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호] 제165차 전교교수회의 투표 없이 폐회

총장 직선제 전환 논의 3시간 동안 지속돼

2015-10-19     하주현 기자
▲ 예정됐던 투표 없이 회의가 무산되자, 한 교수가 총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 하주현 기자

지난 6일 교원문화관 국제회의실에서 제165차 전교교수회의가 열렸다. 이 날 회의는 의결 정족수인 104명을 넘은 150명의 교수가 참석해 개회됐다. 총장 선출 방식의 직선제 전환에 대한 논의가 장장 3시간에 걸쳐 이뤄졌고, 예정이었던 투표 절차는 총장의 권한으로 취소돼 진행되지 못한 채 회의가 끝났다.

◇ 총장 공모제 등장 배경과 다른 대학의 사례
2011년 10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의 자체 구조개혁계획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국립대학 구조개혁컨설팅팀(이하 구조개혁 팀)’을 만들었다. 이 구조개혁팀은 국립대학 평가에서 해당 대학들이 취약했던 부분의 개선하는 것을 중심으로 선진화과제를 밝혔는데 여기에 ‘총장직선제를 개선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와 별도로 2011년 10월 우리학교와 10개 교육대학교가 합쳐진 ‘교원양성대학교’는 교육부와 “교원양성대학교 구조개혁방안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교원양성대학교는 교원양성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가졌다는 점을 고려해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일반 대학 군과 다른 범위 안에서 받게 된 것인데, 이때 체결된 협약의 주요 내용 중에 총장 공모제를 도입하는 것이 포함돼 있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총장 공모제는 기존 직선제 선출 방식에서 총장 후보자들 간의 과도한 경쟁과 선거비용 등 여러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대학 발전을 위한 방법 중 하나였다. 그러나 대학의 민주주의를 침해하고, 공모제로 선출된 총장의 경우 교육부의 인사개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지난달에는 부산의 한 교수가 대학의 민주화를 외치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후 부산대는 총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전환할 것을 결정해 학칙 개정에 나서고 있다. 부산대를 필두로 거점 국립대학들에서도 직선제로의 전환 바람이 불고 있는데, 경상대와 충남대의 전체 교수 투표에서 직선제 전환에 대해 각각 83.9%와 76.8%의 찬성률을 나온 것이 이를 설명한다. 이에 더해 강원대는 오는 19, 20일 이틀에 걸쳐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 후 22일 최종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 교육부와의 약속과 대학평가서의 현실적인 불이익 고려 안 해 vs. 대학의 자율성 침해하는 교육부 행태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어
이날 교수회의에서는 총장 직선제 전환에 대해 3시간가량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크게 찬성과 반대의 두 입장으로 나뉘었는데 직선제로의 전환을 찬성하는 측은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필두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길들이려 하고 있다며 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공모제를 유지할 것을 주장하는 측은 재정지원 등에서의 불이익을 예상하며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운(독어교육) 교수는 “대학은 교육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사회 속 존재 목적을 놓치고 윗 기관의 평가와 돈에 비중을 두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설사 직선제 전환으로 재정지원에 불이익이 생긴다 하더라도 올바른 것이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 바른 말을 하지 못하면 그것이 대학이고 교수이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반대 입장에서는 “가치와 명분에 의한 정의지향적인 판단이라고 밖에 안 느껴진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총장 공모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무조건 거부할 것이 아니라 시행해보면서 문제를 판단하고 개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총장 직권에 의한 투표 무산과 폐회
이처럼 긴 논의 끝에 오후 7시 즈음 투표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당시 자리에 남아있는 인원인 의결정족수인 104명에 충족되지 않는다며 소수가 결정하기엔 위험하다는 말도 나왔다. 논의가 오가자 총장은 총장의 권한으로 투표 의안을 거부했다. 이어 “정족수가 다 차지 않은 상황에서 중요한 결정을 소수의 교수들이 하는 관례를 더 이상은 인정할 수 없으며, 학교의 운영과 관련한 중요한 사안이라 어떤 결정을 하든 위태로울 수 있다”고 말하며 폐회했다. 교수들은 총장의 폐회 선언에 반발하며 항의했고 총장이 회의장을 떠난 뒤에도 대부분의 교수가 남아 "이는 교원대 역사상 처음 있는 총장의 투표 의안 거부와 폐회"이고 "파행"이라며 개탄했다.
김종우 교수는 총장의 정족수 발언에 대해 “지금까지 줄곧, 심지어 김주성 총장 시기에도 교수회의가 개의만 되면 의결정족수가 차지 않더라도 투표를 진행했다”며 “관행법도 법인데 이는 교수회의의 30여 년 운영 관행을 총장 개인이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장은 직선제 전환을 주장하는 입장에 대해 “교육부에 굽히고 가는 것이 슬플 수 있겠으나 그것이 진정 자율성을 상실하는 것이냐”며 반문했다. 이어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돈은 다름 아닌 국민의 세금”이라며 “재정지원을 받는 것을 비굴하다 생각할 게 아니라 이 학교에 투자하도록 해 훌륭한 학생을 키워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종우 교수는 “총장이 임의로 교수회의를 파행시킨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내용의 교수회의를 열기 위한 서명을 준비 중에 있다”고 전했다.