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호] 성안길서 한글 의미 되새기는 행사 열려
청주의 본정통, 우리가 성안길로 알고 있는 지역의 옛 지명이다. 본정통이란 단어는 일제 시대의 잔재로 그 지역의 가장 번화한 지역을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 실제로 서울시의 종로도 과거 본정통으로 불렸었다. 청주의 경우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본정통이란 명칭을 상용했는데 청주의 시민단체인 문화사랑모임의 노력으로 ‘성안길’이란 이름을 가지게 됐다. 성안길은 청주 읍성 안의 길이라는 뜻을 지니는 우리 말 명칭이다.
한글 명칭을 되찾은 성안길에서 지난 10월 9일, 훈민정음 창제 569년째를 맞이하여 한글날 기념식 및 한글쓰기 백일장이 열렸다. 이번행사는 ▲문화사랑모임 ▲충북대국어문화원 ▲성안길상점가상인회 ▲민예총서예위원회 ▲한겨례가족모임 ▲충청리뷰가 주최하고 충청북도교육청이 후원했다.
지난 1990년 한글날은 경제발전에 저해된다는 이유로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됐었다. 하지만 이후 한글날은 한글학회, 한글문화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노력을 통해 22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됐다. 청주 한글날 행사도 한글날이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 2013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3회를 맞이했다. 이번 청주의 한글날 행사는 ‘조선의 백성들이여, 영어의 식민지에서 벗어나라!'라는 부제가 붙었다. 정지상 대표는 “각종 외국어와 외래어가 남발하는 사회에서 한글의 소중함을 알릴 수 있는 행사가 됐으면좋겠다”라고 밝혔다.
식전행사로는 각시탈 및 어린이 태권도 시범이 이뤄졌다. 이후엔 한글의 소중함과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됐다. 프로그램은 ▲글씨쓰기대회 ▲글씨멋내기대회 ▲그림그리기대회 ▲우리말 겨루기 순으로 진행됐다. 이중 어린들의 참여가 많았던 행사는 글씨쓰기대회였다. 글씨쓰기대회는 조선시대의 한글을 붓펜으로 따라 써보는 행사였다.이 대회에 참가한 이요셉(충청북도 증평군·12)군은 “글씨쓰기를 하며 세종대왕님이 창제하신 한글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느낄 수 있었다”며 이번 한글날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한글날 행사에는 체험활동 뿐만 아니라 여러 전시활동도 이뤄졌다. 행사장에는 ‘우리말 좋은간판운동’이란 주제로 우리 주위에서 살펴볼 수 있는 우리말 간판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뿐만 아니라 일제강점 당시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조선어학회의 활동이 설명된 사진과 글이 전시돼 있어 한글의 소중함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이 날 행사에 참여한 외국인 Sajid(31,파키스탄)은 “5년 전 한국에 처음 왔는데 한글날이 있는지는 몰랐다”며 “한글날이 무엇인지 알고 한국의 언어인 한글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이번 한글날 행사의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행사장 당일, 바람이 강하게 불어 행사에 필요한 종이가 날리는 등의 작은 소동이 있긴 했지만, 시민단체 회원들과 자원봉사들이 한글의 소중함을 위한 열정과 노력까지 방해하진 못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시민들에게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행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