계단을 내려오다 넘어저 왼쪽 손목을 접지르는 일이 발생했다. 산재처리를 요구한 이 청소원에게 당시의 현장반장은 “교원대는 지금껏 산재처리를 한 적이 없으며 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현장반장은 같은 하청 노동자로서 이들을 관리·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산재처리가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하자, 교양학관 미화원 신성호 씨는 다친 청소원을 현대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했고 그후 용역업체에게 산재처리도 받아 냈다.
그해 9월 우리학교엔 공공비정규직노조가 생겼고, 15명이 여기에 가입했다. 신 씨에 따르면 노조가 생기기 전엔 최저임금과 시중노임단가를 모두 적용받지 못한 채 매월 80여 만 원을 받았는데, 노조 설립 이후엔 매월 150여 만 원을 받고 있다. 또 2010년 당시의 하청 업체가 지급하지 않았던 180만 원도 받을 수 있었다.
매년 말, 우리학교는 새로운 하청 업체를 선정하며 그 업체는 우리학교의 청소원들과 계약을 맺는다. 보통의 경우 매년 업체가 바뀌더라도 그대로 기존의 청소원들과 계약을 이어나갔는데 2010년 12월 당시엔 노조에 가입한 15명이 제외된 채 계약이 맺어졌다.
한 달 뒤인 2011년 1월, 우리학교 공공비정규직 노조는 대학본부 건물 앞에서 천막 농성을 했고, 당시 총무과장과 면담을 해 직장을 옮긴 한 명을 제외한 모든 노조원이 새로운 하청 업체와 계약을 완료했다.
◇ 현장반장 선출권 요구
우리학교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11월 초, 공공비정규직 노조 충북 지부를 통해 ‘미화원들이 선출한 반장을 선임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본부에 보냈다. 지금은 매년 새롭게 계약하는 업체가 근속연수 등 몇 개의 지표만을 기준으로 현장반장을 선임한다. 그러나 매년 바뀌는 업체보다 현장의 청소원이 함께 일하며 반장으로 적합하다고 여기는 자가 반장으로 선임되는 것이 청소원간 갈등을 줄이고, 업무가 원활히 진행된다며 민주적 절차에 의해 반장을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 대해 총무과 조경·청소용역 담당 정구식 계장은 “그건 아니라고 본다. 잘못된 것이다"고 언급하며 “본인들이 원하는 반장을 추천한 뒤 그를 선임할 것을 용역회사에 건의해 볼 순 있겠지만 아예 반장 선출권을 달라는 것은 월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비(非)노조 직원 한 명은 “개인적으로 나는 비노조의 아무개가 반장이었으면 하는데 노조는 노조를 반장으로 뽑고 싶어 할 것”이라며 청소원의 현장반장 선출권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전했다. 이어 “지금 한 노조 청소원은 현장반장을 우습게 여겨 그가 부탁한 업무를 하지 않고 있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신 씨는 "반장이 청소원과의 협의 없이 칠판을 통해 일방적인 통보를 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에 따른 상여금 400% 지급 요구
우리학교 공공비정규직 노조 측은 반장선출권 말고도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이하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에 따라 상여금을 400%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은 청소경비 등 단순노무 용역근로자의 임금과 고용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2012년부터 정부 관계부처에서 합동 발표해왔다. 이에 따르면 소위 '보너스'로 불리는 상여금은 하청 노동자에게 한 달 임금의 400% 미만으로 지급하게 되어 있으며, 현재 우리학교는 250%를 지급하고 있다. 공공비정규직 노조 양인철 충북지부장은 "'400% 미만'이라는 말에 의거해 예산이 부족하다며 250%를 지급하고 있는데, 세종시국책기관이나 식약처와 같은 공공기관처럼 상여금을 400% 지급해 처우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한 노조 청소원은 월급명세서를 보여주며 180여 만 원에서 세금과 보험비 등이 제해져 최종 수입으로 157만 원을 받는 상황을 설명했다. 여성 청소원의 경우 주말 수당을 받지 않아 140여 만 원을 받는다. "여름엔 30도가 넘는 낮에 풀을 깎고, 가을엔 모든 나무가 떨어뜨리는 낙엽을 쓸며, 겨울엔 눈을 치운다. 그렇게 일해 번 돈으로 세 식구가 사는 집도 있다"고 하며 “1년 단위의 용역업체보다 실질적 고용주인 학교에서 힘을 써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 계장은 “매년 바뀌는 용역 업체와 청소원들의 계약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며 “다른 학교의 상황과 비교했을 때에도 우리학교는 평균 이상의 여건이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황이기에 요구를 한다고 모두 받아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또 “학교가 어려운 상황인 것을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며 “직원들도 제주도 출장 시 자비로 다녀오는 등 고생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작년 발표된 교육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학교는 직원 및 조교의 학습동아리 활동에 지급된 개인활동비 약 2억 2천 만 원, 배우자를 연구보조원으로 참여시킨 뒤 지급한 천 백 만 원, 학생회관 리모델링 비용 중 총장실 공사비로 쓰인 2억 5천 만 원 등의 항목이 감사에 걸려 전 총무과장을 비롯한 직원과 총장, 교수 등이 경고를 받았다. 한 청소원은 이를 두고 “돈이 없다고 하는데 감사 결과를 보면 여기저기서 다 빼갔더라”며 “학교 살림살이는 잘 모르지만, 무언 갈 빼낼 때 제일 밑 사람들의 몫을 빼거나 애초부터 우리 같은 사람들의 몫을 줄여 자금 유용에 여유를 두지 않았겠냐”며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